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오연호리포트: 선택 2007대선>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회로 여러분의 12·19 선택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분석과 주장입니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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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선거일인 19일 오전 서울 창천동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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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은 '의혹 투성이 대통령'을 선택했다. 특별검사의 조사 대상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것도 과반에 육박하는 지지로.
그렇다면 국민의 이러한 선택은 현명하지 못한 것인가?
1. 국민의 심판은 현명했다. 혁신하지 않는 집권세력에게 철퇴를 가했다
대통령 선거는 무엇보다 지난 5년간의 집권세력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민심이란 이름으로 내려지는 국민축제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민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무현 정권이 지난 5년간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크게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경제지표로 보나 남북관계 진전 등으로 보나 정책적으로는 크게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리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 때문에 참여정부의 성과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억울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은 집권세력에게 이번 대선을 통해 최종 성적표를 건넸다.
국민은 참여정부 기간동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각종 보궐 선거 등에서 '여권 참패'라는 카드를 거듭 꺼내 수차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와 집권여당 격인 열린우리당(현 대통합민주신당)은 국민이 감동할만한 자기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자기혁신 부재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는 깊고 진하고 컸다. 위장전입·위장취업에 'BBK와 관련된 큰 거짓말 의혹'까지 사고 있는, 진실성 측면에서는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이명박 후보를 기어이 50%에 육박하는 득표로 당선시켜놓고야 말 정도로 현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는 깊고 진하고 컸다.
그래서 국민은 최후의 수단을 썼다. 그들의 권력을 통째로 빼앗아버린 것이다. 이 무시무시한 국민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또 다른 국민'이 아니다. 보수세력만의 반란이 아니다. 그 국민은 3년반 전에 광화문 네거리에 몰려나와 탄핵 당한 대통령을 구하고 의회권력까지 여대야소로 만들어놓고, '자 이제 마음껏 해보라'고 했던 그 위대한 국민이다.
이제 그 국민이 이명박 '특검조사 대상 대통령 당선자' 시대를 연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특검조사 대상 대통령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앞으로 그 무시무시한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두고 봐야겠지만 한나라당 경선과 대통령 선거기간동안 그들이 보여준 정책과 철학은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특검조사 대상 대통령 당선자 시대를 연 현명한 국민이 앞으로 이 시대를 어떻게 처리 혹은 정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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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부인 김윤옥씨가 19일 저녁 여의도 당사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
ⓒ 윤대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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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짜는 없다, 국민은 절실함을 보인만큼의 성적표를 나눠줬다
절실함의 대결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에 졌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연거푸 진 이후 정권교체를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계속해왔다. 차떼기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천막당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이명박 대결 경선도 경선다웠다. 그 과정에서 정권교체를 향한 절실함이 국민들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은 절실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 대통합신당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경선은 감동은커녕 짜증만 보탰다. 정동영 후보는 자력으로 어떤 매력도 선보이지 못했다. 후보단일화를 위해 이인제, 문국현 후보와 허둥지둥하는 모습만 남았다. 그나마 성공하지도 못했다. 2004년 총선으로 탄핵후폭풍으로 국민이 과반 제1당을 만들어줬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실망만 선사해준 이들이 왜 다시 집권해야 되는지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끝내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한 것은 정동영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변되는 제도권의 이른바 '평화개혁민주세력'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게을렀다. 10년 간의 집권동안 배가 부른 것이다. 비정규직, 한미FTA, 교육 문제 등에서 우왕좌왕만 했을 뿐이다. 민주·반민주 구도가 무력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구도를 잡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 책임은 정동영 후보와 대통합신당에만 떠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서 '민주'의 편에서 성장해온 시민운동계, 학계, 언론계 모두가 나눠가져야 할 책임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절실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왔는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 이 점에서 '민주'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매체인 <오마이뉴스>의 대표를 맡아온 필자도 책임감을 느끼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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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잡고 서 있다. |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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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그렇게 절실함의 대결이었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국민은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나눠줬다.
느닷없이 등장한 이회창 후보는 보수양강구도를 원했지만 국민은 거부했다. 그는 정계복귀를 하면서 거창한 말들을 동원했지만, 국민은 그에게 15% 가량을 줌으로써 그의 선택이 '새치기'에 불과하다고 심판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3% 득표는 자기혁신 없는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의 외면을 보여준 것이다. 권영길의 대권 3수는 진보정당도 낡고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자기혁신하는 진보정당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면 민노당의 성적표는 달랐을 것이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는 정치데뷔 4개월만에 6%에 가까운 득표를 해, 지지자들은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사람 중심'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신자유주의를 당연시하던 정치권에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너무 늦게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준비가 덜 돼 있었다. 국민은 그의 깨끗한 개인적 삶에 대해 참신함을 느꼈지만, 정치인 문국현과 그의 당에 대해서는 아직 대안세력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선에서 10년 역사의 민노당 후보보다 2배 가까운 높은 득표를 올림으로써 소중한 씨앗을 뿌렸다. 다가오는 총선과 그 이후에 그와 그의 당이 어떻게 진정한 정치인, 정치세력으로 성숙돼 가는지를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3. 이명박 특검대상 대통령 당선자 시대, 현명한 국민이 지켜보는 것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임과 동시에 특검의 조사 대상자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과반의 득표를 했다는 사실이 BBK 사건과 도곡동 땅 문제 등 그의 숱한 의혹과 혐의를 자동으로 씻어주지는 못한다. 이제 곧 시작될 특검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이며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이명박 당선자의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특검 조사 결과, 이명박 당선자가 '무혐의' 처리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만약 특검 조사 결과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기엔 부적절한 불법행위를 한 것이 드러난다면 이명박 당선자는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특검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해야 한다. 대선 과반의 득표를 무기로 특검활동에 불성실하게 응한다면, 혹은 방해를 기도한다면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국민은 현명하다. 집권세력인 노무현 정권과 대통합민주신당을 가차없이 심판한 2007년 12월 19일의 국민은 현명했다. 특검 대상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진정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될만한 도덕성을 갖고 있는지, 그 검증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그 현명한 국민들은 다시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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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BBK사건 연루의혹 등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이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98명 중 출석의원 16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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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생산적 진보'의 길을 다시 개척하자
대선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의 장이지만 더불어 시대정신을 가꾸는 공간이다.
냉정히 보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12.19대선에서 승리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민족통일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시대정신은 특별히 제시하지 못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그들은 이제 그 반사이익을 더 이상 누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드러내는 날도 빨리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고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세력이 또 다른 반사이익을 누리는 전략으로 다가오는 총선과 그 이후를 맞이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이른바 '과거의 민주화세력'은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의 정립을 위해 온힘을 다해야 한다. 민주·반민주 구도가 약발이 떨어진 이후에 국민들을 상대로 '왜 우리와 계속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연구와 실천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함께 갈 준비가 돼 있다.
'과거의 민주화세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권·시민운동계·학계·언론계여, 12.19 국민의 채찍을 감사한 마음으로 달게 받자. 밑바닥에서 다시 출발하자.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생산적 진보의 길을 다시 개척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