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증평 통합논의를 보면서
'생뚱맞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는 행동이나 말이 상황에 맞지 아니하고 매우 엉뚱한 경우에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요즘들어 이 말이 괴산에서 자주 쓰이는 것은 괴산과 증평간의 재통합 문제에 대한 괴산군수의 언급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그에 대한 어떠한 언사조차 내비추지 않았다가 외부적 분위기가 주어지니까 갑작스레 떠들어대고 있거든요.
1914년 이래 괴산군의 한 지역이었던 증평은 1990년 12월31일에 충청북도 조례로써 충청북도 증평출장소가 되었고, 2003년 8월30일에는 법적으로 분리되어 증평군이 됩니다. 사실 그 이전 왕조시대에는 청안현의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지만 충북선의 기차역이 설치됨으로써 점점 커졌습니다. 1979년도에 읍이 된 괴산의 경우와 달리 증평은 1949년도에 읍으로 승격됩니다. 인구나 경제여건 등에서 괴산읍보다 월등하게 앞서나가면서 '독립'의 여론이 증평을 휩싸이게 되고, 그 독립운동을 통한 정치적 승리가 증평군의 설치로 나타나게 됩니다. 1읍1면으로 하나의 군이 되어버린 어이없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간 괴산지역에서는 이전 괴산지역 정치세력들의 안이한 자세를 질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널리 공론화되지는 못한채 한켠의 넋두리로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흘러나오던 차에 괴산군수가 갑자기 치고 나온게 괴산증평 통합 문제입니다. 2009년 9월 2일, 자립기반 약화와 행정의 비효율성, 행정구역 불일치에 따른 주민 불편, 역사와 문화권 동일성 등을 들며 괴산과 증평의 통합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마냥 편하게 받아들일 증평군이 아니죠. 증평군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즉각 거절했고, 증평의 한 시민단체도 “임 군수의 통합제의는 내년 선거를 겨냥한 개인 선거전략용 꼼수”라고 비난했습니다. 도리어 증평군수는 행정구역은 실생활권 위주로 개편돼야 한다면서 괴산군 청안·사리면과 청원군 내수읍, 진천군 초평면, 음성군 원남면 일부 등 증평군을 생활권으로 하는 지역을 증평군에 떼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괴산군은 군수의 괴산 증평 통합 제의에 따른 통합 실무를 담당할 통합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데 이어 괴산지역 사회단체 협의회와 주민, 이장단을 대상으로 한 통합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구태의연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늘 그렇다시피 이러면 괴산에는 지역마다 똑같은 문구의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1읍1면의 초미니 군을 탄생시킨 당시의 정략적 정치적 결정이야 당연히 비판받을 수 밖에 없고, 점차 거대화되는 지역통합의 흐름 속에서도 괴산 증평의 통합은 당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독재정부의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면 자치단체간의 통합은 아주 요원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괴산에서 분리된 증평군은 괴산군과의 통합보다는 청주 청원으로의 통합을 바라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작은 군답게 예산을 알뜰하게 사용하여 아기자기한 지역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차에 괴산과의 통합논의에 귀를 기울이기나 하겠는지요. 게다가 두개의 지역이 통합하더라도 인구7만명의 평범한 자치단체일 뿐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기도 하구요.
분명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만일 통합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지역정치세력들의 견해나 야합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편에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증평군과 인접해있는 청안면과 사리면의 많은 주민들은 장날도 증평장으로 가고, 자녀들도 증평에서 교육을 시키며, 농협도 증평농협의 조합원이고, 전기 전화 등 거의 모든 생활권이 증평에 접속되어 있기 때문에 증평으로의 통합을 원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70평생 동안 괴산읍에 두번 다녀왔다는 청안지역 촌노의 얘기는 그 지역 상황을 알게 해줍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안이 제시되어 모든 이들에게 좋은 통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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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는 괴산군수의 통합제의에 대한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한 기사가 있어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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