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6.08.08 (화) 19:59
[내고장 통신]'호밀 자연농법' 개발 최준열씨 | ||
콩·잡초 함께 쑥쑥… 친환경 재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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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세번의 귀농 끝에 호밀을 활용한 무(無)경운, 무제초, 무비료라는 자연농으로 농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농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집은 서울이지만 경기도 안성군 공도읍 만정리에서 ‘사철농장’을 운영 중인 최준열(54)씨. 경제학을 전공한 최씨는 대학시절 방학 때마다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틈틈이 농사일을 배워오다 직접 농촌에 투신한 전형적인 귀농인이다.
세 번의 귀농 끝 실험 성공
그는 1983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7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전남 해남에 내려가 땅콩 농사에 손을 댔다. 그러나 초보 농군의 꿈은 2년 만에 폭우로 사라지고 말았다. 귀농 이후 첫번째 맛보는 실패였다. 이후 제주와 전북 고창·정읍, 전남 영광·순창 등지를 돌며 참깨를 심었다.
최씨가 전국을 돌면서 농사를 지은 것은 싼 땅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녔기 때문.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88년에는 참깨에 농약을 치다가 농약중독으로 쓰러져 3년 동안 누워 지낸 적도 있었다.
3년 만에 몸을 추스른 최씨는 강원도 태백과 경기도 연천 등지를 찾아 무농약 농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마저 수포로 돌아갔고 95년에는 농사일을 접은 채 상경, 전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타고난 팔자일까. 농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최씨는 다시금 농촌으로 돌아왔고 경기도 연천·발안, 강원도 철원, 충북 제천 등지를 돌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무농약·무비료 획기적 농법
그러다 3년 전 정착한 곳이 경기도 안성이다. 농사에 대한 최씨의 철칙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법에 있다. 자연농법의 꿈은 우연히 찾아왔다. 밭에 방치된 고추 500포기가 탄저병에 걸리지 않고도 무럭무럭 자라난 것을 보고 최씨는 무릎을 쳤다.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았는데도 풀과 함께 싱싱하게 자란 고추밭에서 농업은 과학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약 3만평의 밭에 비닐멀칭을 하고 파종기로 콩을 뿌렸다. 그리고 고랑에서 자란 풀이 허리쯤 왔을 때, 풀을 뽑지 않고 예초기로 풀을 베어 그 자리에 두었다. 비가 내리면 풀을 벤 자리에는 토착미생물이 하얗게 피어나 작물에 영양을 공급했다.
그러나 풀을 베어 놓는 방식도 대규모 농사에는 적용하기가 힘들었다. 비닐멀칭과 풀을 대신해 선택한 것은 호밀이었다. 호밀은 뿌리가 1.5m 이상 수직으로 내려가 배수도 잘 되고 미생물 작용도 활발하게 해 준다. 호밀농법은 여러 곳에서 실행하고 있지만 밭작물의 경우 산파(散播)로 인해 적절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에 착안, 강원도 영월에서 호밀 직파로 성공한 농업인 이동춘씨의 사례를 적용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씨는 앞으로 호밀을 가을에 파종할 생각이다. 올 10월 초 파종기를 이용해 호밀을 심고 내년 5월 초쯤 쓰러뜨려 1개월가량 호밀을 삭힌 뒤 6월에 콩을 뿌리면 완벽한 무경운, 무농약, 무비료, 무비닐, 무퇴비의 획기적인 콩농사 방식이 완성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현재 호밀을 이용, 콩농사만 짓지만 다른 작물에도 충분히 도입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찾아온 손님들 절로 감탄
올해 약 4000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예상하는 최씨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농업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한다. 지난달 14일에는 토종연구회 회원들이 찾아와 풀과 콩이 함께 자라는 광경을 보고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씨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귀농과 친환경농업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며 “우선 귀농인들은 임대료가 싼 토지 대신 양질의 토양을 선택해야 하며,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안성=정운순 조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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