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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대구시, 7월부터 '운하계획' 세웠다(오마이뉴스090113)

by 마리산인1324 2009. 1. 13.

 

 <오마이뉴스> 2009.01.13 08:5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47986&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NEW_GB=

 

 

"낙동강 정비한 뒤 화물 운반 검토"
대구시, 7월부터 '운하계획' 세웠다
[단독] 대구시 "물류단지 조성 의견 사실... 산업단지가 지역 숙원"
   손병관 (patrick21)

  
"낙동강 하천을 정비한 뒤 주운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대구시 용역보고서(2008년 12월17일 작성)
ⓒ 오마이뉴스
대운하

 

4대강 정비사업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 사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의 문건들이 발견됐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그간 4대강 하천정비사업이 한반도대운하와는 상관이 없다고 공언해왔지만, 이같은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자치단체의 문건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문건에는 위천지구에 산업단지 조성 계획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그 동안 영남지역에 잠재해온 '물싸움'의 기폭제 역할을 해 지역민들의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4대강 정비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각각 지난해 7월 10일과 12월 17일 작성한 대구 낙동강 정비 및 연안개발 기본계획을 담은 프리젠테이션 문건들을 입수했다. 대구시가 3억6천만원의 용역비를 투입해 만들어진 이 문건은 각각 50쪽, 21쪽 분량이다.

 

이 문건들은 대구광역시의 용역을 받은 유신코퍼레이션과 동부엔지니어링·한맥엔지니어링이 대구시에 제출한 것이다.

 

용역보고서, '낙동강 운하'→ '낙동강 정비'로 이름만 수정 

 

우선 대구시 용역 보고서가 처음 작성된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지 3주가 지난 후다.

 

이즈음 시민단체에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동원해 변형된 형태의 뱃길 잇기·하천정비·물류도시 조성 등으로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시민단체들의 우려대로 대구시는 이때 '낙동강 운하와 연계한 내륙항 및 물류단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50여 쪽에 달하는 7월 보고서는 운하의 필요성에서부터 운하를 통한 물동량 확충과 대구 내륙항-물류터미널 건설 등 낙동강 운하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12월 보고서에는 이 부분이 많이 생략됐다는 것. 12월 보고서의 분량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건의 제목도 '대구 낙동강 운하 및 연안개발 기본계획 수립용역(7월 보고서)'에서 '대구 낙동강 정비 및 연안개발 기본계획(안)'으로 바뀌었다. 또 7월 보고서에는 '낙동강 운하의 필요성'이란 항목을 만들어 구체적인 계획을 기술했으나, 12월 보고서에는 이 항목이 '낙동강 정비의 필요성'이라고 바뀌었다.

 

특히 7월 보고서에는 25쪽에 걸쳐 낙동강 운하의 필요성과 연안개발계획 등 운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시했으나, 12월 보고서에는 대부분 낙동강 수계현황과 정비의 필요성만을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는 4대강 정비사업은 운하 1단계 사업이 아니라는 청와대와 정부 입장을 의식한 탓으로 보여진다.    

 

[12월 보고서] 내륙항 개발로 국토 균형발전... '주운' 방안 검토

 

하지만 12월 보고서에도 하도정비를 통한 홍수예방과 수량 확보 등 하천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주요하게 부각시키고 있지만, 문서 후반부에 '주운계획' 항목을 만들어 사실상 운하 1단계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히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주운계획과 연계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연안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내륙교통망을 확충하는 한편, 물동량을 확보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내륙항 건설로 국토 균형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낙동강의 이·치수, 생태계 복원 등 하천정비 우선 추진 후 '주운' 필요성이 입증되고 영남권 주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 '주운' 방안을 검토한다"고 기술되어 있기도 하다. '주운'은 '배로 화물 등을 운반하는 일'을 지칭하기 때문에 낙동강 정비의 목적이 대운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2월 보고서는 주운계획이 필요한 이유로 ▲ 물동량 증가로 새로운 운송수단 필요 ▲ 도로수송의 과도한 편중 ▲ 물류비 및 환경비용 과다 ▲ 친환경·고효율의 새로운 운송수단 필요 등을 들었다. 한반도대운하 찬성론자들이 들고 나왔던 논리들이다. 

 

이와 관련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연구원은 "문건에 드러난 4대강 정비사업의 낙동강 구간 현황을 보았을 때 운하 1단계 사업이라는 게 분명하다"며 "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에서 꼼수로 운하를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논공·위천지구를 물류항 겸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대구시 용역보고서들에 공히 담겨있다.
ⓒ 손병관
4대강정비

 

낙동강 정비사업 마무리 후 위천에 산업단지 조성

 

또 이 문건에는 대구시가 낙동강 정비 사업을 마무리한 뒤 위천 지구에 산업단지 조성을 검토하기로 한 계획도 나와 있는데 이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1990년대 영남 지역을 뒤흔들었던 위천공단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7월 보고서에는 논공·위천지구에 "캠핑장 등의 청소년 공간이 조성된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는데, 12월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지고 이 지구에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만이 들어있다.

 

위천공단은 낙동강 수질 문제와 맞물려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으로, 그 뿌리는 1990년 9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상북도는 부족한 산업용지 확보를 위해 달성군 논공면 위천리에 섬유·염색공단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강 상류에 공단을 지으면 낙동강은 '죽음의 강'이 될 것"이라는 부산·경남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95년 3월 달성군이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편입된 후 "위천공단을 국가공단으로 조성,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겠다"는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의 발언은 양 지역의 감정싸움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공단 조성을 둘러싼 양 지역의 갈등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 3대로 이어졌고, 1997년 1월10일 부산·창원 등지에서 열린 '위천공단 저지 시민항쟁대회'에는 약 2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다. 결국 1999년 정부는 낙동강 수질개선 종합대책회의에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한 후에 공단을 조성한다"고 유예 결정을 내렸고, 대구시도 위천공단 추진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후에도 위천공단은 선거 때마다 단골 이슈로 부상할 정도로 영남 정가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2002년 대선에 출마하려던 무소속 정몽준 의원(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그해 10월8일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부산·경남지역에서 낙동강 수질오염을 우려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옷감에 바로 염색하기 때문에 오폐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위천공단 '지지' 발언을 했다가 부산·경남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이틀 만에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했던 말"이라고 발언을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대구시가 낙동강 정비 사업을 계기로 위천공단을 다시 추진할 경우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을 자극해 강 상류와 하류 주민들의 '물다툼'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과거사와 무관하지 않다.

 

"위천공단, 먼 얘기"... "수질오염, 부산시민 건강 누가 책임"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구태우 사무국장은 "물류항과 인근 공단을 묶어서 복합산업단지를 만들려는 게 대구시의 계획"이라며 "물류항이 만들어지면 낙동강 하류 지역의 오염부하(대기·수질·토양에 영향을 줄 정도의 오염)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낙동강이 정비되면 대형 화물선은 아니라도 바지선 정도는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강 정비가 대운하와 무관하다는 정부의 설명은 거짓이라는 게 지역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대구시 낙동강물길정비추진단의 관계자는 문제의 보고서에 대해 "낙동강 정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위천지구에 물류단지를 조성하자는 의견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며 "대구시와 업체들의 워크숍이었으니 이러저러한 제안이 다 나왔지만 (공단 조성은) 먼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국가산업단지를 가지는 것은 대구시의 숙원사업"이라며 "물류항이 생겨서 뭔가 실어나를 필요성이 생기고, 그러면서 산업단지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길 바라는 게 대구의 정서"라고 속내를 비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낙동강 하류의 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제조업이 아니라 지능형 로봇 등 첨단 IT산업을 유치할 것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산지역 시민단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낙동강 네트워크의 이준경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첨단사업을 유치한다고 해도 공정에 화학물질이 들어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위천 산업단지가 만들어지면 대구 아래에 사는 700만 주민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가 경기도의 이천 하이닉스 공장 증설 계획에 제동을 건 사실을 상기시키며 "한강이 오염된다면 서울시민들이 가만 있겠냐? 영남지역에 잠복해 있던 물싸움이 재개될 판인데, 중앙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