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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책]옥한석 등 공저 <세계화 시대의 세계지리 읽기>

by 마리산인1324 2006. 12. 26.

 

 

대자보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17058&section=section9&wdate={등록일}

2006/09/08 [11:01]

 

 

더 멀리 더 높이, 세계화시대의 세계지리 읽기

[책동네] 암기용 텍스트가 아닌 비판적 사고와의 콘텍스트로서의 시도
 
황진태
 
얼마 전 전국지리교사모임 회장 김대훈은 <한겨레> '왜냐면'에 기고한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통합사회''라는 글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지리적 문맹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지리교사모임이 올해 초 전국의 고등학생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분의 1이 독도가 남해에 있다고 대답하였으며, 3분의 2가 여섯 대륙을 나열하지 못했다. 또한 압록강 너머에 있는 나라가 러시아라고 알고 있는 학생도 3분의 2나 됐다. 영토나 자원 측면에서 볼 때 세계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 청소년들의 지리적 문맹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한석,이영민,이민부,서태열 공저 <세계화 시대의 세계지리 읽기>의 표지     © 한울아카데미, 2005.09
기고문의 제목 그대로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통합사회''를 추구하는 그 이면의 본질적 이유는 자기 학문의 '나와바리' 그러니까 밥통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파워게임이다. 얼마 전 사적인 자리에서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한 지리 전공 교수는 지리 분야의 열악함과 타 과목 쪽의 로비전에 의한 (가령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서 비춰진 냄비여론) 지리영역의 침식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면의 내용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교과과정이 구성된다는 허구적 진실 앞에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반사된다. 그저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토로하는 이야기일 뿐인 것이다. 

하룻밤에 시정될 가능성이 없는 정치적인 구린내는 걷어내고 여기서는 지리적 문맹의 위험에 노출된 학생들에게 권장하는 책을 소개하는데 지면을 할애하고자 한다. 즉, 사회를 보는 눈에 거미눈과 같은 다중적인 시선의 요청을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시선의 구축은 종국에는 앞서서 이야기한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현실태를 그러니까 구린내 제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세계화시대의 세계지리 읽기>의 저자들은 국내 지리학계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학문적 토대를 인정받고 있다. 저자들은 본서의 발간 목적을 "세계를 통해서 한국을 보고 한국을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우리에게는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중략) 이 책은 한국인의 세계를 보는 시야를 보다 넓히기 위하여 집필되었다"고 밝혔다.

첫 장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세계화와 그 영향에 대해서 주제로 다루고 있다. 지금 한국이 '미국의 세계화' 미국과 FTA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유시장의 긍정이 과연 긍정만 있고 부정은 없는 지에 대해서 중고생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개론수준의 '유럽의 세계화', '유교자본주의의 세계화', '일본에 의한 세계화' 등의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미국의 세계화'와 비교하는 사고를 유도하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중고생의 눈높이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수월하게 '사건'을 조망할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미국의 이민집단과 다문화주의에 대해서 긍정하면서도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실체와 9·11테러 이후에 “미국은 21세기에도 세계화를 주도할 것인가”에 대해서 반문한다. 제도권 지리학자의 입장에서 최대한의 균형점을 시도하려고 했던 점만큼은 칭찬하고 싶다. 그 밖에도 라틴아메리카, 유럽연합, 남부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별로 자연지리적인 측면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역사를 짚고서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보는 다양한 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지리를 세계지리를 공부하는 당위성이기도 하다.

지리, 암기용 텍스트가 아닌 비판적 사고와의 콘텍스트로서의 시도

월포드(Walford,1981)는 지리교육 이데올로기에는 전통적 인문주의 교육 이데올로기, 학생중심 교육 이데올로기, 실용주의적 교육 이데올로기와 함께 사회재구성적 교육 이데올로기(reconstructionist tradition)를 주장했다. 사회재구성 중심 지리교육 이데올로기는 "지리적 맥락이 강조되는 사회 내에서의 공간적 불평등과 불균형을 강조하고 학생들이 사회적, 환경적 관심을 나타내도록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서태열, 지리교육학의 이해, 28쪽 참조) 

지리는 단순히 수능시험을 대비하는 암기용 텍스트들로 수명이 다하는 게 아니다. 나는 아이들이 '개인지리'(Fien의 개념)를 활성화를 통해서 그들이 바라보는 경관에 비판적 사고를 연결하는 콘텍스트로 지리가 다가갔으면 바람이다. 

'왜냐면'에 실린 김대훈 씨의 마지막 발언이 지리학도로서 당위적인 질문을 폐부에 거듭하여 찌르고 있다. "지리교육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레바논 분쟁 문제, 아프리카 난민 문제, 사막화의 확산, 열대림의 파괴와 지구 온난화 문제, 물 분쟁, 자연 재해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구촌 문제를 가르치고 배우며 평화와 연대, 환경 의식을 심는 교과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우리 아이들에게 지리교육은 배워도 그만, 배우지 않아도 그만인 지식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살아갈 인간으로서 당연히 알고 실천해야 할 덕목을 가르치는 교과다."

신냉전구도의 편입, 남북대치, 동북공정, 독도분쟁, 치열한 지정학적 무대의 한복판에 살면서도 '3분의 1이 독도가 남해에 있다고 대답하였으며, 3분의 2가 여섯 대륙을 나열하지 못했다. 또한 압록강 너머에 있는 나라가 러시아라고 알고 있는 학생도 3분의 2나'되는 한심한 지리적 문맹률은 존재의 무식함을 드러낼 뿐이다. 아이들에게 준주변국의 지정학적 사고의 치열함과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감성이 공존하는 지적성장을 위하여 본서의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