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81022.html
2006-12-28 오후 08:23:48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국내2)
문학에서 철학을, 다시 철학에서 삶을 길어내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삶의 절실한 문제를 개념적으로 파고들어 해명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임무 가운데 하나다. 김용규씨는 예술의 언어를 빌려 철학적 문제를 풀어쓰는 책을 많이 썼다.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는 문학 작품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철학적 문제를, 다시 말해 삶의 문제를 발견하는 글들을 모았다. 괴테의 <파우스트>, 헤세의 <데미안>, 사르트르의 <구토>, 카뮈의 <페스트>, 카프카의 <변신>,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포함한 13편의 문학 작품을 탐색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데미안>의 이 문장은 책의 성격을 요약한다.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논리 빈약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장하준의 논박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국가의 개입’은 마치 경제학적 범죄 행위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가 번졌다. 시장의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규제 철폐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국가 차원에서도 외국 자본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경제발전을 저지하는 주범이라도 되는 양 공격당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국가의 역할>은 이런 주장들이 경제학적 진실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신자유주의 주장의 모순을 명쾌하게 드러내고, 국가의 개입이야말로 경제 작동의 원천적 요인이자 시장 실패를 막는 장치임을 입증한다.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라고 해서 다 좋은 국가는 아니겠지만, 국가 개입 없는 좋은 시장은 없다는 것이 지은이의 결론이다. 이종태·황해선 옮김, 부·키 펴냄.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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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의 ‘작고 보잘것없는 사랑’ 큰 울림
가만히 좋아하는
과작의 시인 김사인(51)씨에게 올 한해는 매우 화려했다. 19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으로 제14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노숙>은 200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인사동에는 시집 제목을 옥호로 삼은 밥집도 생겨서, 시인의 문학상 수상 뒷풀이가 그곳에서 열렸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풍경의 깊이>)거나 “나비//그 앞에 고요히/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나비>)에서 보듯, 작고 보잘것없는 대상을 향한 조용한 사랑을 노래한 시집의 반향은 자못 크고 요란했다. 창비 펴냄.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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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 40일 노정에 서린 비단길 문명 재발견
실크로드 문명기행
문명연구가 정수일씨가 40일동안 서울과 이스탄불을 잇는 비단길을 다녀와 토해낸 기행문 형식의 보고서. 비단 외에 불교, 유리, 옥, 도자기, 석류, 한혈마, 의상 등이 어떻게 전해졌는가를 전한다.
도처의 유물 유적에서 가냘프게 존재하는 문명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학자의 형형한 눈빛이 느껴진다. 특히 신라인 혜초와 고구려 고선지의 유적은 집요하게 추적한다. 혜초가 묻힌 곳의 단서를 발견하고 탈라스 전쟁터를 비정한 것은 큰 소득이다. 각종 유물은 물론 지명과 전설을 아우르고, 현지인의 숨결에서 옛 자취를 더듬었다. ‘오아시스로편’에 이어 ‘해로 편’과 ‘초원로 편’을 낼 계획이다. 정수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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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용어 바로잡기 나선 35명 역사학자의 노작
역사용어 바로쓰기
35명의 학자들이 한국 근현대사의 논쟁적 용어 40가지를 되짚어 보면서 그 적절성을 따지고 잘못된 용어 사용의 배경을 살피며 대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에 위축돼 한반도 고대사 주역의 하나였던 가야를 수세적으로 해석한 결과인 ‘삼국시대’ 대신 고구려·백제·신라·가야를 시야에 올리는 ‘사국시대’가 올바르다는 지적(김태식 홍익대 교수)이 대표적이다. 6·25전쟁 대신 한국전쟁(박명림 연세대 교수), 통일신라시대 대신 남북국시대(송기호 서울대 교수), 신사유람단 대신 1881년 일본시찰단(이이화 서원대 석좌교수), 한일합방조약 대신 한국병합늑약(이태진 서울대 교수)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다. 한정숙 외 지음. <역사비평>편집위원회 엮음. 역사비평사 펴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기사등록 : 2006-12-28 오후 08:23:48 기사수정 : 2006-12-29 오전 12: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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