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함양 백전에 귀농한 저희 부부.
그해 손수 귀틀집을 지었는데, 그 과정을 올려봅니다.
귀틀집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양 인근에서 벌목한 벽체용, 서까래용 낙엽송을 사와
나무 작업장에서 껍질 벗겨 말렸습니다.
남편과 저, 둘이서 달랑 낫 하나 들고 덤벼 들었습니다.
시골로 이사가서 집짓고 사는 일, 그 간절했던 꿈이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포크레인이 들어와 터작업하는 날,
남편은 신이 났습니다.
운전하시던 포크레인 기사분이 방방 뛰어다니는 저희 부부를 보며
"그리 좋으세요? "하며 웃으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기초 1미터 파서 잡석으로 채워주었습니다.
돌기초를 했습니다.
마을뒷산과 주변에서 주워온 돌들로 쌓고, 황토흙과 석회를 반죽해 틈을 메워갔습니다.
돌기초하는데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레미콘 와서 부으면 하루면 끝나는 일, 저희는 바보였습니다.
부엌과 화장실쪽 내부기초는 시멘트 기초.
그렇게 둘이서 흙먼지 속에서 돌과 씨름하며 보냈습니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일.
돌기초 위에 드디어 나무를 쌓아 올렸습니다.
오른쪽이 거실과 방이고 왼쪽이 보일러실, 화장실, 현관.
화장실과 싱크대 쪽 배관 설치하고
창, 문 자리를 비워가면서 나무를 차곡차곡 쌓아 갑니다.
흔들리지 말라고 피스 박아주고...
이렇게 보니 못주머니 찬 남편이 목수폼이 나네요. ^^*
저기 흰모자쓰고 있는 분이 서목수님.
벽체 올리던 날은 서목수님의 그 팀들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달랐습니다. 하루만에 벽체가 다 올라갔으니까요.
18평 귀틀집의 외형이 갖추어졌습니다.
남편이 다음날부터 바로 지붕에 서까래 걸었습니다.
서까래 위에 개판 올리고, 보편적으로 흙을 올리는데
저희는 판넬을 올렸습니다. 아는 분 소개로 판넬 버려지는 걸 실어와 지붕 전체에 덮었습니다.
그리고 지붕에 비새면 큰일 나니까 꼼꼼하게 방수쉬트를 깔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 성현이아빠, 쌍둥이네 아빠. 남편이 시골와서 알게된 듬직한 형들입니다.
저희보다 2-3년 일찍 귀농하신 분.
두 분이 이렇게 개구지게 지붕위에서 폼잡고 찰칵.
이제 귀틀집의 하이라이트. 흙벽치기.
마을 황토흙에 짚을 썰어 넣고, 물 넣어가면서 섞어줍니다.
사람 손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양이기에
포크레인으로 섞어줍니다.
그리고 천막천으로 덮어 일주일 정도 숙성한 뒤 치대면 근적끈적 찰진 흙이 된답니다.
그리고 내부벽은 나무벽체 위에 띠장을 다 했습니다.
나무와 흙 사이에 갈라져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내부벽은 나무가 보이지 않게 다 황토흙으로 마감을 했습니다.
트라이비트라는 철망을 띠장 위에 박고, 다시 흙을 바릅니다.
미장 손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빈틈없이 메워주는 이 작업.
남자들의 힘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창틀과 문틀 짜넣고
방 하나는 구들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보면서 난생 처음 구들을 놓아보았습니다.
구들 방바닥 미장하기 전에 자갈 두텁게 채우고,
숯넣고, 천일염 넣고...
벽체하고 남은 황토반죽을 두껍게 깔아 수평을 만들어 줍니다.
장작불로 밀가루풀을 쑤었습니다.
묽게 쑨 밀가루풀에 수사 넣고 고운 체를 친 황토, 모래를 넣어 반죽을 합니다.
저희 마을 흙의 경우, 황토와 모래 비율을 1:3으로 하니 갈라짐이 없었습니다.
이것으로 벽미장 마무리를 3~4차례 해주고,
방바닥도 이것으로 발라 틈을 메워주었습니다.
구들방에 불을 넣었더니, 저희 집 강아지들이 이렇게 퍼졌습니다.
굴뚝 세워 올리고...
이른 봄에 시작한 집짓기, 그해 겨울 집이 다 지어졌습니다.
거실에 놓인 벽난로 굴뚝과 구들방 굴뚝이 나란히 보이네요.
손수 집을 짓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외줄타기입니다.
저희부부 때론 벼랑에 선 기분이 들기도 하고,
힘겨워서 거친 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습니다.
집짓는 일을 견디면서 하다보면 아무 것도 안 남는다고...
매순간 즐기면서 하라고.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인 만큼 순간 순간 즐기라고...
저희는 그랬는지....
아쉬움이 더 크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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