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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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두 번은 글쎄"…재방문 유도 실패 | |||||||||||||||||||||||||
[일본의 그린투어리즘]⑤일본과 경남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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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관광은 유럽에서 시작돼 일본으로 전파됐고 우리나라는 강원도에서 먼저 시도한 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관광은 민간주도라기보다는 중앙정부나 농협 등에서 공모형식으로 주도하고 있다. 또 시행부처에 따라 자연생태우수마을이나 녹색농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어촌체험마을, 팜스테이, 정보화시범마을 등 다양한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남은 농촌관광 분야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협에서 지정하는 팜스테이 마을의 경우 강원도는 38곳인 반면 경남은 28곳에 그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 농촌관광 사업은 양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관련 제도나 운영방식은 여전히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 농촌관광이 시작된지 10년 정도 지나면서 내부적인 한계점도 드러내고 있다. 농촌체험을 다녀온 도시민들이 흔히 "한 두 번은 가겠는데 그 이상은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말을 한다. 한 두 번은 재미삼아 가족과 함께 농촌 체험도 하겠지만 색다른 것이 없어 더 이상은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관광의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농촌체험마을은 처음에는 색다른 한 두 개의 아이템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서로 마구잡이로 베끼면서 농촌체험 자체가 흡사해지고 만다. 일본에서 농촌관광에 성공한 지역들은 주민 주도로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독특함을 특화시키고 농촌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야초(綾町)는 수려한 자연관광과 풍부한 산림과 유기농을 살리는데 성공했고 우키하(浮羽)시는 다랑논을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었다. 유후인(湯布院) 마치는 잘 가꿔진 환경과 문화예술, 온천을 묶어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했고 아지무(安心院) 마치는 회원제 민박을 통해 도시민을 친밀한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이들 지역은 모두 농촌다움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도시민들의 기호에 맞는 서비스와 경관을 제공,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후인의 주민들은 스스로 조례를 만들어 마을을 가꾸었고, 아야초는 자연생태계농업의 추진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업의 추진 단위의 크기와 주민 참여이다. 우리나라의 한계점도 추진 단위가 너무 작다는 점에서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시정초(市町村) 단위(우리나라의 읍면, 작은 군지역 크기 정도)로 진행되지만 우리나라는 마을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 단위가 다름에 따라 효과 또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남해 가천마을 역시 다랑논으로 유명하지만, 다랑논으로 인해 남해군 전체에 청정 이미지를 심거나 이를 바탕으로 농산물 판매까지 이어지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치노에키는 국도변의 휴게소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도로변의 휴게소와 특산물 판매장을 합쳐 놓은 듯한 시설이다. 우리나라 휴게소 경우 단순히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특산물 판매장은 구색만 맞추는 바람에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과는 판이했다. 일본에 600개나 되는 미치노에키는 휴식은 기본이고 정보발신지, 농촌과 도시교류의 거점시설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출하되는 농산물은 출하자의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명시하는 등 엄격한 규정에 맞춰야하고 소포장,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지역 농산물 판매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조례도 마찬가지다. 단위가 클 경우 마을을 가꾸기 위한 조례를 만들어 볼 수 있지만 작은 마을 단위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유후인의 경우 시 전체의 건축물의 크기 등을 제한(풍경조성을 위한 9가지 제한사항)해 궁극적으로는 대형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다. 1000평 이상이나 15m 이상 높이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작은 마을인데도 하수방류수 수질도 엄격하게 정해두었다. 조례는 유후인이 걷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조례 제정 이후 주민들은 집이나 상가 앞에 화단을 가꾸기 시작했고 화분이 내걸린 상가와 독특한 모양의 공예품점, 쾌적하고 정리된 하천, 단아한 집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면서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경남의 팜스테이마을 등을 몇 곳 둘러봤지만 마을 전체가 작은 볼거리라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울러 관광객 내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대형호텔이나 음식점으로 뺏기지 않고 50여 개나 되는 작은 민박집이나 음식점에 골고루 나눠 줄수 있게 됐다. 대신 작은 민박집과 음식점은 모두 유후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하면서 농민들에게 같은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 남해군 가천마을이나 산청군 남사마을(예담촌)의 경우 인근에 펜션이나 대형 목욕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 조례가 있었다면 주변과의 조화를 이유로 건립을 막을 수 있지만 작은 마을 단위에서는 이를 막아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아울러 아지무는 14곳의 민박집이 있지만 서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색다른 아이템으로 민박집을 운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 마을에 민박집 10여 곳이 인접해 위치하면서 색다른 점을 찾기 어려운 점도 있다. 특히 문화예술의 접목은 일본처럼 단위가 큰 곳이 훨씬 유리하다. 유후인에는 미술관만 30개나 되고 세계적인 음악제도 열고 있다. 물론 작은 단위로 운영될 경우 장점도 있다. 일사불란한 운영이 가능하고 문제가 생길 때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농촌관광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도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아지무는 농촌민박을 정착시키는 단계에서 '민박도 여관업법의 저촉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한때 위기를 맞았으나 행정이 앞장서 규제완화를 꾸준하게 건의했고 결국 2003년 법 개정을 통해 회원제 농가민박에 한해 규제 완화에 성공했다. 남해 가천마을은 명승(15호)으로 지정되면서 민박을 위한 집 수리조차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어려운 처지다. 논에 경운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넓히려고 해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말에는 주차문제가 심각하지만 주차장을 만드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현재 3분의1이 넘는 다랑 논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묵히고 있다. 문화재청에서 구입을 한다고 하지만 농사를 짓지 않으면 다랑논은 몇 년 안에 무너져 자취를 감추게 된다. 주민들은 다랑논을 보전하면서 경작도 할 수 있는 보존경작직불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추진과정에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차이점이 있었다. 일본의 경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민 주도로 이뤄지며 행정에서는 보조를 해주는 형식이지만 우리나라는 행정에서 주도하고 있다. 농촌관광의 성패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자들의 지원, 지자체, 중앙정부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농촌이 농촌다움을 잃지 않고 도시민과 농촌이 함께 호흡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였다. <끝> ※이 기획취재는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됨으로써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김영호)의 기금 지원을 받아 공동취재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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