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벽 교수(성균관대/정치학)는 함석헌 선생님과 간디를 비교해 본다고 한다. 함 선생과 간디는 같으면서도 크게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이 차 교수의 설명이다. 사상적 깊이와 높이에 있어서는 함 선생님이 간디를 앞서고 있지만, 현실의 정치권력과 대결하는 데 있어서, 다시 말해 리얼 폴리틱스(Real Politics)에서는 함 선생님은 간디의 상대가 안 된다는 분석이다.
간디는 위대한 사상가이면서도 참으로 현실적인 정치가였다. 그는 항영독립운동을 하면서 철저하게 현실주의적인 전략전술을 구사해내는 탁월한 정치인이었다. 이를테면 단식을 할 때는 전세계의 언론을 불러모아 여론을 일으킨다. 간디는 현실정치의 본질을 꿰뚫어 요리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함 선생은 운동에 있어서도 이상주의적 사상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펼치면서 선생님은 단식투쟁을 했지만, 그것은 그의 집에서 아니면 저 산 속의 고요한 곳을 찾아 혼자 했다는 것이다.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지식인으로서 적극 참여한 바 있는 차 교수는 "선생님, 단식을 하려면 광화문이나 종로바닥에서 하지 원효로 집에서 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하고 전했지만, 함 선생님은 그런 쇼를 부릴 줄 모른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전집을 만들면서 나는 선생님을 늘 뵙게 되었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혼자이셨다. 선생님의 사상과 행동, 운동은 언제나 조직적이지 못했다. ... 선생님은 형식과 제도와 체제가 더 심화되고 구조화되면 그것이 곧 폭력화 되고 정치 권력이 되고 국가와 국가주의가 된다는 사상을 가지셨기 때문에, 선생님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였을 것이다. ...
나는 선생님을 뵈면서 선생님은 참으로 순진한 어린이로구나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질문명으로 오염되고 있는이 시대에, 선생님은 현대의 그 형식과 폭력에 맞서고 있는 순진무구한 어린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생님 앞에 앉으면, 아무 것으로도 꾸미지 않고 아무런 형식도 없는 선생님의 순수에 나 자신도 그런 분위기에 빠져들곤 하는 것 같았다. ...
--김언호, <책의 탄생: 격동기 한 출판인의 출판일기 1985-1987>(한길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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