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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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논 도시민들에 분양 '발길 유도' | ||||||||||||||||||||||||||||||||||
[일본의 그린투어리즘]③다랑논을 상품화한 우키하(浮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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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현에 위치한 우키하(浮羽)시는 산촌에도 연간 400만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그린투어리즘으로 성공했다. 여기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다랑논 등을 특성화해 청정이미지를 확보한 후 농산물 판매와 농촌관광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이 손 꼽을 만하다. 우키하시는 지난 2005년 우키하초와 요시이초가 합병해 우키하시가 됐으며 후쿠오카와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우키하는 산림이 62%를 차지하는 산촌지역으로 인구 3만4000명 정도이다. 우키하는 자연환경을 잘 간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논이 계단처럼 이루어진 '다랑논'과 반딧물이 축제가 있고 산림청으로부터 숲 100선으로 선정된 조음(調音) 폭포, 환경부로부터 명수백선(明水百選)으로 선정된 청정용수 등을 활용해 마을의 청정 이미지 가꾸기에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관 10년, 풍경 100년, 풍토 1000년'이라는 주제 아래에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 다랑논은 우키하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우키하시청 히라가와 마사하루 공보계장은 다랑논은 과거 전쟁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경사지에 논을 만들고 농사를 짓다가 정착한 사례들이라고 소개했다. 우키하는 일본 정부에서 그린투어리즘을 도입하던 초기인 1994년, 발빠르게 '우키하 고향 농업활성화 추진협의회'를 설립했다. 1년 뒤 전국 4개 '그린투어리즘 추진모델 육성지역'에 선정됐고, 이를 계기로 농촌 도시교류를 위한 농촌관광을 지역활성화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중 우키하의 쓰쓰라(葛籠)지구에는 산비탈을 깎아 돌을 쌓고 물을 담아 만든 다랑논이 있다. 이 계단식 논은 토심이 낮고 기계화 영농이 어렵고 용수 확보가 곤란해 농사짓기 아주 불리한 지역이다. 평지 논에 비해 효율성이 낮은 이 계단식 논은 휴경지나 폐경지로 방치돼 왔다.
다랑논은 물의 유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두더지 같은 설치류가 논두렁에 구멍을 파게 되면 물을 모을 수 없어 농사도 지을 수 없다. 그래서 피안화를 심어 이를 방지했다. 피안화는 뿌리에서 독성 물질이 나와 두더지의 접근을 막는다. 이 피안화가 9월이면 활짝 펴 붉은색의 꽃과 황금색 벼가 조화를 이루어 장관을 이뤄낸다. 이 무렵이면 음악회와 사생대회를 중심으로 '우키하의 계단식 논 탐방'이라는 축제가 열려 도시민을 손짓한다. 그러나 축제 첫 해는 태풍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 일주일 동안 열린 이 축제에 6500명의 도시민들이 찾아오자 주민들조차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축제가 매년 3만 명을 모으는 유명한 축제가 될 줄 주민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민박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농산물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사가도록 했다. 또 빈집을 개량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농촌에 머물며 농촌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축제로 다랑논이 주목을 끌자 도시민들로부터 지금 풍경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일었다. 이 의견이 1998년 '다랑논 오너제도'를 탄생시켰다. 계단식 논 1구획(100㎡)을 40만원에 도시민들에게 분양하고, 소유주(오너)에게는 모심기, 수확 등 농사일을 체험하게 하는 것은 물론, 다랑논에서 생산된 쌀 30㎏과 야채, 산채를 보내주고 배와 감도 배송해준다. 첫 해 오너 50명을 모집했는데 213명이 응모했고, 매년 참가 희망자가 늘고 있다. 오너들은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아 직접 벼농사를 돕고 있어 마을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히라가와 공보계장은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랑논이 위기에 처했는데 주민과 행정, 도시민들의 협력으로 아름다운 다랑논과 농사법을 보전했다"며 "특히 쓸데 없는 땅, 농사짓기 힘든 땅으로만 여기던 다랑논도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어떻게 갈고 닦느냐에 따라서 훌륭한 도농교류, 농촌관광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소중함을 깨닫고 알리기 위해 '지역의 보물찾기 및 지도작성'사업도 추진했고 이 보물지도를 각 행정기관과 학교에 배포하자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우키하는 다랑논과 축제 등으로 그린투어리즘의 선두주자로 떠올랐지만 농촌관광의 가장 큰 목적인 안정적인 농산물 판매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미치노에키(道路驛) 우키하이다. 미치노에키는 문자그대로 국도 휴게소로, 우리나라의 휴게소와 농산물 판매장을 적절히 섞어 놓은 형태이다. 일본의 경우 여성, 노령 운전자가 증가하면서 국도에서 안심하고 자유롭게 들러 이용할 수 있는 쾌적한 휴게 공간이 필요했다. 이 곳에서 여행자들은 도로 정보 뿐만 아니라 휴식을 취하고 지역의 농산물까지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998년 행정과 농협, 산림조합, 관광협회 등이 1억엔을 출자해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된 미치노에키 우키하는 농산물 직매소와 농촌 정보실, 만남의 광장, 정보관 등을 두루 갖춰 도농교류와 지역 농산물 판매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출하되는 농산물은 농민들이 매일 새벽에 직접 내다놓고 포장지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생산지, 생산자 자신이 정한 가격, 연락처 등이 표기된 이름표가 부착된다. 가격도 생산자가 일반 경매보다는 비싸고 일반 슈퍼마켓보다는 싸게 매겨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이득이 되도록 했다. 이같은 유통시스템은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이 상품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 질좋은 농산물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또 농산물은 상표나 브랜드 중심의 판매가 아니라 '누가 생산한 농산물을 내가 먹는다'라는 생산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판매망인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도 판매하는데 우키하에서 생산된 것은 노란색 리본, 타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빨간색 리본으로 구분했다. 물건은 100~300엔 정도의 소포장으로 부담없이 구입하도록 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개장 초기 연간 4억 5000만엔이었던 농산물 직매소의 판매액은 현재 연간 7억엔,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도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일본에는 미치노에키가 500개에 달하고 있는데도 미치노에키 우키하가 유독 성공을 거두고 있는 원인은 크게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먼저 건축물의 디자인이 매우 특이해 누구나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둘째 이 곳 주변 풍경 자체가 관광지가 된다는 점이다. 셋째 400여 지역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매일 공급하는 점, 넷째 우키하의 청정 이미지를 들 수 있다. 농산물과 특산품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품질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지역의 청정 이미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의 이미지도 브랜드이고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 유전자조작식품 안전성 논란 등이 심화될수록 지역의 청정이미지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됨으로써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김영호)의 기금 지원을 받아 공동취재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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