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의 '시선'> 2010/06/0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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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선 -
한나라당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 23명은 어제(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당.정.청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심각한 민심이반이 확인된 만큼 여권 전체가 정풍 수준의 대대적 쇄신을 해야한다"는데 공감대를 갖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초.재선 참여, 전당대회 연기와 세대교체를 포함한 새로운 당 리더십 구축,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쇄신 등을 의견을 제시했다. 전교조 명단공개에 동참했던 한나라당 의원들 Ⓒ 오마이뉴스
때마침 청와대가 선거결과는 당의 책임이며 조기 인적 쇄신은 없을 것임을 밝히고 나서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당.청간의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가 현재로서는 인적 쇄신 의사도 없고 세종시 수정이나 4대강 사업 등의 중단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나선 마당이라, 앞으로 한나라당 내의 쇄신 목소리가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강하게 분출된다면 청와대를 끌고 가는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같은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한나라당 쇄신파의 진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돌아보면 쇄신파 의원들 역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기간 내내 북풍, 그리고 느닷없는 ‘전교조 때리기’를 선거전략으로 삼았을 때, 그들 가운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지금은 쇄신을 외치고 있는 그들은 침묵하며 한나라당의 낡고 구태의연한 선거전략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쇄신파 의원들 가운데 몇몇은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라는 불법행위에 가담한 당사자들이다. 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교조를 희생양으로 삼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성원하며 가담했던 의원들의 이름이 쇄신파 명단에서 여럿 발견된다. 이번 선거기간에 자신들 스스로가 지탄받을 행동을 했고, 그 결과로 한나라당이 심판을 받은 마당에 어떻게 쇄신을 입에 담고 나설 수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한나라당 쇄신파의 목소리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우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고해성사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자신들이야말로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방관했고, 한나라당의 구태에 가담했던 죄인이었다는 반성문부터 국민 앞에 제출하고 청와대를 향해 책임을 따지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한나라당 쇄신파는 청와대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고,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패배를 둘러싼 그들 사이의 책임공방을 지켜보노라면 여권세력 전체가 심각한 민심 둔감증에 빠져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국민 불신의 대상에 어디 청와대가 따로 있고 한나라당이 따로 있겠는가.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몸이 아니었던가.
선거패배가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은 쇄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청와대는 번번히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래도 쇄신파는 아무런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반복된 정해진 코스였다. 쇄신을 거부하는 청와대도 문제였지만, 어느 사이에 한나라당 쇄신파도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한 과거를 알고 있기에 한나라당 쇄신파의 목소리가 아직은 의례적인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진다. 그들의 말에 국민이 귀 기울이고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면, 먼저 자신들부터 참회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근본적인 자기성찰 없는 요란한 쇄신구호를 믿어줄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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