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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철학

[책]기세춘 '노자강의' (오마이뉴스080313)

by 마리산인1324 2009. 6. 20.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55598

 

 

묵점 기세춘, "지금까지의 노자는 노자가 아니다!
<노자>는 인간다운 삶을 되살리는 교훈으로
08.03.13 20:34 ㅣ최종 업데이트 08.03.13 22:18 김문창 (moonlh)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노자 강의
ⓒ 바이북스
기세춘
고전 재번역운동을 펼치고 있는 묵점 기세춘(74)씨는 최근 <장자> 완역과 <성리학개론>에 이어 원전의 의미를 되살린  명쾌한 노자읽기 <노자 강의>(바이북스)를 책으로 펴냈다.
 

기세춘씨는 노촌 이구영 선생이 운영하던 이문학회에서의 강의노트와 한남대학교 인돈 학술원에서 후학들을 위한 장자·공자·노조·성리학 등 고전강의를 3년 전부터 해왔으며, 이번 학기는 실학강의를 하고 있는데, 작년 노자 강의를 마치고 강의록을 중심으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노자 강의에는 서론으로 민중의 집단창작, 노자와 도교, 노장과 견유학파, 선조들의 노장일기와 왜곡에 대해 지적했다. 2부는 민중의 저항, 3부 반체제(반유가 반의인 등), 4부 유토피아(무위자연, 반 문명, 원시공산주의, 무경쟁사회, 무치사회), 5부 공동체적 인간상(무욕, 무지, 동심), 6부 공동체의 도덕(약자의 천연도덕, 노자도덕의 특징), 7부 생명주의(신선과 양생술, 생명주의, 도인의 처세술), 8부 형이상학(도, 천제, 기론, 무, 무극과 태일), 9부 인식론, 10부 냉소주의 경계 등으로 모두 807쪽의 책이다.

 

기자와 만난 기세춘씨는 "지금의 노자(老子)는 노자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동양고전을 읽는 젊은이들을 보면 반갑기 그지 없으나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책방에 진열된 고전 번역서들이 오역 투성이라 민망해서라며, 특히 노자와 장자의 오역은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자에 대해 "노자가 기록된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던 난세였다. 이에 민중은 전쟁에 끌려가 죽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었다. 민중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이때 민중의 절망을 대변한 것이 노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자는 은둔과 저항일 뿐 공자의 논어(論語)처럼 지배계급을 위한 정치론도 입신양명을 위한 처세술도 아니다. 오히려 노자는 기존 지배 문명 즉 공자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약자를 위한 철학"이라며 "오늘날 우리는 노자의 도(道)를 공자의 인의(仁義)와 혼동하며 노자를 현대문명의 살인경쟁 사회를 찬양하는 처세훈으로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앞서 언급한 뿌리 깊은 근본적인 왜곡에 원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 학계는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과거의 왜곡을 신주 받들 듯 답습하고 거기에 오역을 덧붙여 삼류소설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세춘씨는 "지금 서점의 노자 번역서들은 모두 진짜 노자를 회칠한 무덤에 가두어 버리는 '왕필 노자'일 뿐"이라며 "그것마저도 오역 투성이로 지금의 노자는 본래의 노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국내 학자들의 여러 번역을 소개하여 과연 어떻게 다른지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며 "노자의 여러 판본들과 <장자><한비자><회남자> 등 다른 문헌을 비교·분석하여 <노자>의 본래 모습을 되살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노자 왜곡에는 대체로 두 가지 수법이 사용됐는데..."

 

  
▲ 묵점 기세춘 노자 강의를 책으로 펴낸 묵점 기세춘 선생
ⓒ 김문창
묵점 기세춘

묵점 기세춘씨는 "노자 왜곡에는 대체로 두 가지 수법이 사용됐는데 글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뜻을 부여하는 수법"이라며 "키워드가 되는 글자 하나를 은밀하게 왜곡함으로써 경전의 전체 성격을 바꾸어버리는 교묘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노자 53장의 예를 들어보면 그 내용은 "만일 나에게 조그만 지혜가 있다면 무위자연의 대도를 행하여 오직 묶인 것들을 풀어주는 해방을 공경할 것이다. 무위자연의 대도(大道)는 심히 평이한 길인데도 사람들은 인의의 소도(小道)를 좋아하고 조정에서는 민중을 심히 닥달하니 농토는 황폐하고 창고는 비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학자들은 "나에게 조그만 지혜가 있어서 하늘아래 큰길을 행하라고 한다면, 오로지 샛길로 빠질까봐 두려울 뿐이다. 큰 길은 매우 평탄하고 쉬운데 사람들은 샛길을 좋아하나니, 조정의 뜨락이 심히 깨끗할 때, 백성들의 밭은 잡초가 무성하고 창고는 텅텅 비었다"로 번역한다. 이로써 노자의 저항적 담론이 순종의 글로 왜곡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글의 요점은 "무위자연의 대도(大道)를 옹호하고 인의의 소도(小道)를 비판한 것인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호도했다"며 "시(施)는 놓아준다(舍),사면한다(赦)는 뜻인데 왕념손(王念孫)이 이를 迤(비스듬히 걷다)로 고쳐 읽고 邪(거짓)의 뜻으로 왜곡했으며, 우리학자들은 이를 답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묵점 기세춘씨는 이처럼 노자는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에 의해 근본적으로 변질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왜곡을 요약하면 ▲문명 비판의 담론인 무위자연설이 허무를 숭상하는 귀무론(貴無論)으로 왜곡 ▲반유가적인 절학(絶學)과 무지(無知)의 담론이 관료와 지자(知者)를 따르라는 우민주의로 왜곡 ▲구체제를 부정하는 혁명적 담론인 동심론(童心論)이 도사들의 양생술과 기공술로 왜곡 ▲노장의 '자연의 도(天然之道)'가 공맹의 '인륜의 도(天命之道)'로 왜곡되었고 노장의 원시 공산사회가 공맹의 왕도주의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안과 왕필이 이처럼 ‘노자’를 왜곡했는데도, 우리 학자들은 이를 알지 못하는지, 지금 서점의 노자번역서들은 하나같이 왕필을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묵점 기세춘 노자 강의 책으로 펴낸 묵점 기세춘선생
ⓒ 김문창
묵점 기세춘

인간다운 삶을 되살리는 교훈으로

 

묵점 기세춘씨는 "현대 기계문명과 자본주의 물질문명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그 아래서 인간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며 "현재를 바르게 인식하고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성과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자는 인위적인 기존의 문명을 거부하고, 민중의 해방과 저항을 노래한 문서"라며 "문명의 편리한 기계를 반성하고 인간다움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기세춘씨는 "21세기 문명의 위기에 봉착한 인류사회에 이는 더욱 절실하다. 특히 새로운 삶,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을 꿈꾸고, 미래사회의 대안을 찾으려는 지성이라면 노장은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