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저자 : 우석훈
출판사 : 녹색평론사
출간연도 : 2006
이전에 서평을 올린 바 있었던 '한미FTA 국민보고서'가 그 충실한 분량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논점을 서술했던지라 다소 산만했던 감이 없지 않아서 읽은 책 되겠다. 사실 책을 구입하게 된 데에는 저자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한몫 했는데, 경제학자이면서도 단순히 경제 '그 자체'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외생적 요소' 또한 학문적 탐구에 있어서 빼놓지 않는 저자의 연구방향에 굉장히 공감도 했고, 관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한미FTA를 언급하기 이전에 우선 2차대전 이후의 세계무역체제가 어떠한 경로로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한미FTA가 세계무역의 화두(?)로 등장하였는지를 시작으로 과연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FTA를 진행시키고 있는지, 이처럼 정부가 독주를 넘어 '폭주'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한미FTA의 근본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본서가 이런 류의 다른 서적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 몇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먼저 '협상론'에 상당부분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부분을 들 수 있겠다. 저자는 외교 협상에 대한 자신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외교라는 '게임'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범하고 있는 실책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한미FTA에 대한 경제적인 분석 또한 놓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어떻게하다 이처럼 불합리해 보이는 한미FTA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석 또한 이 책만이 갖고 있는 특징으로 보이는데, 주민투표법은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차대한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부의권은 오로지 대통령에 일임되어 있으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효성있는' 의사표현은 5년에 한번 돌아오는 대통령선거에 의해서만(아울러, 책에서 지적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선거는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권자의 선택에 있어서 제한이 올 수밖에 없다)가능한 소위 '87년 체제'의 모순과 현 정부의 '닫힌구조', 그리고 상대(즉, 미국)와의 협상에서 알아야 할 것은 정작 모르면서 '국민'을 상대로 협상에서 '이기는 법'만 너무 잘 알도록 기형적으로 발전된 정부 시스템이 이러한 어이없는 한미FTA추진의 배경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FTA 협상 중지/연기 외에 우리의 선택이 가능한(?) 몇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있는 점 또한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자본과 상품 뿐 아닌 인력시장까지 개방 대상으로 하는 것, 대선 등에서 한미FTA를 주요이슈로 삼아 실질적으로 국민투표를 연계시키는 것 정도를 들고 있다.(사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다소 냉소적(?)이랄만한 이러한 옵션마저도, 협상중지/연기보다 현실적으로 '더' 실현 가능한 대안인지 굉장히 의문스럽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의 협상중지는 더욱 긴절히 요구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책이 돋보이는 점은 경제학의 학문적 외연을 넓혔다(혹은 독자에 따라선 철학적 판단과 경제학적 판단을 구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경제학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철학은 잘 모른다는 저자의 엄살과는 달리 굉장히 탁월했다. 사실 경제학에서 우리의 '생활'을 단순히 '외생적 요소'로 돌린다면 경제학은 그저 유한계급의 지식놀음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經濟)라는 것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생활적 요소를 배제한 경제학을 과연 경제학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추구하는 탐구분야를 조금 더 넓혀(혹은 기존 경제학의 탐구분야와는 별개로 경제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여) 우리의 '생활'에 대한 경제학적 탐구를 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FTA가 파생시키는 효과가 단순히 경제적 부문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우리 삶 전반에 미치는 것임을 생각해 볼때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분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부부 합산소득 6000만원 이하이신 분은 올해 안에 빨리 떠나시라'하는 것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너무도 현실적인 예상이기에 그만큼 비현실적이고 과격하게 들린다.(지나치게 '현실'적인 '예상'은 그 현실성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 정도를 제외한다면 책은 제목과 걸맞지 않게(?) 시종일관 진지하며 실증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즉 어줍짢은 이데올로기 공세는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책은 쉽고 재미있으며, 다루는 주제가 무색하게 유쾌하기까지 하다.
무진장 한가한 소리 되겠지만, 한미FTA가 추진되고 있는 이 시점은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좋은 '배움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활동가가 될 수 없다면(아울러, 여담이다만 모든사람이 활동가로 살아가는 사회를 올바른 사회라고 볼 수 있는가 또한 의문스럽다-이걸 개인적인 변명으로 생각해도 좋다-_-;;;) 한미FTA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그에 대해 '떠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참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곤한다. 암튼 결론적으로 이해영 교수의 추천사 말마따나 '한미FTA, 유쾌하게 읽어내고 옹골차게 반대하기를 원한다면' 당장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ps.저자인 우석훈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심있으신 분은 함 가보셔도 좋을 듯~!
저자 : 우석훈
출판사 : 녹색평론사
출간연도 : 2006
이전에 서평을 올린 바 있었던 '한미FTA 국민보고서'가 그 충실한 분량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논점을 서술했던지라 다소 산만했던 감이 없지 않아서 읽은 책 되겠다. 사실 책을 구입하게 된 데에는 저자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한몫 했는데, 경제학자이면서도 단순히 경제 '그 자체'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외생적 요소' 또한 학문적 탐구에 있어서 빼놓지 않는 저자의 연구방향에 굉장히 공감도 했고, 관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한미FTA를 언급하기 이전에 우선 2차대전 이후의 세계무역체제가 어떠한 경로로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한미FTA가 세계무역의 화두(?)로 등장하였는지를 시작으로 과연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FTA를 진행시키고 있는지, 이처럼 정부가 독주를 넘어 '폭주'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한미FTA의 근본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본서가 이런 류의 다른 서적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 몇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먼저 '협상론'에 상당부분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부분을 들 수 있겠다. 저자는 외교 협상에 대한 자신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외교라는 '게임'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범하고 있는 실책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한미FTA에 대한 경제적인 분석 또한 놓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어떻게하다 이처럼 불합리해 보이는 한미FTA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석 또한 이 책만이 갖고 있는 특징으로 보이는데, 주민투표법은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차대한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부의권은 오로지 대통령에 일임되어 있으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효성있는' 의사표현은 5년에 한번 돌아오는 대통령선거에 의해서만(아울러, 책에서 지적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선거는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권자의 선택에 있어서 제한이 올 수밖에 없다)가능한 소위 '87년 체제'의 모순과 현 정부의 '닫힌구조', 그리고 상대(즉, 미국)와의 협상에서 알아야 할 것은 정작 모르면서 '국민'을 상대로 협상에서 '이기는 법'만 너무 잘 알도록 기형적으로 발전된 정부 시스템이 이러한 어이없는 한미FTA추진의 배경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FTA 협상 중지/연기 외에 우리의 선택이 가능한(?) 몇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있는 점 또한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자본과 상품 뿐 아닌 인력시장까지 개방 대상으로 하는 것, 대선 등에서 한미FTA를 주요이슈로 삼아 실질적으로 국민투표를 연계시키는 것 정도를 들고 있다.(사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다소 냉소적(?)이랄만한 이러한 옵션마저도, 협상중지/연기보다 현실적으로 '더' 실현 가능한 대안인지 굉장히 의문스럽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의 협상중지는 더욱 긴절히 요구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책이 돋보이는 점은 경제학의 학문적 외연을 넓혔다(혹은 독자에 따라선 철학적 판단과 경제학적 판단을 구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경제학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철학은 잘 모른다는 저자의 엄살과는 달리 굉장히 탁월했다. 사실 경제학에서 우리의 '생활'을 단순히 '외생적 요소'로 돌린다면 경제학은 그저 유한계급의 지식놀음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經濟)라는 것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생활적 요소를 배제한 경제학을 과연 경제학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추구하는 탐구분야를 조금 더 넓혀(혹은 기존 경제학의 탐구분야와는 별개로 경제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여) 우리의 '생활'에 대한 경제학적 탐구를 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FTA가 파생시키는 효과가 단순히 경제적 부문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우리 삶 전반에 미치는 것임을 생각해 볼때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분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부부 합산소득 6000만원 이하이신 분은 올해 안에 빨리 떠나시라'하는 것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너무도 현실적인 예상이기에 그만큼 비현실적이고 과격하게 들린다.(지나치게 '현실'적인 '예상'은 그 현실성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 정도를 제외한다면 책은 제목과 걸맞지 않게(?) 시종일관 진지하며 실증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즉 어줍짢은 이데올로기 공세는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책은 쉽고 재미있으며, 다루는 주제가 무색하게 유쾌하기까지 하다.
무진장 한가한 소리 되겠지만, 한미FTA가 추진되고 있는 이 시점은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좋은 '배움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활동가가 될 수 없다면(아울러, 여담이다만 모든사람이 활동가로 살아가는 사회를 올바른 사회라고 볼 수 있는가 또한 의문스럽다-이걸 개인적인 변명으로 생각해도 좋다-_-;;;) 한미FTA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그에 대해 '떠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참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곤한다. 암튼 결론적으로 이해영 교수의 추천사 말마따나 '한미FTA, 유쾌하게 읽어내고 옹골차게 반대하기를 원한다면' 당장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ps.저자인 우석훈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심있으신 분은 함 가보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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