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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일본, 농가가 경영하는 식당 붐-농업의 종합산업화(현의송)

by 마리산인1324 2007. 10. 16.

 

<현의송> 2006. 11. 1

http://www.eshyun.com/

 

 

 

농가가 경영하는 식당 붐-농업의 종합산업화

 

최근 일본에서는 농가 주부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옛날의 순수 가정요리를 제공한다는 외식 체인점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요리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기회가 줄어든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것은 싫으나, 가정요리를 먹고 싶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농가식당은 농촌지역에 흔히 있는 전통요리를 농가의 주부들이 직접 요리하고 접객 방법이 서투른 것이 오히려 고객으로 하여금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정겨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그 지역에만 있는 전통요리를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이 멀리 여행을 온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는 장점도 있다.

특히 음식 재료의 대부분을 주부들이 직접 재배했거나 지역 내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음식점의 장소도 농가주택을 약간 개량해서 사용한 곳이 많다. 값을 비교적 저렴하게 하고 소박한 요리를 제공함으로써 어느 곳에나 있는 관광지 음식에 싫증난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농림성의 2004년 판 <포켓 농림수산 통계>를 보면, 농촌주부들이 개업한 사업이 7327건에 이른다. 이 중 도시-농촌 교류나 서비스업 등 그린투어리즘 관련 사업은 497건이다. 주로 농가식당이나 민박업이다. 이러한 농가식당 붐에 대도시의 식당들이 농가식당 간판을 달고 모방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

오리농법으로 생산한 쌀 사용, 체험교류도 활발

미야기(宮城 )현 카미(加美)읍에는 오래된 민가를 이용한 농가식당이 유명하다. 주위가 논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광지가 아닌데도 소문을 듣고 도쿄에서도 고객들이 찾아온다. 식당 이름은 ‘후미에하란’인데, 경영주인 시부야 후미에(涉谷文枝·55·여) 씨의 이름과 동네 이름을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시부야 씨는 오리농법으로 생산한 유기쌀과 직접 밭에서 생산한 채소, 산나물 그리고 강에서 바로 잡은 물고기 등을 사용해서 지역의 식문화를 제공하는 등 농촌발(發) 식생활 어메니티를 확산하고 농촌의 여성 기업가의 모델로서 도시-농촌 교류를 통한 지역 활성화에 공헌한 점이 인정되어 2003년 국토교통성의 관광카리스마 상을 받았다.

이 음식점에서는 도시 청소년들의 농작업 체험교류도 활발하다. 농가식당의 음식 재료를 생산하는 논이나 밭에서 농작업 체험을 하는 것이다. 오리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논에서는 모내기와 벼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카미읍은 미야기현의 북서쪽에 있으며 자연환경을 활용한 농업 체험관광과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도시-농촌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연간 6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만큼 그린투어리즘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하루 평균 20명 이용, 1~3월에는 휴업

후미에하란에서 식사를 하려면 반드시 하루 전 예약을 해야 한다. 요리는 7~8개 종류이고 2000엔이다. 고객 수는 하루 평균 20명 정도이나 단체객이 예약하는 때도 종종 있다. 요리와 접대는 언제나 시부야 씨와 딸 둘이서 한다.

식당 건물은 본래 시부야 씨의 주택이었다. 부지 내에 새로운 주택을 건축했기 때문에 빈집으로 놓아두었더니 주위에서 “없애기는 아깝다. 무언가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식당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헌집을 식당으로 개축하는데 150만 엔이 들었다. 시부야 씨는 마침 행정기관에서 “이제는 여성의 시대”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한 결과, 여성기업가로서 미야기현 최초로 개축비의 일부를 보조받고 저리자금 융자를 받아 1996년에 식당 문을 열었다.

식당 영업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다. 겨울에는 1월부터 3월까지 휴업한다. 연간 고객이 3000명이고 1인당 식비가 2000엔이니 연간 매상은 600만 엔. 이 가운데 400만 엔이 순소득이라는데 대졸 초임이 연봉 200만 엔 정도이니 수입이 좋은 편이다.

시부야 씨 부부는 식당 외에도 주먹밥과 채소류를 직접 생산하여 지역 농협의 직매장에 출하하고, 사과농장 일도 한다. 직매장에 출하한 주먹밥이나 채소류는 친환경농업으로 생산하고 생산이력(生産履歷)을 100% 기장해서 전시하므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직매장 판매액만도 연간 100만 엔 이상이라고 자랑한다.

시부야 씨는 농가식당 오픈을 계기로 반딧불을 보는 모임, 감꽃을 즐기는 모임, 눈(雪)을 사랑하는 모임, 보름달을 보는 모임, 전통음악 연주회 등 계절에 따라 농촌경관과 농촌문화를 활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식당에서 개최하고 계절음식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류와 그린투어리즘을 전개한다.

시부야 씨의 훌륭한 요리 솜씨는 도회지에서 온 손님들의 입과 눈을 감동시켰고, 이 지역 활성화에 공헌한 것으로 평가되어 2002년에는 농촌 어메니티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여성 기업 붐, 농가식당 30개 개점

오오야마농협이 운영하는 농가식당
시부야 씨의 농가식당은 이 지역의 관광코스가 되었고 그만큼 찾는 사람도 많다. 시부야 씨의 농가식당 성공에 자극받아 2005년까지 미야기현 내에서 민박 등 창업을 한 여성기업(起業)도 300건이 넘는데, 특히 시부야 씨로부터 직접적인 조언을 받아 실제 농가식당을 오픈한사람만도 30명이 넘는다.

농가식당은 개인이나 주부클럽만이 아니고 농협도 뛰어들었다. 일촌일품(一村一品)으로 유명한 오오야마(大山)농협은 ‘유기농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농산물 직매장과 농가식당을 직영한다. 주부 10여 명이 지역 내에서 유기재배로 생산된 농산물로 뷔페식 요리를 해서 판매하며 오전 11시부터 영업하는데 100m 이상 줄을 서서 순번이 오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오오야마농협은 유기농원의 경영이 잘 되자 벳푸시와 후쿠오카시에도 직영점을 열었다.

검정콩요리 전문 농가식당 오쯔고오보우

오카야마(岡山)현 오오하라(大原)읍에 있는 농가식당 ‘오쯔고오보우(通工房)’를 찾아가 보았다. 이 지역 출신으로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라는 성인의 경지에 이른 에도시대 검객을 사모한 여인의 이름을 따서 ‘오쯔’라고 하고, 그냥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화가의 예술작품처럼 혼이 깃든 요리를 만든다고 해서 공방이라고 붙였다.

오오하라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역에서 내린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식당은 하루 전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한다. 운영자가 농가의 주부들이기 때문이다.

이 주부들은 지역 특산품인 검정콩을 알리기 위해 1998년 영업을 시작했다. 검정콩은 오카야마현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며, 오카야마현에서도 오오하라읍이 주산지이다. 오오하라읍에는 매년 관광객이 늘고 있다. 언젠가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는데 그 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땅히 식사할 장소가 없는 점에 착안해서 농가의 주부들이 검정콩을 사용한 요리를 만들어 팔기로 결정했다.

식단은 점심의 코스요리뿐이다. 검정콩으로 만든 11~14종류의 요리를 코스별로 2000엔, 2500엔, 3000엔에 판매한다. 주재료는 검정콩이지만 밥, 된장국, 튀김,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지를 조합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싫증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주부들은 전업농가도 있고 겸업농가도 있으나 대부분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검정콩, 쌀, 채소 등을 직접 생산하는 농가들이다.

전통 검정콩요리 코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선전되어 지금은 타 지역에서 단체객이 대형 버스로 오는 경우가 많다. 연간 고객 수는 5000명 정도. 고객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검정콩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식사는 예약제이고 고객 수도 한정적이다.

검정콩의 검정색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때문인데, 혈액을 맑게 하고 체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한 항산화력이 있고 병이나 노화의 원흉인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검정콩을 섭취하면 동맥경화가 예방되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혈전, 뇌경색 등을 예방된다고 한다.

이태리요리 전문 농가식당 에르베

야마가타(山刑)현 오키다마 지역은 순수 쌀 농업지역이다. 논농사가 기계화되면서 농가주부들에게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를 보고 행정기관에서 주부들에게 농가식당을 개업 해 보도록 권장하고 선진지 견학을 실시했다. 시찰 연수와 이태리요리 전문가의 교육을 받은 뒤 이가라시(56·여) 씨 등 10여 명의 주부들이 행정기관의 지원으로 ‘에르베(이탈리아어로 향기라는 뜻)’라는 이태리음식 전문 농가식당을 창업했다. 이들이 이태리요리를 선택한 것은 지역의 기존 식당과 경합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가라시 씨는 5.5㏊의 논농사를 짓고 600평의 하우스에서 가지와 호박을 생산하는 농작업을 하면서도 농가식당을 주도적으로 운영해간다. 고객은 하루에 200명 정도이며 80%가 지역 외의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다. 식재료는 대부분 부녀회원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관내에서 유기재배로 생산한 농산물을 사용한다.

이가라시 씨는 “농업을 생업으로 하며 고생스럽게 살아왔으니 그 등불로 생각하고 농가식당을 농업인생의 총결정판으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농산물 생산액은 10조 엔, 식생활비 지출액은 80조 엔

농업을 공업이나 상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여 농업 문제를 농업의 내부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막다른 벽에 부딪치고 만다. 농업의 결과적 종착역은 음식이고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식생활이다. 식생활이라는 단면에서 보면 농업은 관광 등 서비스업, 상업, 공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연간 10조 엔 규모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식생활비로 지출한 금액은 80조 엔 규모다. 농업 문제를 농업 내부로 한정하면 10조 엔을 벗어 날 수 없다. 농업의 범위를 확대하여 80조 엔의 시장에 얼마나 다가갈 것인가가 과제인 것이다.

농업의 범위를 바꾸어 보면 농업 문제의 해결 방법도 보인다. 즉 농업의 6차 산업화는 농업을 종합산업화해야 하는 것인데,그러한 조짐들이 일본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