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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홍보 시장’ 오세훈의 청계천 과장 홍보 (시사IN 제142호0

by 마리산인1324 2010. 6. 7.

<시사IN> [142호] 2010.06.04  10:51:53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7493#

 

 

‘홍보 시장’ 오세훈의 청계천 과장 홍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최고의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생태 복원에 의문이 제기됐다.

자연 하천이 살아나 물고기가 늘었다는 서울시 홍보와 달리 물고기를 인공 방류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오성 기자 | dodash@sisain.co.kr

 

 

‘갈겨니’(Dark Chub)라는 이름의 민물고기가 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갈겨니는 몸길이 18∼20cm 정도에 1~2급수 맑은 물에서만 사는 물고기다. 오염에 약해 사람이 손을 댄 강바닥·저수지 등에는 살지 못하고, 강 상류나 중상류의 맑은 물에서 산다.

갈겨니는 낚시나 천렵깨나 한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우리 토종 민물고기다. 피라미와 비슷하게 생겨서 혼동하기 쉽지만 깨끗한 1급수에 산다는 게 특징이다. 회나 매운탕 거리로 먹기도 한다. 한강 수계에 사는 녀석을 참갈겨니, 섬진강 등 남쪽 지역에 사는 것은 그냥 갈겨니라 부른다.

   
ⓒ시사IN 윤무영
서울시는 청계천에 잉어·피라미·돌고기 등 어류 25종이 산다고 밝혔다.
5월26일, 비가 그치고 맑게 갠 날 오전에 서울 청계천변을 걷다보니 투명한 물속으로 물고기가 꽤 여러 마리 지나친다. 언뜻 보면 갈겨니 같기도 한 물고기도 쏜살같이 콘크리트 바닥 위 바위틈을 헤치고 지나간다. 평소라면 동식물에 무지한 서울내기 기자가 갈겨니 따위를 알아봤을 리 없다. 기자가 청계천 갈겨니를 유심히 살펴본 것은 요즘 이 토종 물고기가 청계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금강에 살던 갈겨니 인공 방류했다”

지난 2월4일 서울시는 ‘청계천 동식물, 복원 전보다 8배 늘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보내며 ‘참갈겨니·참종개·줄납자루 등 모두 7종의 고유 어종이 청계천에 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같은 생태계 변화상은 깨끗한 물과 풍부한 먹이로 청계천의 서식환경이 안정화 단계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다양한 식물층과 물속 플랑크톤이 증가하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조류와 어류 등이 한강이나 중랑천에서 올라와 정착한 것이다”라고 자평했다.

요컨대 ‘청계천이 건강한 자연하천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청계천 홈페이지에 소개된 ‘청계천 동물상 지도’를 살펴보면 청계광장이 있는 모전교 부근부터 동대문종합시장이 있는 황학교 부근까지 갈겨니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온다. 맑은 물에 사는 민물고기가 청계천에 산다니, 그야말로 ‘청계천의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큰 변화다. 

   
ⓒ최병성목사 제공
청계천에서 발견된 갈겨니.
그런데 최근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가 외부에서 갈겨니를 구해 청계천에 인공 방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펼쳐온 최병성 목사와 환경운동연합은 5월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섬진강 등 남쪽 지역에서나 서식하는 갈겨니가 자연스럽게 청계천에서 살 방법은 없다. 인위적으로 도입된 걸로 추정된다”라는 충격적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환경운동연합은 충남 지역 민물고기 채취업자 조 아무개씨로부터 “2006년 5월 서울시 청계천관리본부에서 갈겨니와 참갈겨니 수십 마리를 가져가 방류했다”라는 증언을 확보하고 이를 공개해 어류 방류 의혹에 힘을 실었다. <시사IN>이 조 아무개씨와 최병성 목사 등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조씨가 서울시에 공급한 갈겨니는 금강에 살던 것이고, 조씨는 그 외에도 서울 탄천에 방류한 어류를 공급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기자가 서울시 보도자료를 살펴본 결과 갈겨니가 청계천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서울시가 밝힌 것은 2006년 5월이었다. 청계천이 복원된 때가 2005년 10월1일이니 겨우 8개월 만에 갈겨니가 청계천에서 발견된 것이다. 조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시는 조씨로부터 갈겨니를 구입해 방류하자마자 ‘청계천에서 갈겨니가 발견됐다’라며 낯 뜨거운 선전을 해댄 셈이 된다.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서울시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측 “시민이 무단 방류한 것”

   
ⓒ최병성 목사 제공
청계천 공기방울은 녹조가 만들어낸 유해 산소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갈겨니가 청계천에 유입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시민들의 무단방생 등에 의해 유입되어 청계천 환경에 정착한 것으로 추측한다”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그동안 서울시가 갈겨니 방류 문제를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2007년 12월 서울시설공단이 펴낸 ‘청계천 생태계 모니터링 학술연구’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조사된 전체 19종 담수어류 중에 비단잉어금붕어·갈겨니·미꾸리 등은 방류(방생)에 의하여 분포하는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서울시 스스로 이미 갈겨니가 인공 방류에 의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생태계 복원’ 운운하며 청계천 홍보에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 과장된 홍보를 한 건 이뿐 아니다. 서울시는 2008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청계천에서 참종개 등이 처음 발견됐다. 청계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과 최병성 목사는 이번에 갈겨니 방류 사건을 조사하면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로부터 “종다양성 확보를 위해 참종개(치어)를 중랑천 합수부에 방사한 적이 있다”라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5월23일 해명자료를 내놓고 ‘청계천 어종 다양성 증대와 우리 민물고기 보전 차원에서 2008년 5월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의 무상지원을 받아 참종개 5000여 마리를 공식적으로 방류했다’라고 시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위 있는 협회에서 보도 자료를 냈기 때문에 따로 (참종개 방류와 관련한) 자료를 안 냈다. ‘첫 발견’은 표현의 차이로 봐달라”고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청계천 생태계와 관련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전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건 어찌 되었든 청계천에 물고기가 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토종 물고기 방류 의혹 제기를 계기로 청계천의 생태 건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청계천 곳곳에 녹조가 퍼렇게 끼여 있다.
더욱이 환경운동연합 등이 이번에 현장을 조사한 결과 청계천에서 채집한 버들치·돌고기 등은 산란철임에도 정소(수컷)나 알(암컷)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몸이 마른 물고기와 상처가 있는 물고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김익수 전북대 교수(생물과학)는 “영양소가 부족해 생식소가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고기는 조류나 수서곤충을 먹는데 청계천은 수서곤충이 살 수 있는 장소가 못 된다. 먹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물고기의 면역력이 떨어져 상처를 입은 것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계천에 수서곤충이 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바닥에 자갈이나 돌이 없고 △유속이 너무 빠르며 △서식지가 너무 단순하고 △수서곤충이 좋아하는 조류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의 지적이 계속되는데도 서울시는 ‘갈겨니는 시민들이 무단 방류한 것’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시는 갈겨니 인공 방류와 관련한 언론 보도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2006년 충남 지역 민물고기 채취업자로부터 갈겨니를 구입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의 교육 및 관상용으로 갈겨니를 청계천 생태학습장 내 수경시설 수조에 투입했다’라고 밝혔다. 갈겨니를 사와서 관상용으로 청계천 수조에 집어넣기는 했지만, 인공 방류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5월27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장은 “2006년 7월 장마 때 청계광장에서 고산자교까지 산책로가 물에 잠겼다. 서울시가 타 수계에서 잡아온 갈겨니를 전시 목적으로 수경시설 수조에 풀었다가 홍수 때 청계천으로 유입하게끔 방치한 것 아니냐”라며 주장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시사IN> 인터뷰에서 갈겨니의 장마철 유입 의혹에 대해 “청계천 개장 이후 장마로 인도 쪽 물이 넘친 적은 없다”라고 부인했다. 서울시가 토종 어류 방류 사실을 알고서도 자연생태가 회복됐다고 미화했다는 지적에는 “청계천 생태 조사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들이 청계천에서 갈겨니 등이 발견됐다고 해 그대로 보도자료를 낸 것 뿐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시민의 방류로 갈겨니가 나타났음을 알고 있었다”라는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았다. 

청계천 ‘생태복원 논란’이 파장을 더하는 가운데 석연치 않은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KBS· MBC·SBS 방송 3사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은 관련 보도를 일절 내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방송 3사는 이미 5월 중순께 관련 취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최병성 목사는 “방송사에서는 물고기를 방류하는 현장 화면을 찍지 못해 보도를 못한다고 말한다. 그럼 천안함 사건의 경우 어뢰가 터지는 순간을 방송사 기자들이 직접 봐서 관련 보도를 내보내고 있느냐.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오세훈 서울시장 등 권력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5월24일 성명을 내어 “권력을 감시·견제·비판해야 할 언론이 이런 대국민 기만행위를 파헤치기는커녕 알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은 언론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