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9-04-28 오후 2:58:29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428123712§ion=03
"'똥'을 '금'이라고 아무리 우겨도…"
[홍성태의 '세상 읽기'] 망국의 '한반도 대운하'가 몰려온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의 마스터플랜이라는 것이 발표되었다. 역시 우려했던 대로 그 내용은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수많은 전문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건망국의 길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치달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2008년 3월 25일,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발족했다. 전국에서 토목학, 수질학, 교통학, 운송학, 생태학, 행정학, 사회학, 정치학, 문화학 등을 망라한 2466명의 교수들이 이 모임에 참여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발표된 2008년 12월에 이 계획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강행이라고 지적하고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마치 4대강이 죽은 것처럼 선전하는 엉터리 홍보물을 만들어서 널리 유포하는 식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행했다.
이에 대응해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생명의 강 연구단'에 참여해서 4대강의 수질을 비롯한 전반적 상태를 실증하는 조사 작업을 두 달에 걸쳐 펼쳤다. 그 결과는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다. 4대강은 대부분의 구간에서 생생히 살아 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실상 '4대강 죽이기' 사업이다. 무엇보다 먼저 그것이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잘못이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은 박정희 때 시작돼 전두환 때 끝났다.
그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강의 본래 형태를 크게 왜곡해서 직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강변을 거대한 시멘트 호안벽으로 뒤덮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울의 한강은 아름다운 강으로서의 제 모습을 잃고 흉측한 시멘트 수로로 파괴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공식 자료조차 '한강종합개발사업'은 생태적으로 큰 문제를 낳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모범으로 해서 '강 살리기'를 한다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생태적으로 큰 문제를 낳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어떻게 '강 살리기'의 모범이 될 수 있는가? 도대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강 살리기'는 무엇인가? 강의 본래 모습을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강변을 거대한 시멘트 호안벽으로 뒤덮는 '시멘트 직강화'가 '강 살리기'인가? 그것은 '강 죽이기'라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말 모르는가? 한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강의 시멘트 호안벽을 걷어내고 강의 흐름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말 모르는가?
낙동강 강바닥을 6미터(m) 깊이로 파내는 준설, 16개의 보 설치, 송리원 등 댐 건설, 96개 댐의 증고, 낙동강·영산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 67킬로미터(㎞)에 이르는 공주-부여 뱃길, 80킬로미터에 이르는 목포-광주 뱃길, 여기에 경인운하, '한강운하' 등은 '4대강 살리기'가 분명히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 사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런 대규모 토건사업은 '강 살리기'와 거리가 먼 것이고 오히려 그 자체로 분명히 '강 죽이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 살리기'로 치장하고 선전한다고 해서 '강 죽이기'가 '강 살리기'가 될 수는 없다. 망국의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살리기'의 팻말을 달고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망국으로 가는 '한반도 대운하'의 다른 이름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프레시안(조형=손문상) |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토건망국을 향한 질주인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 사업이다. '자전거 길' 구상도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하기 위한 계산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 길'은 사실 '자동차 길'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런 '자전거 길'을 4대강의 강변에 건설하겠다는 것은 자전거를 내세워서 '한반도 대운하'를 향한 기반을 닦겠다는 계산의 결과인 것이다. 정말 자전거의 생태성을 살리고자 한다면, '자동차 길'을 줄여서 '자전거 길'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강변은 그대로 잘 지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계획대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9월부터 강행된다면, 머지않아 4대강은 모두 제 모습을 완전히 잃고 흉측한 시멘트 호안벽으로 둘러싸이고 말 것이다. 강변은 여지없이 파괴되어 아름다운 모래밭과 갈대숲은 좀처럼 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이 가뭇없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나아가 수자원의 파괴와 감소도 불을 보듯이 뻔하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의 '4대강 죽이기'는 결국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적 위기를 배경으로 오히려 수돗물 민영화가 강력히 추진되어 사회적 위기가 크게 악화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는 결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흔히 '삽질 경제'로 불리듯이 토건사업은 결코 미래적이지 않다. 사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과도한 토건사업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이미 사회 질을 높여야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는 '선진초입국'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에 쓰이는 막대한 혈세를 복지, 문화, 기술에 써야 한다. '삽질 경제'의 확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것은 극소수 '강부자'와 '토호'의 배를 불리면서 비정규직과 실업의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정말이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강은 생생히 살아 있다. 4대강의 하천정비사업은 이미 2006년에 97%가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하천정비사업을 또 한다는 것인가? 우리의 강을 지금보다 나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첫째, 서울의 한강처럼 '시멘트 직강화'로 파괴된 강변을 원래의 모습대로 되살려야 한다. 강변을 시멘트 감옥에서 석방하고 강을 원래대로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샛강을 살려야 한다. '생명의 강 연구단'이 두 달에 걸친 조사를 통해 확인했듯이 수질의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은 4대강이 아니라 4대강으로 흘러드는 수많은 샛강들이었다. 샛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수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망국의 '한반도 대운하'가 몰려온다. '4대강 죽이기'가 정말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 될 모양이다. 또 다시 초록색 물감으로 잔뜩 치장한 선전물이 대대적으로 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 실체는 '한반도 대운하'와 마찬가지로 칙칙한 회색 시멘트 호안벽이다. '4대강 살리기'는 사실상 '4대강 죽이기'이며, '한반도 대운하 살리기'이다.
똥을 금이라고 부른다고 똥이 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이 나라에서는 '살리기'가 '죽이기'를 뜻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강은 흘러야 한다
강은 스며야 한다
강은 퍼져야 한다
강은 흐르고 스미고 퍼져서 생명을 기른다
누가 강을 죽이는가
그들은 왜 강을 죽이면서 살린다고 우기는가
강은 오늘도 말없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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