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제서야 최영미의 시를 읽었습니다.
1994년에 출간된 시집을 2009년에 읽은 나는 서른을 훨씬 넘긴 나이에 그 '서른'을 되새깁니다.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사람'의 휴머니티를 다시 느끼며, '세상'을 다시 사랑해야 하리라...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 영 미 -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라는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마리산인 이야기 > 마리산인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0) | 2009.05.05 |
---|---|
한국농어촌공사는 힘없는 농업인을 울린다? (0) | 2009.04.30 |
잘못 살고 있나봐요... (0) | 2009.04.23 |
그날이 오면 (0) | 2009.04.22 |
입장의 동일함.. (0) | 2009.04.21 |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TAG
- 랑시에르
- 곽노현
- 봉하마을
- 촛불
- 네그리
- 괴산군
- 박노자
- 4대강
- 협동조합
- 노무현
- 사회적 기업
- 함석헌
- 김수행
- 쿄토
- 유시민
- 천안함
- 일본
- 아로니아
- 괴산
- 퀘이커
- 문재인
- 지젝
- 아감벤
- 유기농엑스포
- 아나키즘
- 에코페미니즘
- 기본소득
- 박성준
- 안상헌
- 절임배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