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9-08-13 오전 06:53:35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70976.html
장병 추적했다더니 민노당 간부·40대 남자 감시 | |
신대위 수첩엔 민노당 서울시당 행사 일정표 동영상 채증장면도 머리짧은 젊은이 안보여 메모리카드엔 집회참가 당직자 아파트 사진 | |
이유주현 기자 권혁철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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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민간사찰’ 부활 충격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12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제기한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기무사의 해명은 정황상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많아, 오히려 궁금증을 더 키운다.
지난 5일 쌍용차 관련 평택역 집회에서 채증작업을 벌이다 발각된 기무사 신아무개 대위가 갖고 있던 자료는 수첩과 6㎜ 테이프, 메모리카드 등 세가지다.
가로 7㎝, 세로 10㎝가량의 작은 남색 수첩엔 기무사에서 발행한 군 작전 차량증, 주민등록증이 들어 있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첩엔 또한 임진각통일기행·정권퇴진시국대회 등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벌이는 주간행사 일정표(7월25~31일)가 끼워져 있다. 특정 정당에 대한 감시활동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수첩 안쪽엔 14쪽에 걸쳐 사찰 대상자의 날짜별·시간대별 행적과 수사활동 세미나, 사찰을 위한 토의내용 등이 적혀 있다.
캠코더로 찍은 24분37초 분량의 동영상이 들어 있는 테이프엔, 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쌍용차 집회에 참여한 민주노동당 당직자를 추적한 장면 등이 나온다. 길에 서 있는 남자를 촬영한 대목에선 “누굴 기다리는 것 같은데…버스를 탈 것 같아” “버스 타게 되면 (우리도)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은데요. 쫓아가야 하니까” 등 여러 남자가 주고받은 대화가 녹음돼 있다. 복수의 인물들이 한 사람을 집요하게 쫓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테이프엔 또 민주노동당이 길거리에서 벌이는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제정 서명운동’ 장면과 쌍용차 집회 현장 동영상이 담겨 있다.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30~40여장의 사진 중엔 집회에 참가했던 당직자의 아파트가 정면으로 찍힌 것도 들어 있다.
기무사는 신 대위가 평택역 집회에 간 것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장병들이 휴가기간 동안 쌍용차 집회에 참가할 것에 대비한 예방활동”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수첩·동영상 등에 들어 있는 민간인 관련 기록과 관련해선 “아무 민간인이나 조사하는 게 아니고 군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기무사 수사권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민간인을 사찰한 게 아니라 범죄정보를 확인하던 과정이었다”며 “군사기밀보호법 등에 따라 구체적인 수사내용을 이야기할 수 없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군과 민간인의) 관련성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무사는 오히려 “신 대위의 활동은 기무사의 적법한 활동이었으므로 (신 대위에 대한) 폭행 등 불법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해선 공무집행방해 및 특수폭행죄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기무사의 해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신 대위가 쌍용차 관련 집회에 간 이유가 휴가중인 군인들이 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막상 동영상 채증 내용엔 군인으로 추정 가능한 머리가 짧은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민노당 간부가 시위 현장 주변을 걷거나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는 모습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정희 의원은 “기무사는 휴가 나온 장병을 찾기 위해 평택에 내려갔다고 주장하지만 카메라가 쫓고 있는 것은 40대 중반의 남자”라며 “기무사는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사찰 대상자들에 대해 “군과 관계 있는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으나, 당사자는 이를 전면 부인한다. 쌍용차 집회 장면이 찍힌 민노당 당직자는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 주변엔 군과 관련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우리는 사찰 대상자들이 군과 연계돼 있다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무사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수사를 했다면 스스로 의혹을 밝히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권혁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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