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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일본의 그린투어리즘]②회원제민박 성공한 아지무(경남도민일보070604)

by 마리산인1324 2009. 5. 11.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657

 

 

'잊었던 고향의 정과 맛'을 자극한다

[일본의 그린투어리즘]②회원제민박 성공한 아지무(安心院)


100년 전통 가옥서 농사체험 기회 제공…가족 같은 유대감
'야채 명인''표고 버섯 채취'…책자로 각 민박집 정보 제공

2007년 06월 04일 (월) 김종현 기자 kimjh@idomin.com

<글 싣는 순서>
1. 농촌관광의 교과서 유후인
2. 회원제 민박 성공한 아지무
3. 다랑논을 상품화한 우키하
4. 유기농업의 아야초와 규슈투어리즘 대학
5. 일본과 경남의 비교

아지무(安心院)마치(町)는 농가의 특성을 살린 농가민박도 훌륭한 농촌관광의 전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농협에서 퇴직한 토끼에다(時枝·60)씨는 아내와 노모, 딸 등 3대가 살고 있는 집을 민박집으로 활용해 작년 한해동안 400명의 손님을 받았다.


 

 

   
 
  ▲100년된 집에서 회원제 민박을 하고 있는 토끼에다씨 집에 어머니와 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 집은 연간 400명이 묵어 갈 정도로 유명하다.  
 

토끼에다씨의 집은 100년 된 고택의 내부시설을 약간 손봤을 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 손님들은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후쿠오카(福岡)에서 찾은 도시민이다. 현재 손님을 한꺼번에 8명까지 받을 수 있는데 손님이 늘어나면서 창고를 숙소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시설을 보완하는 데 드는 비용은 토끼에다씨가 전액 부담한다고 했다. 민박으로 소득을 얻는 사람이 시설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소박하고 정겨운 민박 소개 책자 = 토끼에다씨는 10년째 민박을 하고 있으며 투숙객들의 식사나 잠자리 등 실질적인 운영은 아내 토끼에다 미사코(美佐子)씨가 하고 있었다. 민박을 하는 도시민들은 민박 회원들로 단순히 하룻밤 잠만 자는 것은 아니고 포도 농사에 참가하거나 토끼에다씨의 가족과 함께 벼 농사나 논밭에서 직접 일을 했다.

   
 
  ▲토끼에다씨 집 내부의 아늑한 모습.  
 

아지무가 민박 농가를 소개하는 책자를 발행했는데 토끼에다씨의 집을 '지은지 100년의 농가. 실버부부는 야채 만들기의 명인, 두명의 웃는 얼굴이 최고, 식탁에 오르는 요리나 토종계란은 진짜 맛있다. 가까운 곳에 온천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농촌에서 땀을 흘리는 것도 좋고 가족이나 동료와 산책하는 것도 좋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토끼에다씨 민박객은 매년 늘어나 지난해 400명이나 됐고 올해는 5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토끼에다씨의 가정은 일본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가의 모습인데 과연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궁금했다. 정답은 도시민들이 100년 된 고택에서 가족의 정을 느끼면서 농사까지 체험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잊었던 고향의 정과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했다.

토끼에다씨도 "도시민들과 같이 먹고 자며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가족처럼 관계를 맺은 회원들이 잊지 않고 꾸준히 찾고 있어 올해는 색다른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끼에다씨처럼 회원제 민박을 하고 있는 곳은 아지무에 14농가가 있다. 이들을 위해 아지무에서는 농가 민박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책자에 소개된 민박집에는 주인이 직접 자기 집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내용이 아주 소박하면서도 솔직했다. 몇개를 소개하자면 미야카와 아츠코씨는 '아이들과 대나무 잠자리, 물총 등 대나무를 사용한 공작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물고기 잡기, 뒷산에서 곤충채집, 가을부터 봄까지 표고버섯을 채취할 수 있다. 잘하는 요리는 잉어요리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츠키 히로코씨는 '안전한 음식을 위해 채소밭에서 무농약 야채를 키우고 있다. 직접 만든 메밀국수, 곤약, 된장과 제철 야채로 요리를 한다. 목장에는 6마리의 소가 있다. 한가롭게 소와 목장을 산책하지 않겠는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베 요코씨는 '포도농가로 봄은 산채, 여름은 포도따기, 가을에 쌀은 물론 감·배·키위 등 과일이 많다. 겨울에는 한가롭게 과수 전정을 한다. 봄에는 꽃놀이가 가능하고 희망자는 포도도 딸 수 있다. 아무런 장점도 없는 5인 가족이다'라고 적어놓았다.

모치즈키 요코씨는 한국인을 겨냥한 듯 '사계마다 연주되는 음악(개구리 합창, 매미의 경연, 벌레의 윤창, 바람의 속삭임), 별밤의 고요함이 있다. 한국어를 공부중이므로 한국인이나 유학생의 숙박도 대환영, 주먹밥과 치지미(한국풍의 부침개)를 함께 만들지 않겠습니까'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아지무의 민박집은 보통의 농촌가정과 별 차이가 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농촌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도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가운데 작은 재미를 찾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아지무마치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아지무그린투어리즘 선포 기념 조형물.  
 

◇그린투어리즘 추진 과정 = 오이타(大分)현 우사(宇佐)시 아지무는 '회원제 농촌민박'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성공적인 그린투어리즘을 이끌어냈지만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아지무는 인구 8000명 정도로 우리나라의 면 규모에 해당되는 곳으로 농가나 농업만으로 대상으로 그린투어리즘을 추진하기란 무리였다. 아지무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이 지역활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96년 '아지무그린투어리즘연구회'가 결성됐다. 농업인과 공무원 상공인 모두가 참여하는 주민 주도형이었다.

아지무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마음(心)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지명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안심의 마을 만들기로 목표로 삼았다. 분지지역이라 일교차가 심해 아지무 포도는 향과 맛이 좋기로 유명하고, 특히 고테에(金曼 繪, 집이나 흙담에 그린 벽화의 일종으로 100년 전 유행)가 일본내에서 가장 많은 80여점이나 남아있어 이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96년 4월에는 의회 특위를 구성했고 97년에 일본 최초로 그린투어리즘 추진선언을 의회에서 하게 된다. 곧이어 정장과 행정 의회 농협 등 23명으로 아지무그린투어리즘추진협의회가 구성돼 그린투어리즘 연구회의 지원과 주민들에게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01년에는 일본 최초로 그린투어리즘 전속담당기구(係)를 행정에 설치했다.

이처럼 일본 대부분의 지역이 주민 위주로 그린투어리즘을 이끌어 내고 있는 반면 아지무는 행정과 주민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추진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민박 추진에도 과제가 많았다. 먼저 일본에는 농가민박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풍습이 없어 농가민박도 여관업법이나 식품위생법에 규제를 받아야 해 민박이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이에 이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고안한 것이 특정한 사람 즉 회원들만 대상으로하는 회원제이다. 처음에 오이타현에서 압박을 가하다가 조금씩 아지무식 회원제 농가민박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다른 현에서도 이를 인정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것은 아래에서 위로의 변화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수 있다.

아지무마치 그린투어리즘계 에토씨는 "아지무의 노력으로 96년 농촌민박을 이용한 도시민은 10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000여명이 달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농촌민박을 통한 농사체험, 농산물 판매 등으로 연간 1억엔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지무에서 민박을 하기위한 자격은 겸업을 하더라도 농사지를 땅이 있어야 하며 영리목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고 연구회와 행정에서 협의를 거쳐 기준을 통과한 사람에게 부여한다. 다만 행정에서는 창구나 농가 소개 등 행정적 지원은 하지만 금전적 지원은 거의 없다.

아지무식 그린투어리즘의 특징은 도시민을 친척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신뢰와 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각 농가에서 '한 번 묵으면 먼 친척, 10회 이상 묵으면 진짜 친척이 될 수 있다' '2주간(14회) 묵으면 오이타현의 그린투어리즘 대사가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지무 회원제 민박의 멥버쉽카드. 이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3%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도시민들은 일본 전통농가의 생활방식과 농촌 생활의 체험뿐만 아니라 농촌과 도시가 하나의 생명공동체임을 인식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특히 아지무의 그린투어리즘 성공은 농촌에 대한 긍지와 도·농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농촌의 좋은 점을 살리고 가치를 인정했으며, 농촌에는 도시에 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인식케 했다. 자신들의 환경과 생활방식이 도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에 대한 긍지를 느끼고 농촌생활과 인생에 대한 긍정을 평가를 주었다. 그린투어리즘의 주역은 농민이며 교류를 통해 후원자와 팬이 생겼고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경제적 활성화도 가져왔다.

에토씨도 "그린투어리즘이라는 수단을 통해 농촌주민의 자립과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주민의 자긍심을 갖게 한 것이 가장 큰 수익"이라면서 "아지무식 회원제 농촌민박은 급속히 확산돼 오이타현에 110곳이 넘을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이 기획취재는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됨으로써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김영호)의 기금 지원을 받아 공동취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