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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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위선이 싫었을 뿐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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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출간된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는 그간 한국 철학계가 내놓은 니체의 정치철학에 대한 비판적 비평서다. 30년동안 니체를 연구한 김진석 교수(인하대 철학과)는 니체가 민주주의를 비판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니체는 기독교가 왜곡된 사제(司祭) 권력을 통해 실재하는 문제를 감추는 위선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니체에게 민주주의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니체에 대한 해석은 두 갈래로 나뉜다. 박홍규 교수(영남대 법학부)는 『반민주적인, 너무도 반민주적인』에서 국내외 철학자들에게 찬양의 대상이 된 니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그는 “인종주의와 반민주주의가 니체 사상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니체의 정치철학에서 언급되는 ‘격차의 열정’이 개인 간의 차이보다 차별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박 교수의 주장에 반박한다. 그는 “박홍규 교수는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니체의 거친 발언만을 뚝 떼어서 니체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의 근거인즉, 니체는 그의 정치철학적 개념인 ‘강자의 고귀함’과 ‘격차의 열정’을 적용해 오히려 민주주의가 보다 나은 정치 제도가 될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자의 고귀함’과 ‘격차의 열정’은 니체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하는 핵심 개념이다. 니체는 강자와 약자를 구별할 때 ‘원한’ 개념을 적용한다. 강자는 약탈을 당했을 때 원한을 품지 않고 또 약자를 약탈한 후에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쉽게 납득되지 않지만 니체식 ‘강자의 고귀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약자는 약탈자에게 원한을 품는다. 원한은 약자가 자신이 선한 존재로 판단되도록 하는 명분을 제공한다. 니체는 이를 약자가 자신을 도덕적으로 선한 자로 위장하는 과정이라 판단했다. 니체에게는 도덕적으로 위선을 떠는 약자가 악자(惡者)로 보였던 것이다. 그는 ‘위선’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파악했기에 실제 존재하는 격차를 애써 감추려는 민주주의에 반감을 가졌다. 때문에 니체는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격차의 열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강자와 약자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드러내 실재하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점이 니체가 일부 학자들에게 반민주주의자로 낙인찍힌 이유다.
박 교수의 주장대로 니체는 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때로 무자비할 정도로 폭력적인 현실을 부각시키고 그것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기 때문에 반민주주의자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주장을 살펴보면, 니체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는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폭력성을 차분히 검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연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현재 민주주의가 ‘만인의 동등한 권리’라는 깃발을 내걸고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평등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도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과 더불어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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