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2010-08-15 12:11:45
http://www.vop.co.kr/2010/08/15/A00000312210.html
남북관계 최악으로 만들어놓고, 웬 ‘통일세’?
남북관계 발전 방안 없이 ‘깜짝 제안’으로 눈 돌리기일 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를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통일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실제 임기 중에 ‘통일세’를 신설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목 신설에 필요한 소요 비용이나 재원 규모, 여론 수렴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미 이상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그것도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점에 통일세를 꺼내든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통일대비가 담론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통일 의지를 가지고 실질적인 통일대비 역량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평화통일의 비젼을 구현하는 데 있어 재원문제는 가장 현실적이며 시급한 화두”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독일의 예를 들어 통일 후 20년간 약 2조 유로(3000조원)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극우적 발상일 뿐이다.
정권 내 일각을 차지하고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은 그 동안에도 ‘평화관리’가 아닌 ‘통일준비’를 주장해 왔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들의 통일 주장은 사실상 북에 대한 압박으로 북의 붕괴를 이끌어내고, 이에 대한 대비책 차원에서 ‘통일세’를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흡수통일론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남북이 각자의 체제를 존중하면서, 전쟁의 가능성만 제거한다고 해도 각각의 ‘분단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에서는 ‘통일세’ 논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왔었다.
물론 이 대통령은 이날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함께 거론했다는 점에서 뉴라이트식 통일관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난데없이 ‘통일세’를 거론한 것은 이 대통령의 민족문제에 대한 인식이 깊이가 얕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차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사태에 대해 “평화에 대한 여망을 저버리는 (북한의)도발”이었으며, “이제 더 이상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있어서는 안 되며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을 재확인했을 뿐,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못했다.
결국 ‘통일세’가 교착된 남북관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의 ‘무능력’을 덮기 위한 ‘깜짝 제안’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냉소적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정무 기자 jmlee@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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