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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일본의 ‘미치노 에키(道의 驛)’ (현의송)

by 마리산인1324 2007. 10. 16.

 

<현의송> 2006. 10. 30

http://www.eshyun.com/

 

 

 

지역경제의 핵, 國道의 驛

 

 

자동차 소유가 일반화하면서 장거리 운전이나 여성과 고령 운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국도에도 철도의 역세권과 같은 개념이 필요해졌다. 일본은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운전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국적으로 785개소의 ‘미치노 에키(道의 驛)’를 설치했는데, 이는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도의 역은 세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먼저 휴게기능이다. 안전한 주차장, 깨끗한 화장실 그리고 다목적 홀을 갖추고 운전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정보제공기능이다. 도로정보, 관광정보, 긴급의료정보, 기상정보 등 지역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세 번째는 지역 간 교류와 연대기능이다. 특산품 판매로 활력있는 지역을 만들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민 갤러리 역할로 지역 간 교류와 연대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국도의 역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한 중국지역(히로시마주변5개현을 중국지역이라 함)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도로에도 역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이 나오면서부터다. 그 후 1991년과 1992년에 국도의 역이 실험적으로 도입되었고, 1993년부터 시작되는 제11차 도로정비 5개년 계획 중에서 본격적인 국책사업으로 선정, 전국 각지에 설치하게 되었다.

시설은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국도의 역 전체를 정비하는 ‘단독형’과 도로관리자(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차장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특산품판매장과 농가식당, 안내소를 설치하는 ‘일체형’이 있다. 현재 단독형이 343개소(44%), 일체형이 442개소(56%)이다.

국도의 역은 농산촌 등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 그리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위치한다. 시설운영은 제3섹터(지방행정과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만든 회사) 방식이 적용된 곳이 많다. 국도의 역이 유치된 지역은 이 시설을 다면적으로 이용하고 광역적 지역연대나 지역진흥을 도모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등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

제도 창설 후 10년여 년 동안의 운영실적을 보면, 국도의 역은 운전자에게 편리할 뿐만 아니라 농산촌의 농업과 지방특색사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고령자나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젊은 층의 고용확대에도 기여하고 있어 농산촌지역의 중요한 거점시설로 인정되고 있다. 활력을 잃어버린 농산촌에 국도의 역이 생김으로써 일자리가 마련되고 지역 특산물의 판로가 개척되었다는 점은 소가 비빌 언덕을 얻은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국도의 역이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 지역 활성화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간 36만 명이 찾는 국도의 역<포레스토 기미다>

예를 들어 히로시마(廣島)현 기미다(君田)읍에 있는 ‘포레스토 기미다(君田)’는 한 해에 무려 36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포레스토’는 ‘forest(숲)’에서 ‘포’를, ‘rest(휴식)’에서 ‘레스토’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곧 ‘숲속의 휴게소’라는 뜻이다.

기미다읍은 인구가 1900명밖에 안되고 그나마 주민의 고령화 ,과소화, 농업후계자 부족으로 인해 활력을 잃어버린 지역이었다. 또 가구의 70% 이상이 2종겸업농(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은 농가)으로 그만큼 농업의존도가 낮은 곳이었다. 날로 피폐해가던 기미다읍은 1989년 전국의 각 지자체에 일률적으로 1억 엔씩 주는 교부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온천을 발굴하자는 이야기가 많아 그해에 온천을 발굴했다. 다행히 풍부하고 질이 좋은 온천수가 솟았다.

이 온천을 운영하는 주체를 제3섹터 방식으로 하기로 하고 지방행정, 민간법인, 지역주민 등 242명으로 1997년 ‘기미다21’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해에 국도의 역을 온천지대에 유치했다. 초기에는 연간 4만 명 정도가 방문했으나 지금은 연간 36만 명이 방문하는 이 지역의 거점시설이 되었다.

‘포레스토 기미다’로 통칭되는 기미다읍 국도의 역에는 대형 온천장이 있고, 사무실·연수실·교류실·숙박시설 등이 딸린 임업종합센터도 들어섰다. 채소류 등 농산물직매장과 과자류 실연판매장 그리고 무료 휴게홀이 있는 교류관도 갖추었다. 두부, 김치류, 된장과 간장을 가공하는 체험 교류형 농산물가공시설도 배치되었다. 목적을 달리하는 다종다양한 시설이 이 역내에 배치되어 복합적인 기능을 발휘하도록 된 것이다.

이 복합시설에 지역주민 84명이 취업하게 되어 새로운 기업을 유치한 것과 같다고 이들은 평가한다. 지역주민의 50%가 이 역과 직접 관련을 맺어가면서 매일 생활하고 있고,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도 연간 3억 엔에 이른다고 한다.

이 역에서는 두부 만들기 등 가공체험, 강에서 물고기잡기체험, 매월 전통예능공개 이벤트, 초·중학생 사회체험실습 등 매년 30회 이상의 체험교류 행사가 열린다. 과소(過疎)지역인 기미다읍은 국도의 역을 설치해서 활기를 되찾게 되었고 도시-농촌 교류의 모범이 되고 있다. 포레스토 기미다는 이제 지역주민의 일터이고 도시민과의 교류장소이며, 정보의 발신 장소이다. 그리고 지역특산물을 판매하고 소득을 얻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도시-농촌 교류의 장 <국도의역 야치요(八千代)>

치바(千葉)현 야치요(八千代)시에 있는 <국도의 역 야치요>는 도시 농촌 교류의 장소로 유명하다. 국도의 역이 기본적으로 휴게시설, 지역특산물 판매시설, 정보발신기능을 갖춘 것은 어느 곳이나 유사하다. 그런데 야치요는 농작업 체험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점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이곳에서는 농작업체험이 단편적인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테마를 두고 연중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벼농사체험을 예로 들면 300평 단위로 10가구가 농사에 참여하는데 1가구당 2만 엔의 참가비를 낸다. 이 참가비에는 쌀 구입비가 포함되어 있어 새로운 판매방법까지 개척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5월 모내기체험, 8월 허수아비 경진대회, 9월 벼베기체험, 11월 농업제 참가 등과 같은 이벤트에 계속 참여한다. 참여한 소비자들은 전 가족이 참여하여 손수 농사를 지었으므로 의미를 각별하게 여기고, 자신이 직접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했기 때문에 대단히 만족스러워 한다. 이러한 체험행사는 2005년까지 9회 실시됐는데 행사가 열릴 때면 접수가 마감된 뒤에도 신청을 받아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단편적인 체험행사로는 7월 토마토와 오이 수확체험, 8월 배 수확체험, 10월 고구마 캐기체험 등이 있다.

국도의 역을 통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교류하고 직거래를 하면서 농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야치요의 사례는 일본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100구획의 주말농장 설치한<국도의 역 미카사>


미카사(三笠)시는 삿포로시에서 30분 거리, 북해도의 중심이며 경치와 자연조건이 좋은 곳에 위치한다. 이 지역은 국도의 역을 통해 지역농업 진흥을 도모하고 있는데, 국도의 역에 농산가공실과 연수실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이 농산물 가공방법을 연구하고 판매로 이어지도록 한다.

또 대도시와 가까운 이점을 살려 주말농장으로 6평의 밭을 100구획 설치해서 1,570엔에 분양한다. 이러한 농작업 체험장소 제공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보고-만지고-심고-수확하는’ 각 단계마다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농작업을 가족이 함께 하므로 서로 협동하고 땀 흘리며 화합하는 과정에서 가족애도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300대의 주차공간도 부족한 이토시 국도의 역

이토(伊東)시는 도쿄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고 주위에 온천도 많아 관광객이 줄을 잇는 지역이다. 기후가 온난하고 태평양에 면해 있어서 경치도 좋다. 옛날에는 일본에서 신혼여행 지역으로도 유명했다. 국도의 역을 바다에 접하도록 설계하고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해서 2001년에 오픈했다. 연간 관광객은 200만 명으로, 이는 전국적으로도 최상위 수준이다. 매출액은 2003년에 약 5억 엔을 달성했고, 지금은 적자경영이지만 1~2년 후에는 흑자경영으로 전환될 것을 예상한다. 매출액이 연평균 24%씩 증가해서,주말에는 300대의 주차공간이 부족할 만큼 만차가 된다.

국도의 역은 단순한 역(驛)이 아니다. 지역경제 진흥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의도했던 휴게기능, 정보발신기능, 지역 간 교류와 연대기능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과소화와 고령화로 어려워진 농산촌 진흥의 핵으로서의 기능까지도 발휘한다.
특히 과소지역에서는 농업 등 지역 산업의 발전과 고용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농산촌 지역 활성화의 유력한 모델로서 ‘국도의 역’ 사업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도입하도록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한국의 농업과 농촌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농산촌 지역 중심으로 일본 국도의 역 개념을 도입해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농촌사랑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도 정보발신기능과 교류연대기능을 갖춘 역세권 개념의 국도의 역 시설도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