<한겨레21> 2004년 06월 10일(제513호)
[데이비드 길리브터]
‘퀘이커의 집’에 온 평화운동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미국의 평화운동가인 데이비드 겔리브터(72·David Geliebter)가 평화운동단체인 ‘비폭력 평화물결’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72살의 노익장 평화운동가는 젊을 때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의 퀘이커 모임 소속으로 평화운동에 헌신해왔다. 흔히 ‘무교회주의자’로 번역되는 퀘이커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이끌어온 기독교 종파이고, 근대 초부터 비폭력 평화운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그는 6월4일 서울 대현동의 ‘퀘이커의 집’에서 평화운동가들과 대화를 가졌다. 이곳은 퀘이커였던 함석헌 선생이 집회를 하던 장소다.
겔리브터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던 날, 필라델피아의 연방정부 건물을 포위한 107명의 평화운동가 대열에 서 있었다. 107명 중에는 휠체어를 탄 89살 여성과 20살 청년도 함께 있었다. 107명 전원이 경찰에 연행됐고, 7명이 재판을 받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기꺼이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좋은 전쟁과 나쁜 전쟁은 없다”며 “모든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라크 침공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겔리브터는 “부시의 선거자금이 케리보다 몇배 많기 때문에 부시가 재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신문을 읽지 않고, 텔레비전 뉴스도 보지 않는다”며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정치광고만이 그들의 유일한 정보원이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 미국 내 이라크전 반대 여론이 70%를 넘었지만, 대선에서는 또다시 50:50의 사회로 갈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모임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도 참여했다. 길리비터와 함께 온 부인 미논 애덤스(72·Mignon Adams)는 “2차대전 당시 미국의 병역거부자들도 ‘비겁자’ ‘반역자’로 매도당했다”며 “하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대체복무제를 허가받았다”고 말했다. 미논은 눈물을 글썽이며 병역거부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강연을 마치며 겔리브터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부시는 북한 핵이 위협이라고 말하지만 북한과 가장 가까이 사는 남한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통일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꼭 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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