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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4대강 살리기’ 실체 살펴보니 (한겨레090428)

by 마리산인1324 2009. 4. 28.

 

<한겨레신문> 2009-04-28 오전 08:23:31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352050.html

 

보11곳 위치 대운하와 비슷…깊어질 수심도 뱃길 가능성
‘4대강 살리기’ 실체 살펴보니
정부, 운하 부인하면서 “설계 바꾸면 보에 갑문 만들 수 있어”
학계·시민단체 “4대강 사업뒤 경제성 내세워 운하 추진할 것”
한겨레 허종식 기자 황춘화 기자
»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보 설치지역과 경부운하 터미널·갑문 설치지역 비교.

‘한반도 대운하의 전 단계인가, 순수한 4대강 살리기인가?’ 정부가 27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계획안을 둘러싸고 불거진 핵심 쟁점이다.

정부는 이 사업의 주요 목표가 물 부족을 해소하고 홍수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수질 개선, 지역 발전과 연계한 하천 주변 개발의 목적도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운하 추진의 전 단계로 의심하고 있다. 수중보를 설치해 물을 확보하고 뱃길을 낸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계획안을 보면, 낙동강에만도 함안·합천·달성·강정·칠곡·구미·낙단·상주 등 8곳에 보가 건설된다. 한강에는 강천·여주·이포 등 3곳, 금강에도 3곳, 영산강 2곳이다. 4대강에 모두 16곳의 보가 들어서는 셈이다. 더욱이 낙동강의 보 위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경부운하의 장암갑문, 구미갑문, 낙단갑문, 상주터미널과 일치하고, 한강의 강천갑문, 여주터미널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보 위치도 경부운하의 갑문, 터미널 예정지와 대부분 일치한다.

»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가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총리 지방자치단체장, 장, 차관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홍보영상을 보고 있는 참석자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부가 예상하는 보의 높이는 낙동강 10m, 나머지 강에선 5~10m 수준이다. 이런 보를 설치하면 낙동강의 수심은 4~6m로 유지된다. 한반도 대운하사업 계획에서 밝힌 낙동강 수심 6m와 별 차이가 없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결과가 ‘뱃길 내기’라는 뜻이다. 보는 물을 막아 강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의 한강에 유람선이 뜨는 것은 상류인 잠실 수중보와 하류인 행주대교 남단의 신곡 수중보가 물을 가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갑문이 없어 배가 다닐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반론이다. 또 화물을 싣고 내리는 터미널 건설 계획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은 “갑문과 터미널은 앞으로도 만들 계획이 없다”며 “4대강 살리기는 운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본부장은 그러면서도 “설계를 변경하면 보에 갑문을 만들 수는 있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정부 쪽의 주장과 달리 4대강 살리기 계획을 운하 추진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적지 않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가동보(수문을 개방하는 보) 중간에 갑문을 설치하고, 낙동강 하구에 또 갑문을 설치하면 배가 바다로 왔다갔다할 수 있다”며 “4대강 살리기 계획은 1단계 운하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일단 끝내놓고 그 뒤에 단계적으로 갑문 등을 만들면 경제성 평가에서도 유리하게 판정받을 수 있다”며 “이러면 대운하는 경제성 평가에서 유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이철재 정책국장은 “정부는 4대강 살리기가 운하와 다르다고 하는데, 운하와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보에 갑문을 만들고 보 주변에 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정부의 사업계획에서조차 일부 구간은 운하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 들어 있다. 예컨대 영산강 사업에선 목포~광주간 80㎞, 금강은 공주~부여 67㎞의 뱃길 복원이 들어 있다. 백제 문화유산과 연계한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로 한 영산강, 금강 ‘뱃길’에선 운하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허종식 선임기자, 황춘화 기자 jo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