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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것(한겨레블로그 080410)

by 마리산인1324 2008. 4. 10.

 

<한겨레> 2008-04-10 오후 02:27:45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81058.html

 

[블로그]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것
민주당은 중도개혁정당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블로그
 
'혹시?'하던 기대감이 '역시'가 된 이유
 

이번 총선 결과가 '혹시?'하며 의외의 결과를 기대 했던 통합민주당으로서는 맥이 풀렸겠지만 이것은 지극히 당연할 결말 이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통합민주당 측이 '혹시?'하고 기대를 가졌던 이유는,
첫째, 거대 집권 여당의 탄생에 부담을 느낀 국민의 견제심리가 발동하기를 바라는 기대감
둘째, 당선 이후 폭주를 거듭해온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발 기대
셋째, 이른바 공천 혁명으로 불려졌던 [박재승효과]에 대한 기대
넷째, 고립 내지는 와해 위기감을 느낀 중도개혁지지세력의 결집에 대한 기대 등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본다면 이런 민주당의 기대 섞인 예상은 어느 하나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명박정권의 폭주를 목도하면서도 견제 심리를 가동하지 않았고, 공천혁명의 약발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뿐 만 아니다. 개표 결과가 선거 전에 있은 여론조사 수치보다 더 낮게 나타난 것은, 적지 않은 민주당 투표성향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이번 선거결과를 어떤 측면에서 분석한다 할지라도, 국민과 지지자 모두가 "견제 정당으로서도 집권 대안 정당으로서도 지금의 통합민주당은 답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통합민주당이 가야할 길

 

이명박 정권이 영어몰입교육 소동과 투기내각 구성, 대운하 물밑 추진, 의료보험 민영화 등 민심에 반하는 수많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이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만 세력이 사실상 정부 여당을 견제할 유일한 정치 세력인 통합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구하는 것만이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4년간에 걸쳐 볼락에 몰락을 거듭해 온 중도개혁세력이 지지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므로 이런 측면에서 통합민주당이 가야할 바른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 민주 정당으로서의 의사체계 확립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른바 [박재승효과]를 기대 했지만, 결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공천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민주당의 타율성과 비민주성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물론 민주당이 해체와 재결집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 정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총선을 맞이한 까닭에 지난 총선에서처럼 상향식 공천 같은 시도를 할 여유가 없었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민주당이 지지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민주정당으로서의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 달리 민주당의 체제 정비와 관련하여 총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놓고 당내 계파 간에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민주당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총선 이후 민주당의 체제 개편은 비록 여건이 어렵더라도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안 되면 민주당의 발전도 없다. 민주당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2.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라.

 

총선 기간 동안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민들은 민주당을 자기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비단 이번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당 모두가 "우리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서민과 증산층]이란 선전구호만으로는 민주당의 중도개혁적 성향을 대중에게 어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서 집권대안세력으로서의 기치를 확고히 하자면,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어떻게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며, 고용을 촉진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며, 통일과 안보, 교육 복지 정책 등에 대해 어떤 지향점을 가진 정책을 추구하는 지에 대해 현상에 대한 땜빵식 처방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철학이 담긴 리더십을 제공해야 한다.

 

3. 정치 문화를 바꿔야...

 

민주당은 많은 진통을 겪고 이 자리에 섰지만, 당의 해체와 재결집 과정이 가치 중심이 아닌 세력 중심의 이합집산이었던 까닭에 [도로 열린당]이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손학규 체제로 총선을 치룬 지금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맥에 의한 계파 정치와 지역 연고에 의존한 정치문화가 당의 올바른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폭 넓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주발전과 사회개혁에 대한 확고한 원칙 수호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통한 가치 추구
절차적 민주주의의 가치 존중
계파 정치 같은 인맥 중심의 정치 청산
정책 중심의 연대 활성화 등이 우선적으로 실천 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아직도 천길 벼랑 끝에 서 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는 투표를 통해 단지 한 표로서 말할 뿐 이지만, 전체 유권자의 의사는 표심 하나 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사회를 견인하는 냉정한 방식이다. 지난 4년간 중도 개혁세력은 표심을 읽는 데 있어서, 객관성을 배제한 채 자기들 유리한 대로 해석하기를 반복해 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총체적 불신 사태를 불러 온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에 관련해 드러난 민심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민주당으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의 입장에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며 작금의 현실을 참담해하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민주당이 지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더 비참한 처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바닥은 아직 천길 낭떠러지 아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