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8년 03월 31일 17:23: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3311723025&code=960100
“새 진보는 사람중심” “성장담론 냄새” | |||
‘한국 진보의 대전환’ 토론회 열띤 논쟁
그가 말하는 ‘기존 중도 진보의 실패’는 노무현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배반당했음을 뜻한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실패도 지적했다. 그는 “(민노당의 실패는) NL과 PD라는 구 진보 노선의 최종적 실패에서 비롯됐다”며 “이미 생명력을 다한 20세기 전반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주의와 20세기 후반 대량 생산경제 시대의 생산력주의적이고 분배지향적인 구 좌파의 노동자주의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노당에서 분리돼 나온 진보신당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선언하고 이른바 적녹동맹을 지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글로벌적이고 수평적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구 진보의 틀 속에 있다”며 진보신당 역시 구 진보와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등 여러 진보적 사회운동도 국민의 품으로 파고드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보진영이) 21세기 민중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생각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지금 한국의 민중은 누구이며, 그들의 진정한 욕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은 무엇인지에 관한 깊은 성찰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새 진보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면서도 다양한 계층을 포용해 사회를 통합하는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며 실현가능한 현실주의적 진보를 새 진보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반시장 경제, 반기업 이미지 탈각 △국가안보 중시 △북한주민 인권보장에 대한 관심 △실생활에서 출발하는 이론과 정책 △이상주의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말 것 등 새 진보의 10대 준칙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진호 교수는 “이것을 과연 ‘진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는 “진보의 실패 담론은 항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시작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올드’ 운동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가버린다”면서 “왜 ‘반기업’ ‘반시장’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것이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 때문인데 그런 것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안보 얘기도 군사적 대결이나 전략 얘기가 아니라 평화와 연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북한 인권 문제도 탈북자 얘기뿐 아니라 개성공단에서 착취당하는 저임금 노동자들 문제를 직시하는 것, 나아가 통일이 되면 그런 개성공단이 수백 개는 더 생길 것이라는 점에 대비하는 것이 더 진보적 시각 아니냐”고 논박했다. 결과적으로 “(김 교수가) 구 좌파에 대한 차별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다.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교수가 모든 것을 다 싸잡아 비판하며 결국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기든스 유의 제3의 길인 듯하다”며 “그런데 이것도 과연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교수는 “노조의 ‘전투주의’를 비판하거나 ‘너무 싸우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폭발하는 다원적 욕구들을 어떻게 담아내고 새 전환의 동력을 어디서 끌어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한국의 진보세력은 여전히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며 “성장과 발전을 말하는 순간, 그것은 ‘생산적 진보’가 아니라 파괴의 진보로 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형기 교수가 내세운 진보의 10대 준칙만 보면 ‘뉴라이트’로 오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뉴레프트’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쓰는 것은 2004년부터 불었던 ‘뉴라이트’의 프레임에 갇힌 결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김 교수는 “진보진영이 국민의 폭넓은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진보의 의제를 의도적으로 넓히려는 것”이라고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입장은 종종 자본의 연성권력, 또는 보수진영의 자장 안에 포섭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에 참여했을 때도 그런 시선을 받았다. 삼지모에 대해 김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 후 기자와 만나 “삼성을 안에 들어가 바꾸겠다는 목표로 삼지모에 참여했으나 삼성은 겉으로 하는 말과 속내가 달라 적잖이 실망했다”며 “조만간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진보의 외연을 넓힘으로써 궁극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진영에게 비판 받더라도 좋은정책포럼을 통해 계속 이 같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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