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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건강

강화도 사자발약쑥(대자보 060701)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9.

 

 

 

건강 지킴이, 강화도의 사자발쑥을 아십니까?

잊혀졌던 강화도 특산물 사자발쑥 증식성공, 겨레 생명자원으로 키워야
 
<대자보> 김영조
 
'쑥'은 단군신화를 시작으로 우리 겨레와 함께 해온 식물이다. 삼국유사 (三國遺事) 중 "時神遺靈艾一炷 蒜二十枚日(시신유령애일주 산이십매일)" 즉,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먹었던 것이 마늘과 쑥이라는 이야기다. 단군의 어머니가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으니, 우리 몸에는 쑥의 성분이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사자발쑥 모양     © 김영조
 
쑥은 보통 들판의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38종이 있다. 각각 모양과 향기, 성분 등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 겨레는 어린 쑥으로 떡을 해먹었음은 물론, 갖가지 형태로 조리해 먹거나 뜸, 목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쑥은 악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쑥은 무엇보다도 약초이다. 쑥은 뛰어난 약효 때문에 '의초' 또는 '천연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그것은 폐허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남는 쑥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땅 어디고 쑥이 돋아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쑥의 생명력은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의 잿더미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오른 식물이 쑥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중 뜸쑥은 애엽(艾葉), 애호(艾蒿), 황초(黃草), 구초(灸草)라고도 하며, 한방에서는 중요한 약초로 쓰인다. 최근에는 쑥차나 쑥환 등 다양한 건강식품으로 개발되어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뜸쑥은 일반 쑥(나물 쑥)과는 달리 줄기와 잎 뒷면이 거미줄 같은 흰털이 빽빽이 덮여 있고 줄기의 윗부분이 조금 누렇다.

그런데 그 쑥 중에서도 '사자발'을 닮았다 해서 '사자발쑥(사자족애 : 獅子足艾)'으로 불리는 쑥이 강화도에 있다. 사자발쑥은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2권 - 경기[7]-[강화도호부]'에 사자 발바닥 모양 같은 쑥이라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후기의 의서(醫書) 방약합편(方藥合編)에도 사자발쑥 기록이 보인다. 이미 조선시대 사자발쑥은 강화도의 특산품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 사자발쑥을 발견하여 증식에 앞장 선 김국현 씨와 아내 유귀녀 씨 © 고운맘 제공
 
하지만 이 사자발쑥은 그 동안 문헌에만 존재할 뿐 거의 전설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강화도의 한 농민이 15년 전 발견해 다시 재배하기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내2리의 김국현 씨가 아내 유귀녀(69) 씨와 함께 쑥밭을 가꾸던 중 사자발쑥을 발견했다. 이들은 사자족애를 우리말로' 사자발쑥'이라 이름하고 한 포기씩 증식시켜 나갔다. 물론 지금이야 김국현, 유귀녀 씨 대신 그의 아들 김영구씨와 며느리 서영임 씨가 대를 잇고 있다.

원래 강화에는 예로부터 마니산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좋은 쑥이 자생하였다. 강화는 오염되지 않은 지역일 뿐만 아니라 해양성 기후에 물빠짐이 좋은 토질 등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품질 좋은 쑥이 생산된다. 강화도의 자생쑥으로는 사자발쑥 외에 싸자리쑥(싸주아리, 황해쑥)도 있다.

이중 싸주아리는 강화에서 예부터 자생하고 있는 약쑥이다. 향이 높고 잎 뒷면이 희며, 잎 형태가 새의 날개 모형이면서 평평하고, 줄기가 부드럽고, 흰색을 띠고 있다.

사자발쑥은 강화 자생약쑥 중 가장 품질이 우수한 약쑥으로 키가 70cm 내외로 자라며 줄기가 다소 굵고 곧게 자란다. 잎 모양은 사자발바닥 모양으로 단순하게 갈라져 있고 잎 끝이 뾰족하면서 약간 위로 오므라진 형태이다.
 
▲ 사자발쑥을 길에 널어놓고 작업을 하는 김국현 씨의 며느리 서영임 씨와 아들 김영구 씨     © 김영조
 
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지 제14권 제1호에는 조연희 씨의 '인진쑥, 황해쑥, 사자발쑥의 정유성분 및 항균효과'란 논문이 있다. 연구는 국내 자생 방향성 식물로부터 고기능성 향료 작물 개발을 목적으로 쑥속 식물인 인진쑥, 황해쑥, 사자발쑥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정유함량은 인진쑥 0.27∼0.5%, 황해쑥 0.4∼1.2%, 사자발쑥 0.5∼1.4%으로 사자발쑥이 가장 높았다. 또 충치의 원인균인 연쇄구균 돌연변이체(Streptococcus mutans) 등에 대한 항균력 검정에서 가장 강한 항균활성을 보였다고 한다.

강화약쑥의 성분을 보면 항암성분인 유파틸린, 항위궤양성분인 세오시딘을 포함 아밀라제, 콜린, 아르테모즈, 유칼립톨과 정유성분 65종, 비타민, 단백질, 칼슘, 마그네슘, 철분, 칼륨, 인 등 사람 몸에 유익한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다.

약쑥의 다양한 사용방법이 강화농업기술센터 누리집에 나와있다. 그중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 사자발쑥이 기록된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2권(왼쪽)과 방약합편     © 김영조
 
먼저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데, 말린 쑥 한 주먹 정도를 주전자에 넣고, 물 600∼800㎖ 정도를 붓고, 얇게 썬 생강을 2∼3조각 넣어 끓인다. 20분 정도 끓이되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다린다. 이를 하루 100㎖씩 3번 마신다. 다만, 쑥차를 끓일 때 쇠로 된 주전자는 쑥의 타닌 성분과 반응하여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피한다.

쑥술을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1.8ℓ의 주둥이가 큰 병을 준비하고, 말린 쑥을 믹서기로 갈아 가제 자루에 담아 병에 넣고 소주를 부어 2달 정도 놓아두면 쑥술이 된다. 이때 쑥의 양은 병의 1/3∼1/4 정도가 적당하며, 쑥술은 매일 저녁 20㎖ 정도 마시면 좋다고 한다.

또 약쑥은 베개나 방석 및 이불에 쓸 수 있으며, 목욕할 때 건조쑥 30∼50g을 가제 수건에 싸서 온수에 담갔다가 넣으면 좋다. 쑥을 자루에 넣어서 욕조에 넣을 때는 건조쑥 100∼ 200g 정도를 섭씨 40도의 따뜻한 물에 30분쯤 미리 담갔다가 쓰면 된다. 목욕이 끝난 후 말려 다시 써도 좋다.

강화군의 우수한 농특산품인 강화사자발쑥을 주원료로 한 다양한 건강식품과 건강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최초 발견자 김국현 씨의 며느리 서영임 씨는 사자발쑥 생산단지 2.5Ha, 공동증식포 1000㎡, 공동건조저장고 330㎡를 바탕으로 사자발뜸쑥, 사자발쑥 추출액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발쑥뜸기, 좌욕쑥뜸기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더불어 공급한다.
 
▲ 서영임 씨가 판매중인 상품들(시계방향으로 뜸쑥, 사자발쑥 추출액, 좌욕쑥뜸기, 발쑥뜸기)     © 김영조
▲ 강화도에서 생산, 판매 중인 사자발쑥을 이용한 상품들.     © 강화농업기술센터 제공
 
또 강화에는 강화농업기술센터의 지도로 여러 농가가 뜸쑥과 추출액은 물론 사자발쑥을 이용한 쑥환, 뜸봉, 비누, 화장지, 화장품 따위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쑥 냉면, 쑥 칼국수, 쑥 만두, 쑥 수제비를 생산하는 업체도 있다. 이에 따라 농가소득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사자발쑥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쑥담배를 개발한 공로로 2002년부터 3년 연속 '한국불교승단협의회'를 비롯한 137개 종단의 연합 추천의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고운맘 스님이 적극적으로 나선 데 있다. 스님은 사발발약쑥이 처음 발견된 곳에 기념비를 세울 계획을 하고 있다.

우리 겨레의 탄생설화와 관련된 쑥, 이 쑥은 그저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머리라는 뜻의 마니산에는 쑥에 의해 태어난 단군왕검이 제사를 지냈다고 알려진 제단, 첨성단이 있다. 그리고 이 첨성단은 고구려, 신라, 백제시대의 여러 임금이 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고, 전국 체전의 성화가 채화되는 우리 겨레의 성지이다.

이 강화에서 생산되는 사자발 약쑥은 단순한 분석의 가치를 초월하는 우리 겨레의 생명자원은 아닐까? 더구나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소중한 강화만의 특산물이다. 사자발 약쑥을 활용하여 곰이 아닌 사자의 건강을 이어받으면 좋을 일이다.
 
▲ 강화도의 사자발쑥 관련상품 생산, 판매자 목록     © 강화농업기술센터 제공
 

* 글쓴이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으로 민족문화운동가입니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입니다.
2006/07/01 [12:22]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