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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조선일보>, 사적 보복기관으로 전락"(심규상 080328)

by 마리산인1324 2008. 3. 30.

 

<오마이뉴스> 2008.03.28 14:3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66238&PAGE_CD=R0500&BLCK_NO=2&CMPT_CD=S0331&NEW_GB=

 

 

"<조선일보>, 사적 보복기관으로 전락"

[인터뷰] 물러나는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조선> 사설 반박

 

 

  
독립기념관 김삼웅 관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삼웅

27일 오후 5시 40분 경. 김삼웅(65) 독립기념관장은 3년 5개월 간 머물렀던 집무실을 떠나

려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독립기념관을 떠나는 그를 붙잡고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김 관장은 지난 25일 국가보훈처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18일 간부회의에서 사임을 발표한 뒤 국가보훈처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20일, 전명운·장인환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미국에 머물고 있던 22일 <조선일보>는 <'민족반역세력이 지배해온 나라' 국회의원 되겠다는 김삼웅씨>라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김 관장의 일생을 송두리째 폄훼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가 4월 총선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비공개 신청한 것과 관련 "새 정부 들어서도 자리를 뜰 생각조차 않고 뭉개고 있더니 그 뒷전으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바삐 움직였던 모양이다"고 썼다.

 

이어 "1970~80년대 신민당·민한당·평민당 등에서 당보(黨報)를 만들다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 주필로 발탁됐던 인물"이라며 "한 정당과 한 정치인의

머슴살이를 하다 마름으로 출세했다"고 했다.

 

"나 같은 사람까지도 좌파로 몰아붙일 정도라면..."

 

독립기념관장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광복회원들은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이 맡아온 독립기념관 개관(開館) 이래의 관행을 깨뜨린 인사라고 크게 반발했다"고 토을 달았다. 지난 해 10월 임기가 1년 연장된 데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가 코드 덕에 1년을 더 연장해줬다'고 단정했다.

 

<조선>은 이어 김 관장이 "'2차 대전 후 민족반역세력이 주류가 된 나라는 한국과 남부 베

트남뿐'이라고 했다"며 "김 관장 코드의 정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역사관(觀)"이라고 톤을 높였다.

 

사설의 마지막 단락에는 그대로 옮기기 민망할 정도로 독설이 묻어난다.

 

"새 정권에서도 밥자리에 목을 매 독립기념관장 자리를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것은 비루하

기 짝이 없다. 더구나 자기 입으로 '분단·독재·전쟁·외세 세력이 지배해 왔다'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뒷전으로 공천 신청까지 했다니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 것이

아니다. 몰래 공천을 신청한 것은 아마도 낙천되더라도 계속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눌러앉겠다는 양다리 걸치기였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히틀러의 심복이었던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나치 정권의 당

선전장관)가 '신문은 피아노 건반이다. 어떻게 두드리느냐에 따라서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된다. 나에게 한 문장만 허락된다면 천사를 악마로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나

같은 사람까지도 좌파로 몰아붙일 정도라면 언론의 위험도가 수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관장은 대통령 재가 이후인 31일 퇴임식을 할 예정이다.

 

  
3월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민족반역세력이 지배해온 나라' 국회의원 되겠다는 김삼웅씨>
ⓒ 조선일보PDF
김삼웅

 

아래는 <조선> 사설과 관련 김 관장과 나눈 주요 일문일답이다.

 

-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신청했다. 국회에 진출하려 한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개혁을 위해서였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언론개혁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지엽적인 것을 가지고 싸우다 보니 본질은 손도 못댔다. 우선 먼저 신문사 등

일부 언론이 방송사를 소유해 여론 독점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

 

- 그런데 왜 비공개 신청했나?

"전명운·장인환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행사 등 국내외 사업이 예정돼 있었다. 때문에 조

직이나 여러 공식행사에 누가 될 것 같아 비공개로 신청했다. 같은 이유로 그동안 다른 기

관장들도 비공개 신청을 해온 것으로 안다. 분명한 것은 특정 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것이 떳떳하지 못해 비공개로 신청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선>은 '밥자리에 목을 매 낙천되더라도 계속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눌러앉겠다는 양다리 걸치기였던 모양이다'고 썼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해 10월 임기가 끝났을 때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추측을 전제로 인신공격성 기사를 쓸 수 있나."

 

"코드 덕에 임기 1년 연장됐다니...!"

 

- <조선>은 임기가 1년 연장된 데 대해 '노무현 정부가 코드 덕에 1년을 더 연장해줬다'고

썼는데?

"임기가 올 10월까지 연임된 것은 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1년 단위

로 임기를 연장해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한나라당이 같이 만든 것이다.

 

지난 해 독립기념관은 우수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또 인적자원개발우수기관 인증패도 받았다. 국가보훈처 산하 33개 국가기관 중 세 번째로 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에 따라 임기가 1년 연장된 것으로 노무현 정부 코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 <조선>은 김 관장이 '2차 대전 후 민족반역세력이 주류가 된 나라는 한국과 남부 베트남뿐'이라고 말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역사관'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언젠가 이승만 정권하의 장관과, 군부, 사법, 경찰 등 70% 이상이 친일부역자라는 임종국

선생의 자료를 근거로 해방 직후 제 1공화국 당시를 설명한 것이다. 이를 현재에 붙여 공격의 소재로 삼는 것은 교묘한 말장난에 다름 아니다.

 

재임기간 3년 동안 국정원, 평통자문위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수 십차례에 걸쳐 미국의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교수의 말을 인용해 '2차 대전 후 가장 성공한 나라는 남한'이라고 말해 왔다. 집약적 경제발전과 수평적 정권교체 등을 예시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 체제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해 왔다. 그런 나에게까지 어떻게 좌파로,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일 수 있나."

 

- <조선>은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장이 된 데 대해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이 맡아온 독립기념관 개관 이래의 관행을 깨뜨린 인사라고 크게 반발했다'고 주장했는데?

"독립운동가나 후손이 맡아 오던 독립기념관장직을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식인데 사실이 아니다. 나는 공모를 통해 관장직을 맡았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역사학자, 독립기념관이사장, 광복회 회장, 박물관협회 회장, 현직 기자협회 회장 등이 심사했다."

 

- 당시 신문에 '2·3위와 상당한 점수 차로 1순위 추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

고문을 쓴 것을 놓고 "심사 결과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당시 <조선> 등 언론에서 사전에 점수를 알고 있었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래서 이

런 인격모독을 당하면서까지 독립기념관장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자 당시 심사위원들이 2·3위와 점수 차가 많이 나는데 언론에서 그런 보도를 한다고 안한다고 하면 되느냐고 해 그런 줄 알게된 거다. 이를 심사결과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예단해 공격의 소재로 사용하니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윤전기 철거따른 개인적 보복... <조선>, 사적 보복기관으로 전락"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독립기념관

- <조선>은 1970~80년대 야당에서 당보(黨報)를 만들다가 신문사 주필로 발탁됐던 인물이라며 한 정당과 한 정치인의 머슴살이를 하다 마름으로 출세했다고 썼다.

"70, 80년대 야당 당보 편집국장과 주간을 맡아 일해온 것을 비아냥거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군사독재시절 당시 제도 언론이 제기능을 못할 때 민주전선 등 야당 당보는 언론 자유를 위해 역할 했다. 학생들의 의견과 성명서, 서민들의 억울함을 보도하고 공개하며 오히려 자유언론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 때 권력에 유착했던 언론인들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비아냥거릴 수 있나. 묻고 싶다. 내가 20년 동안 야당 기관지 만들면서 숱하게 압수, 고문, 수배를 당할 때 권력에 유착했던 언론인들은 어디서 뭘 하고 무슨 글을 썼나? 한국 지식인 사회와 언론계가 곡학을 일삼았던 사람들에게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거꾸로 참혹한 군사독재와 싸웠던 사람들을 비아냥 꺼리로 삼나?"

 

- <조선>이 왜 사설로까지 김 관장을 지목해 공격했다고 생각하나?

"독립기념관 이사로 있을 때 독립기념관에 있던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고 그 이전에 언

론사 사주들의 친일행적 및 언론의 곡필사 등을 쓴 데 대한 개인적 보복이라고 본다. 이같

은 속내를 교묘하게 위장해 이념적인 색칠을 하고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조선>은 내가 독립기념관 관장재임기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로지 앞뒤 다 자르고 토막을 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 것으로 매도했다. 전형적인 매카시즘이다. 언론이 특정정파에 편향되거나 특정인들을 매도하는 사적 보복기관으로 전락했음에 다름 아니다."

 

"야당·민주세력까지 수구언론의 불장난에 침묵해서야..."

 

- 결국 비례대표에서 낙천됐다. 지금 심경은?

"히틀러의 심복이었던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나치 정권의 당 선전장관)가 '신문은 피아노 건반이다. 어떻게 두드리느냐에 따라서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된다. 나에게 한 문장만 허락된다면 천사를 악마로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나같은 사람까지도 괴벨스식의 논리로 좌파로 몰아붙일 정도라면 언론의 위험도가 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민주당을 비롯 정론과 민주언론을 추구했던 운동세력들이 이제는 거의 제 기능을 못하고 보수 수구언론의 불장난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인 사회의 어둠이 짙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때문에 '언론피해구제 금고' 같은 것을 만들어 타락한 언론으로부터 희생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후임 독립기념관장은 어떤 사람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바른 역사의식과 행정능력, 국제 평화운동과의 연계 등 넓은 시야를 가진 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나친 영어몰입 현상 등으로 독립운동사를 점점 망각하고 있는데 독립기념관에서만이라도 우리 역사를 지키고 민족의 정통성과 자존을 지켜나가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