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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하천정비사업과 토건국가의 극단화(홍성태)

by 마리산인1324 2009. 1. 9.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2009.12.19

http://www.chpri.org/board/content.asp?bCat=유형문화유산&bCode=6742&page=&sColumn=&sText=

 

 

 

 

하천정비사업과 토건국가의 극단화

 

 

홍성태 교수(상지대학교)

 

 

1. ‘토건국가’란 무엇인가?

 

‘토건국가’라는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수구와 보수에 속하는 자들뿐만 아니라 진보와 개혁에 속한다는 자들도 대체로 그렇다. 여기에는 두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다.

 

첫째, 스스로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떠나서 토건국가를 환경문제로 생각하는 자들은 환경문제를 본질적이거나 핵심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오늘날 환경문제는 이미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그저 자신의 무지와 무능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수구와 보수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적어도 진보와 개혁을 자처하는 자라면 결코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진보와 개혁을 자처하는 자들은 바보가 아니라면 사기꾼일 뿐이다.

 

둘째, 토건국가는 환경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지만 그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토건국가는 사실 환경문제에 앞서서 재정구조와 정부조직의 문제를 지적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강행해서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연의 파괴를 자행하는 기형국가가 바로 토건국가인 것이다. 따라서 보수니 진보니 하는 차이를 떠나서 재정과 정부의 합리적 운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깊이 관심을 갖고 해결을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과제가 바로 토건국가의 문제인 것이다.

 

수구를 보함해서 한국의 보수세력은 ‘반공-보수’일 뿐만 아니라 ‘토건-보수’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보수세력은 망국적 토건국가의 문제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 옹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를 포함해서 한국의 개혁세력은 어떤가? 우습게도 한국의 개혁세력도 토건국가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개혁세력도 상당히 ‘토건-개혁세력’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자도, 자영층도 모두 토건과 투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 지방도, 영남도 호남도, 부자도 빈자도 모두 토건과 투기를 좋아한다. 이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어떤 개혁도 이루어질 수 없다. 토건국가는 다른 모든 개혁을 가로막는 진정한 장벽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돈이 없어서 문제인 나라가 아니라 돈을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인 나라이다.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다. 전체 GDP에서 토건업이 무려 18%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무려 50조원에 이르는 재정이 토건사업에 퍼부어지고 있다. 토건과 투기의 달인인 ‘강부자’와 토호들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와 교육에는 제대로 돈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토건국가 한국은 환경 질이 세계 130위권, 부패가 세계 40위권에 머물고 있는 ‘후진국가’이다. 한국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건국가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 하천정비사업과 토건국가의 극단화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강행해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결국 80%를 넘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의 뜻을 밝혀서 이 망국의 계획을 겨우 저지시켰다. ‘한반도 대운하’의 핵심은 4대 강을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어서 거대한 화물선을 오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명박 세력은 그냥 강에 배를 띄우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5000톤은 말할 것도 없고 2500톤짜리 배를 띄우기 위해서도 4대 강의 바닥과 강변을 모두 준설하고 파괴해서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하는 강의 죽음이다. 이 때문에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는 황당한 토를 달기는 했으나 아무튼 운하의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명박 세력은 ‘하천정비사업’으로 말을 바꿔서 계속 운하의 건설을 강행하고자 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무려 14조원의 예산을 사용할 하천정비사업을 강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4대 강은 대대적으로 훼손되고 말 것이다. 아직 강의 죽음은 아니어도 강의 파괴가 대대적으로 자행될 것이다. 그 구간은 다음의 그림과 같다.

 

 

  그림 . 자료: <한국일보> 2008년 12월 13일

 

 

기존의 하천정비사업은 하천파괴사업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하천은 단순히 수로나 물길이 아니다. 하천은 물뿐만 아니라 하천의 바닥과 주변이 함께 어우러진 전체이다. 모래와 자갈도 인간을 위한 골재가 아니라 물을 여과하고 수많은 생명을 기르는 천혜의 자원이다. 우리의 환경 질이 세계 130위권의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하천정비사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하천파괴사업의 영향이 크다. 하천의 직강화, 하천변의 콘크리트화, 고수부지의 운동장화, 모래와 자갈의 무분별한 채취로 대표되는 기존의 하천정비사업 자체가 전면적인 개혁의 대상이다.

 

이렇듯 하천정비사업의 문제가 이미 명확히 드러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또 다시 거대한 하천정비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더욱이 하천정비사업은 사실상 운하사업의 시작이다. 박승환 전 한나라당 대운하추진본부장은 “4대 강 치수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강에 대한 친환경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대운하 논의도 활성화된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이명박 세력에게 하천정비사업은 사실상 운하사업의 수단인 것이다.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아예 ‘대운하사업의 1단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전제한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제 1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바닥을 파내고 물길이 만들어지면 2단계 물류 수송 단계가, 통일 이후에는 한반도 전체를 뱃길로 잇는 마지막 3단계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의원도 대운하 추진이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게 대통령으로선 많이 아쉽고 억울할 거라며, 이 대통령 머리 속에서 대운하라는 말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정부, 하천정비 기정사실화, 운하 논란 재점화', <문화방송> 2008년 12월 1일)

 

결국 이명박 세력이 강행하는 하천정비사업은 그 자체로 토건국가의 극단화이며, 운하사업과의 연관성에서 보자면 더욱 더 그렇다. 그것은 막대한 재정을 탕진해서 산업구조의 혁신을 저해하고 생명의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세금으로 ‘운하사업의 1단계’를 추진함으로써 운하사업의 사업비를 줄이고 경제성을 높이는 효과까지 자아낼 수 있다. ‘강부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명박 세력에게 하천정비사업은 바로 ‘꿩 먹고 알 먹고’에 해당하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하천정비사업을 강행하면서 우리의 경제와 자연은 모두 회복할 수 없을 큰 상처를 입고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3. 하천정비사업과 ‘강부자’의 망국사업

 

이명박 세력은 하천정비사업이 말하자면 ‘구국사업’이라고 열렬히 환호하며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토건국가의 극단화로서 망국사업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대운하’를 적극 찬성했던 <한국일보>는 하천정비사업도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최근에 <한국일보>의 한 기사는 다음과 같이 찬성 쪽의 주장을 요약해서 전했다.

 

12일 관계당국과 경기․경남․전남 등 지자체는 “강을 정비할 경우 수질과 홍수조절 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 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송영웅, ‘4대江 정비사업 지금 필요하다’, 󰡔�한국일보󰡕�, 2008년 12월 13일).

 

이처럼 찬성 쪽은 하천정비사업이 수질과 홍수조절에 이롭고, 나아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증거는 사실상 없다. 먼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폐수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바닥과 주변이 살아 있는 강은 그렇지 않은 강보다 수질에 훨씬 이롭다. 다음에 홍수조절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직강화와 콘크리트화는 오히려 중하류의 홍수를 조장한다. 홍수조절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직강화와 콘크리트화는 사실 강변 토지의 난개발을 위한 것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대단히 의심스럽다. 끝으로 중앙정부에서 재정을 투여하는 지역개발사업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주체는 바로 전국의 토건과 투기를 장악하고 있는 ‘강부자’이다. 그 다음으로 이득을 보는 주체는 지역의 토건과 투기를 장악하고 있는 ‘토호’이다. 끝으로 일부 주민들이 장사나 고용의 혜택을 입게 된다. 결국 ‘강부자’를 주축으로 하는 일부 주체들이 이득을 얻는 대신에 모든 국민의 소중한 자연자원인 강과 지역이 크게 훼손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같은 기사에서는 ‘경제 전문가’의 지적이라며 다음과 같이 하천정비사업의 경제성을 보도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위기에 처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적인 부수 효과가 기대되는 국가적인 사업의 필요성은 절실하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밝힌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중심으로 한 뉴딜 정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4대강 유역 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21만명 가량의 고용창출과 22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송영웅, ‘4대江 정비사업 지금 필요하다’, 󰡔�한국일보󰡕�, 2008년 12월 13일).

 

그러나 이 부분은 이 기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먼저 ‘경제 전문가들’이 누구인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과연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 기사가 기자의 작문이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엄청난 경제성을 주장하고 있는 ‘경제계’의 정체에 대해서도 같은 지적을 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제시하는 ‘경제계’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운하사업에서 극히 일부 ‘경제 전문가들’과 ‘경제계’가 주장했던 것, 그리고 운하사업을 찬성했던 보수언론들이 보도했던 것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극히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운하사업을 ‘대박사업’으로 열렬히 주장했고, 운하사업을 찬성했던 보수언론들은 그 주장의 선전에 골몰했다. 그러나 그 주장은 어떤 근거도 없는, 정확히 말해서 ‘사기’에 근거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 기사의 ‘백미’는 ‘오바마’와 ‘뉴딜정책’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오바마가 추진하는 새로운 뉴딜정책이 자연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것인가? 오바마는 자연을 살리기 위한 뉴딜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서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지 않은가?

 

이제 다른 보도를 통해 하천정비사업의 실체에 대해 살펴보자. 건설교통부는 2006년에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이 보고서에서 4대강의 하천정비사업이 97.3%나 이루어졌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정유미, ‘4대강 치수’ 2006년 97% 넘어…정부, 정비 나설 명분 없어‘, <경향신문> 2008년 5월 26일).

 

4대강의 하천정비 작업이 이미 2006년 97% 이상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운하 대신 내건 ‘4대강 유역 정비’는 근거가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2006년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개수율은 97.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수율은 하천의 정비가 필요한 구간 가운데 정비를 마친 곳의 비율이다. 따라서 4대강의 경우 더이상 정비할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하천 중 정비가 필요한 3114㎞ 구간 중 2006년까지 3031㎞(97.3%)가 정비를 마쳤고, 나머지 83㎞(2.7%)는 2011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목적은 국가하천의 제방을 축조하고 노후 제방을 보강해 홍수피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환경보전상태가 열악해진 하천의 환경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국가하천 외에 지방1급 하천도 93.8%(1139㎞)가량 정비공사를 마무리했다. 2급 지방하천의 개수율도 80%(3만2264㎞)에 달했다. 주요 하천의 정비사업은 거의 마무리된 만큼 새롭게 ‘치수사업’을 벌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4대강 등 주요 하천의 치수 사업은 오래 전 시작해 사실상 마무리됐다”면서 “치수를 위해 추가로 하천을 재정비한다는 얘기는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치수사업은 대운하 반대여론을 잠시 비켜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하천정비는 강바닥을 파고 둑을 높이는 공사여서 대운하와 비슷하다. 또 공사비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대운하 건설에 100% 민자로 참여해야 하는 건설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또 세금으로 하천을 정비해 대운하 건설의 토대를 닦아놓으면 대운하 사업비를 낮출 수 있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4. 토건국가의 혁파만이 살 길

 

토건국가의 혁파만이 살 길이다.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산업을 낙후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는 토건국가는 이 나라를 발전은커녕 퇴보의 구렁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경인운하와 한탄강댐은 토건국가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두 사업 모두 아무런 경제성도 없이 엄청난 재정의 탕진과 자연의 파괴를 낳을 뿐이라는 사실이 이미 낱낱이 밝혀졌다. 그러나 토건국가의 구조 속에서 이 사업들은 맹렬히 강행되고 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서는 경인운하과 한탄강댐을 즉각 중단하고 시효를 다한 수자원공사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

 

경제성의 면에서 보자면, 경인운하는 더욱 심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인운하를 공공사업으로 전환해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이 없어서 민간사업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경제성이 없는 운하를 왜 건설하는가? 경제성이 없다면 운하의 건설은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재정을 탕진해서 불필요한 거대시설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고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써야 할 재정을 불필요한 거대시설의 건설에 쓰겠다는 것은 결국 ‘강부자’로 대표되는 한 줌의 ‘토건세력’을 위해 이 나라의 희망을 파괴하겠다는 것과 같다.

 

 

 

 

김문수 지사가 강력히 추구하는 경인운하는 ‘경부운하’의 서북쪽 말단이다. 이것이 건설되면 다시 경부운하가 추진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항구도시 서울’ 계획은 경인운하와 경부운하를 연결하는 계획의 성격을 갖는다. ‘항구도시 서울’ 계획은 경부운하의 서울 구간을 건설하는 것이면서, 힘들게 보존된 세계적 습지인 한강 하구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산업의 선진화를 저해하면서 엄청난 파괴사업이 서울과 인천 사이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궁극적 귀결은 망국적 ‘한반도 대운하’의 강행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망국의 길에 접어들었다. 물론 모두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부자’와 토호들은 더욱 더 배를 불릴 것이다. 그러나 서민층과 빈곤층은 물론이고 중산층도 대거 몰락하고 말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당의 존재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민주당은 경부운하에 반대하면서도 경인운하는 추진해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들었다. 당연한 비난이었다. 그러더니 결국 한나라당의 ‘운하예산’을 사실상 방조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싸우는 척하면서 사실상 동의했다는 추정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토건국가의 개혁과 복지국가의 건설이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에서 민주당은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니, 스스로 존재이유를 내팽개쳐 버렸다. 열린우리당이 하겠다고 한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한나라당과 ‘보수화 경쟁’을 벌여서 자멸한 것과 똑같은 길을 지금 민주당이 가고 있다. 그 핵심에 토건국가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이 상태대로라면 민주당은 머지 않아 ‘호남당’으로 위축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며칠 전에 <프레시안>에 발표한 내 칼럼의 뒷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삽질 경제’에 희망은 없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근원이다. ‘삽질 경제’는 막대한 재정을 탕진해서 투기를 촉진하고 부패를 조장하며 자연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삽질 경제’에 쓸 막대한 재정을 교육, 문화, 복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경제와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화될 수 있다. ‘삽질 경제’는 개발과 투기의 달인인 ‘강부자’와 그 동맹세력인 지역의 토호들이 주도한다. 그러나 그 결과 막대한 재정이 탕진되고, 산업구조가 후진상태에 머물고,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된다. 이명박 세력은 ‘삽질 경제’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저 약간의 비정규직 삽질 노동의 일자리가 생겨날 뿐이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선행’에 관한 보도가 부쩍 눈에 띈다. 이것은 언론자유의 수준이 크게 하락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가락동에 가서 상인을 위로했고, 월급도 모두 기부했다고 하고, 펀드도 가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일단 1년이 넘게 실행되지 않고 있는 모든 재산의 사회 환원부터 빨리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망국적인 지경에 이르러 있는 후진적인 ‘삽질 경제’를 개혁하고 ‘진정한 선진국’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 출발점은 ‘4대 강 하천 정비 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그 돈을 ‘반값 등록금 공약’의 실현에 쓰는 것이다(홍성태, ‘삽질경제에 희망은 없다’, <프레시안> 2008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