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1980년.
그 해 오월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험하디 험한 일이라 그랬는지 밖으로 쉬이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서 속으로 곪아 터질 때가 되어서야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말로 전달되어서 우리네 가슴을 울리더니, 그 얼마 후에는 몇장의 사진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면서 민초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눈에서 눈으로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운동권으로부터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다 알려지게 되니 급기야 온 나라가 무서운 힘으로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에 시작된 일이 1987년에 이르러서는 독재자도, 무지막지한 군인들도 민초들의 힘을 막아낼 수 없을 지경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 몇년 사이에 알게 모르게 민초들의 마음에 '분노'가 쌓이고 쌓인 모양입니다.
그 '분노'가 '한'이 되고 '힘'이 되어서는 무서운 독재권력조차 녹여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정치군인들과 독재자가 무너진지 20년.
또 다시 그들 독재정권의 후예들이 이 나라를 뒤집어놓고 있습니다.
그간 민초들의 피로써 쟁취한 자유의 깃발을 꺾어버렸고, 민초들의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즉,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폭력집회로 바꿔서 집회의 자유를 현저히 훼손하였고, 권력의 마음에 들지않는 언론기관의 책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쫓아냈으며,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던 미네르바를 구속함으로써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였다고 하여 주무부서의 장관이 고소한 명예훼손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언론인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언론기관을 압수 수색하는, 이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전직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표적수사 하다가 이제는 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매일 매일의 수사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하고 수사자료를 슬쩍슬쩍 흘리면서 마음껏 조롱하는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자살한 연예인의 성상납 사건에 연루된 언론사 대표는 아예 수사도 하지 못하고, 언론에 하나도 흘리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도대체 말이 되질 않는 겁니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도 범법행위가 있으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테지만 전시에도 체포된 적장을 이렇게까지 다루지는 않지요...
검찰공화국입니다.
어느모로 봐도 그들만의 세상입니다.
10년을 뛰어넘어 공안검찰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넘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습니다.
하기야 전직 대통령으로선 방치했던 비민주적인 검찰에 도리어 죽을만치 당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가슴에 뭔가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1980년대에 우리네 가슴에 쌓이던 것과 똑 같은 것입니다.
'분노'입니다.
이 정권과 검찰에 대한 '분노'입니다.
민초들의 가슴에 쌓이는 '분노'는 그대로 있질 않습니다.
고무풍선이 터지듯이 그 언젠가는 폭발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정권 담당자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면서 되지도 않는 말로 딴지를 걸면서 살아갈 것이고,
검찰은 검찰대로 자기들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숨죽이고 살테죠...
아!
가슴에 쌓이는 것이 좀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아!
언제일른지...
그날이 빨리 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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