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2010-05-24 09:01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481078
[Why뉴스]천안함 침몰원인 둘러싼 논란 왜 계속되나
CBS 권영철 선임기자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합동조사단이 지난 "천안함 침몰원인은 북한 소형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공식 발표했지만 침몰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하고 확실한 물증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제시된 물증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딘가 미진한 부분들이 있다는 여론이다.
▶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것 아닌가
= 국방부나 민군합동조사단은 제시한 결정적 증거물 이른바 '스모킹 건'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는 북한제 중어뢰인데 이는 침몰지역 인근에서 수거된 어뢰부품과 프로펠러 등이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어뢰의 설계도면과 일치하고 또 어뢰 추진체 뒷부분 안쪽에 적힌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북한 어뢰의 표기방법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서해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사건 당일을 전후해 기지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복귀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 그런데 왜 침몰원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나
= 합조단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가 정말 결정적인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이 바로 어뢰 추진체 뒷부분 안쪽에서 발견됐다는 '1번'이라는 한글 표기 부분이다. 1번이라는 표기가 과연 북한에서 어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쓴 것인지 아닌지가 가장 큰 의문 중 하나인데 인터넷에서는 지난 20일부터 '1번' 한글에 대한 의문과 논란이 번지고 있다.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의문 중 하나는 '1번'이라는 글씨가 언제 누구에 의해 써졌느냐? 하는 점이다. 다른 부위는 녹이 슬었는데 '1번'이라는 '유성매직'의 글씨는 너무 또렷해서 인양한 뒤 쓴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글씨의 삐침부분까지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것인데 거대한 폭발 속에서 바다 속에서 50여일이 지나도 그 부분만 그렇게 남아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이 확보하고 있다는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4호'라고 기재돼 있다고 했는데 1번과 4호는 유사하기 보다는 다른 표기방식이라고 봐야 하다는 것이다. 훈련용 어뢰는 계속 사용하는 것이니까 훈련 중 글자를 새길 수 있겠지만 공격용 실전어뢰에 한글로 '1번'이라고 쓴다는 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또 북한에서는 1호, 2호 이렇게 부르지 번은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 전문가들의 의견은 들어봤나
= CBS 취재기자들이 사진 전문가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했다. 일부 사진 전문가들은 1번이 찍힌 원본 사진을 여러 각도로 분석한 결과 글자 주변이 어뢰의 표면보다 밝게 나와 다른 재질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글자 주변의 색이 유독 밝은 것을 두고, 녹이 슨 표면을 무언가로 닦은 뒤 그 위에 글자를 쓴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사진학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A씨는 "육안으로는 구별이 쉽게 안되도 픽셀을 조정해 보면 글자 주변이 다른 표면과는 달리 훨씬 밝은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애초에 표면 재질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A씨는 "사진만으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글자 주변과 나머지 어뢰의 표면이 사진 상으로 다른 것은 맞다"며 "뭔가 표면에 처리가 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적외선 촬영이나 측면 근접 촬영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릴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견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B씨는 "(글씨 주변에) 닦인 흔적이 보인다"면서 "사진만으로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썼는지, 인양한 뒤에 썼는지는 잘 구별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훈련용 경수뢰와 공격용 중어뢰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하다면서 훈련용과 공격용은 표피와 화약성분이 서로 다르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합조단이 그런 부분까지 조사하지 않았나
= 합조단은 아직 그런 단계까지 조사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합조단은 '1번'과 관련해 잉크나 필적을 검증했느냐는 질문에 "잉크를 채취하려면 손상이 되기 때문에 향후에 하기로 했다"면서 검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1번' 글자체가 7년 전 확보된 훈련용 어뢰 '4호' 글자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필적감정을 했느냐는 질문에 윤덕용 준장은 "(대조하려면 두 글자체의)초성, 중성, 종성이 다 있어야 한다"며 두 글자체를 분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번' 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도 윤종성 준장은 "일련번호를 매기는데 우연히 한 것 아니겠느냐"고 애매한 해석을 내놨다. 7년 전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육필로 써진 '4호'와 이번에 발견된 '1번'의 차이에 대해서도 윤 준장은 "관습에 따라 차이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 추진체의 부식상태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 어뢰 추진체의 부식정도가 심하다는 것인데 해난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조사단이 내놓은 어뢰수거물의 부식상태는 단지 두 달 만에 생긴 것이라고는 도저히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바닷물 속에 빠져 있는지 몇 년은 돼 보이며, 물속에 있던 것을 육상에서 보관했다가 내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바닷물 속에서 10년 가량 빠져있었던 배의 앵카(닻·anchor)와 탄환, 포탄 등을 봤던 경험에 비춰볼 때 조사단이 제시한 어뢰수거물의 부식상태는 두 달보다 훨씬 오래돼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부식의 정도가 너무 심해 천안함 침몰 이전에 이미 해저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인양된 천암함의 부식 정도와 비슷하다고 말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명확한 조사는 추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합조단은 북한의 어뢰 수출용 팸플릿에서 나온 설계도면과 어뢰추진체의 제원이 일치한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 합조단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북한의 어뢰 수출용 팸플릿에서 나온 설계도면과 해저에서 수거된 어뢰 추진부의 제원이 같다는 것이다. 이것이 움직일 수 없는 결정적 근거가 된 것인데 인데 윤덕용 합종조사단단장이 직접 설계도면을 봤고 설계도면은 영어로 돼 있지만 '보안문제'로 책자를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윤 단장은 "팜플렛의 연도는 80년대인 것 같다. 80년대 중반 아니면 후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뢰 제작 연도가 팜플렛에 적혀 있느냐'는 질문엔 "80년대 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80년대 수출용 어뢰에 '버블제트 기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니면 어뢰 추진체의 제원만 같고 성능은 다른 것인지 그 부분도 입증이 돼야 이것이 '결정적 증거'로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연어급 잠수정의 존재도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인데다 130톤의 잠수정이1.7톤의 무거운 중어뢰를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지도 핵심 의문 중 하나이다.
▶ 북한 잠수정의 행방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 북한의 잠수정이 어떻게 백령도 앞바다까지 진출했고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그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합조단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공해의 수중을 통해 외곽에서 우회해 잠입한 뒤 야간에 대기하고 있다가 천안함을 공격하고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 잡입했던 경로로 되돌아갔다고 발표했다. 언제 어떤 경로로 침투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는데 이는 백령도 인근을 통해 침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내놓은 일반적인 추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잠수정이 사고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는 분석도 북한이 처음부터 천안함을 타격목표로 정해 두고 구체적인 항로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특히 수중에서도 빠른 물살이 흘러 선박 인양도 그렇게 어려웠는데 그런 사고해역에서 어뢰 한 방에 초계함을 두 동강내고 소리도 없이 도주했다는 건 상상으로나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시 주변 해역에는 미군의 이지스 함을 포함해군함 13척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6하 원칙을 두고 분석을 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왜 천안함을 목표로 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합조단의 발표대로라면 북한의 잠수정은 "스텔스 잠수정"이라거나 "홍길동 잠수정"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그렇다면 물증 보다는 심증으로 분석을 했다는 얘기인가
= 합조단이 움직일 수 없는 결정적 증거라고 밝혔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물증을 가지고 확정을 했다기 보다는 심증에 물증을 더해서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천안함이 내부폭발이나 좌초가 아니고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한다면 외부 충격은 공격일 가능성이 높고 서해 해역의 평소 긴장감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심증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외부충격 한 발 더 나아가 외부공격이라고 한다면 대치중인 북한을 떠올리는 건가장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객관적인 증거를 면밀히 분석해서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발표일정을 정해두고 여기에 억지로 맞추다보니 무리한 분석이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뢰 추진체를 인양한 것이 지난 15일인데 사흘 만인 18일에 이미 한중일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브리핑을 했다. 3일 만에 성분분석을 했다는 것은 사실상 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천안함 침몰장면이 담긴 열상감시장비(TOD) 촬영화면은 더 없는지 왜 사고를 전후한 그 시간대 화면만 없는 것인지? 또 지난 19일 인양된 천암함의가스터빈실(어뢰공격을 받았다고 한 지점)의 상태나 화약성분 분석결과 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두 달이다 됐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닌데 조사결과를 왜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20일에 발표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40여개 시민단체들은 "군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짜맞추기 조사를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군이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교신기록과 상황일지 그리고 TOD 동영상의 전체 등을 공개해 이런 의문을 풀어야 할 것이다. '의심암귀(疑心暗鬼)'라고 '의심이 생기면 의심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런 만큼 정부나 군은 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결론을 내린만큼 관련된 증거물을 제시해서 의심이 해소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는 엄포로 대처하기 보다는 결정적인 증거물들을 제시해서 의문을 해소해야 국론이 분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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