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7.10.18 00:0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8/20071018000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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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가을“부처님 法대로 살자”수행열기 시퍼런 젊은 스님 30명이 봉암사에 모였다
비단옷은 삼베로 갈아입고 입은 닫은채 면벽좌선 때론 멱살잡이도 하는 치열했던 수행 -
성철 스님·청담 스님… 종정 네 분과 총무원장 일곱 분 낳은 불교 쇄신의 역사적 모임 19일 기념대법회 열고 그 뜻 되새겨 -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원장 지관스님)은 19일 오전 11시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수행종풍 진작을 위한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대법회’를 개최한다. 이날 기념법회에는 ‘부처님 오신 날’ 등 주요 종단행사 외에는 좀처럼 외부출입을 하지 않는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전국의 선승(禪僧) 등 스님만 15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조계종은 예상하고 있다. 신자까지 합하면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의 조계종 스님 수가 1만 2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분의 1 이상 대거 참석하는 셈이다. 또 행사 하루 전인 18일에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봉암사 결사 60주년 세미나’도 열린다. 오늘날 조계종의 ‘종지종풍(宗旨宗風·종교의 중심되는 가르침과 기풍)’의 발원지로서 ‘봉암사 결사’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한국 현대불교 쇄신운동을 펼쳤던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기념하는 법회가 19일 오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열린다. 사진은 청담 향곡 성철 스님(왼쪽부터)이 1960년대 북한산에 올랐던 모습. /해인사 백련암 제공
1947년 가을, 청담 성철 자운 보문 우봉 스님 등 20~30대의 수행열기 시퍼런 스님들이 봉암사에 모여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시작한 봉암사 결사는 당시 일본식 불교의 잔재를 털어내고 전통으로 회귀하자는 일종의 혁명 선언이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의 눈 밝은 스님들 사이에 퍼졌고 향곡 월산 혜안 법전 성수 법웅 보안 보경 지관 스님 등 30여명이 동참했다. 참가대중들이 결의하고 성철 스님이 붓으로 직접 쓴 당시의 공주규약(共住規約)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一. 森嚴(삼엄)한 佛戒(불계·부처님의 계율)와 崇高(숭고)한 祖訓(조훈·조사들의 가르침)을 勤修力行(근수력행·온 힘을 다해 수행)하야 究竟大果(구경대과·바라는 궁극의 목적)의 원만(圓滿) 속성(速成)을 期(기)함.”
그뿐 아니라 소작료나 시주에 기대지 않고 하루 2시간 이상 직접 물 긷고, 나무하고, 밭일하고 탁발했다. 비단으로 만들던 가사도 삼베나 면으로 바꿨다. 방 안에서는 늘 면벽좌선하기로 했으며 잡담을 금했다. 모두 18가지에 이르는 규약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받아주지도 않았다. 법당에서도 부처님과 제자들의 상(像)과 그림 외에는 모두 떼어냈다. 신도들이 스님에게 3배(拜)를 올리는 승보(僧寶)의 전통도 세웠다. 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도반 스님과 함께 봉암사에 들렀는데 거기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그때까지는 전혀 보지 못한 특이한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고 회고할 정도이다. 참가자들은 규칙을 어기면 당장 쫓겨났고, 서로 “밥값 내놓으라”고 멱살잡이를 하면서 경쟁적으로 수행했다. 이 결사 참가자 중 성철 스님 등 4명의 종정과 7명의 총무원장이 나왔다. 현 조계종의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전계대화상인 성수 스님,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당시 참가자였다.
봉암사 결사는 그러나 1950년초부터 공비들이 출몰하면서 참가 스님들이 장소를 경남 고성 문수암으로 옮겼다가 6·25가 발발하고 대중들이 흩어지면서 끝나게 된다. 그렇지만 봉암사는 그 이후로도 조계종 수행가풍을 대표하는 사찰 역할을 해왔다. 1968년 고우 법련 스님 등 10여명의 선승이 다시 봉암사에서 결사를 벌였으며 1982년에는 조계종 종립 특별수도원으로 지정됐다.
조계종은 19일 열리는 기념대법회를 통해 “부처님 법대로 살자” “출가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가자”는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신정아·변양균 게이트를 비롯한 종단 안팎의 사건에 대한 불교계의 의지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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