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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기무사 민간인 사찰, 어떻게 이루어졌나 (오마이뉴스090812)

by 마리산인1324 2009. 8. 13.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94908&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옷사고 밥먹는 것까지 집요한 추적
경찰과 협조, 24시간 CCTV 감시체제
[집중분석] 기무사 민간인 사찰, 어떻게 이루어졌나
09.08.12 14:47 ㅣ최종 업데이트 09.08.12 14:55 구영식 (ysku)

  
기무사 소속 현역 군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메모 수첩.
ⓒ 이정희 의원실
기무사

 

부활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여전히 치밀했다.

 

민주노동당 당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군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민간인들의 행적을 날짜별, 시간대별로 뒤쫓고 있었다. 심지어 새벽에 노래방과 식당, 호텔에 들어간 시각까지도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12일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이 기무사의 사찰메모 수첩을 입수한 것은 지난 5일. 당시 이 의원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고, 이날 평택역에서는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작전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2일 오전 "군 기무사는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대규모 민간인 사찰을 자행해왔다"며 기무사 소속 군인의 메모수첩을 증거로 제시했다. 사진은 민간인을 사찰한 기무사 소속 군인의 작전차량증.
ⓒ 이정희 국회의원실
기무사

 

이날 이 의원은 우연한 경로를 통해 'WORK BOOK'이라고 적힌 남색 수첩을 입수했다. 손에 딱 잡히는 크기의 이 수첩에는 '군 작전차량증' 복사본 4장과 주소가 강원도 화천군으로 적힌 주민등록증 등이 들어 있었다.

 

군 작전 차량증의 사용부대는 '국군기무사령부'로 기재돼 있었고, 발행일은 1월 1일, 유효기간은 올 12월 31일까지였다. 발행관은 중령 K씨였고, 국방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주민등록증에는 군복을 입은 S씨(34)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를 근거로 이 의원은 민간인을 사찰한 S씨를 '기무사 소속의 현직 군인'으로 추정했다. 현재 국방부와 기무사가 신원 등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S씨가 똑같은 군 작전차량증 복사본을 4장이나 소지하고 있었던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마트에서 내의 구입하고, 식당에서 냉면시켜 먹고...

 

  
기무사 소속 군인의 사찰 메모(7/20~23)
ⓒ 이정희 의원실
민간사찰

 

S씨의 사찰수첩에 적힌 메모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찰대상자인 민간인들의 행적을 적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회의용으로 보이는 것이다.

 

수첩은 사찰대상자들의 행적이 날짜별,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적혀 있다. 수첩에 적힌 내용으로만 보면,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루어진 시기는 올 1월 7월이다. 1월 11일자 메모를 보면 이아무개씨가 이마트에서 내의를 구입했다는 내용까지 나온다. 차량종류와 번호도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09:20-40 E마트(내의 구입)

09:45 出 도보

10:20 이스타나

11:20 양촌면 入(하우스) 

 

불법사찰이 아주 가까이서,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월 20일-22일자 메모도 민간인 사찰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각각 7월 21일자와 22일자 메모다.

 

15:05 사무실 出(버스 이동)

15:45 구로역광장-쌍용자동차 선전

19:00 구로역 入

21:30 ○(동그라미만 표시함-편집자주)

(화살표시를 해놓고) 독산2동 사무소 방문

 

09:10 사무실 入

16:05 사무실 出

16:30 삼성래미안 入(버스) (111동 지하주차장)

17:26 주차장 出

18:45 사무실 入

20:40 사무실 出

 

이 의원실에서 공개한 메모 외에 <오마이뉴스>가 따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새벽에 노래방에 들어간 것과, 한식당에서 불고기와 함흥냉면을 시켜 먹은 것, 한 호텔에 들어간 것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

 

특히 이 메모에는 '참석자 All 촬영'이라고 적힌 대목이 있다. 이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단순미행에서 그치지 않고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얼굴촬영까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늦은 새벽까지 행적을 추적하는 등 사실상 '24시간 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법하다.   

 

민간인 사찰은 경찰과 협조... CCTV 설치해 '실시간 감시'?

 

  
기무사 소속 군인의 사찰 메모(5/11 "소망")
ⓒ 이정희 의원실
기무사

  
기무사 소속 군인의 사찰 메모
ⓒ 이정희 의원실
기무사

 

가장 주목되는 것은 내부회의용으로 보이는 메모다. 5월 11일자 메모는 '사찰을 위해 필요한 요구사항'을 정리해놓았다. ▲기동장비 소형차 교체 ▲필요장비 탑재된 승합차 도입 ▲전세자금을 활용한 거점 확보 ▲활동 매뉴얼 작성 ▲인터넷 설치 등이 적혀 있다.

 

① 기동장비(소형) 제한. 고급 APT 출입시 소형차 곤란

=> 중장기 예산 반영 요망

② 외국(동남아) 활동 "정○○ 목사" 탈북자 첩보

-> 협조자 구축시 예산 필요(제도적)

③ 승합차(필요장비 탑재 필요)

=> 검토하고 있음

 

④ 예산반영시 관심 필요

- 실무자들이 제한됨

⑤ "리스" 차량, 개인 차량 이용시 정비 및

⑥ 신변보장?

 

⑦ 80만원+@ 소형위치

⑧ 두발․복장 자율

⑨ 我 거점 확보

-> 전세자금으로 활용

 

⑩ 활동 매뉴얼 작성

-> 유경험자 사례

⑪ 휴일 차량 주유

⑫ 용역회사에 의뢰

- 현장활동

 

⑬ 일반 인터넷 설치

⑭ 보고문제: 급하다. 끝이었다

=> 조절 필요

⑮ 만기퇴역자?

 

  
기무사 소속 군인의 사찰 메모(7/24)
ⓒ 이정희 의원실
기무사

 

또한 '토의'라는 제목이 붙은 7월 24일자 메모에는 '다음 주부터 경찰 동행' 'CCTV 설치건' 등이 적혀 있다. 이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경찰의 협조 아래 이루어지고 있고, CCTV 설치를 통해 '실시간 거점 감시'를 계획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이 메모의 일부분이다.

 

ㅇ 다음 주부터 경찰동행

ㅇ 2인1조, 주1회 휴무 조정

ㅇ CCTV 설치건

ㅇ 오늘부터 일활(일일활동-편집자주) 작성

ㅇ 주간일정 확보

ㅇ 노출×

ㅇ ○○분과 설치 여부

 

실제 S씨의 수첩에는 민주노동당의 25일부터 31일까지 활동계획이 정리된 주간일정표도 들어 있었다. 이 주간일정표에는 정권퇴진시국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 평화협정체결 촉구 평화대회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사찰대상자 주소지·차량 확인하는 방법

 

  
기무사 소속 군인의 사찰 메모 (5/11)
ⓒ 이정희 의원실
기무사

 

'수사활동 세미나'라고 이름붙여진 5월 11일자 메모도 흥미롭다. 여기에는 사찰대상자의 주소나 차량을 확인하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1. 주소지 확인 제한

-> 전화국에서 확인

-> 도시가스관리공단 확인(전기 가스)

2. 주소만 확인

-> 현주소지 동사무소 확인

3. '리스'업체 차량 확인

4. 사회복지과 이용 확인 

 

이정희 의원실의 김정엽 정책보좌관은 "S씨의 수첩은 군이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정원도 정치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과거처럼 국정원이나 기무사 등이 위세를 떨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기무사는 군사보안이나 군방첩 등과 관련된 첩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군 수사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군사법원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 의원은 "군사보안이나 군방첩과 관련해 민간인의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보유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민간인에 대한 첩보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다"며 "그런데 기무사 요원들이 군과 상관없는 사람들을 미행하고 촬영한 것은 군사법원법 제44조에 따른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 10월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 사찰기록들을 폭로한 이후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민간인 사찰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S씨의 수첩은 '공안파트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S씨의 수첩에 등장하는 이름은 16명이고, 이 가운데 민간인으로 확인된 경우는 7명에 이른다. '사찰대상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주로 민주노동당 당원이거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라고 이 의원실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