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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사색

[펌]형수님께 '반말'을 허하라!

by 마리산인1324 2010. 9. 30.

 http://blog.ohmynews.com/hitandrun/235814 에서 퍼왔습니다

 

 

형수님께 '반말'을 허하라!

 

클리닝 타임 | 2009/01/30 14:30 현겸이

 

2003년에 <위대한 유산>이란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임창정과 김선아, 독특한 개성을 가진 남녀 배우가 출연하며 꽤 쏠쏠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군더더기 설정과 산만한 구성으로 좋지 않은 평을 받았죠.

영화에서 임창정은 백수입니다. 백화점 시식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만화대여점에서 빌린 만화책으로 때웁니다. 형 집에 더부살이 하며, 형수(신이)의 무한 구박 러시를 온 몸으로 받아내죠.

여기서 깜짝 놀란 건 형수(신이)의 도련님(임창정)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야!"라며 반말은 기본, 온갖 욕설을 퍼붓고 뒤통수를 가격하는 폭력도 일삼습니다. 아무리 형 등쳐먹는 백수 도련님이지만 좀 너무 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나를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시던 '우리 형수님'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항상 집에서 뒹굴다가, 형수한테 얻어 맞습니다.

 

남편 동생에겐 '높임말'... 아내 동생에겐 '반말'

나에겐 형수가 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촌형수입니다. 사촌형과 나이 터울이 좀 있는지라 형수와 나이 차도 꽤 됩니다. 큰형수는 나와 10살차, 작은 형수는 9살차 입니다.

큰형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처음 뵈었습니다. 형수는 한참 어린 나에게 "도련님"이라 불렀습니다. 꼬박꼬박 존댓말까지 썼습니다.

이상했습니다. 형의 아내면 분명 나보다 윗사람이고, 나이도 10살이나 많은데, 높임말까지 써가며 날 너무 어려워하시니 말이죠. 난 그때만 해도 정말 '쉬운 남자'였는데 말이죠.

이번 설에도 형수님을 뵈었습니다. 여전히 형수님은 "도련님 식사 하셨어요?"하며 나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셨습니다. 

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가사가 이제 슬슬 가슴에 와 닿는 20대 청년입니다. 형수님은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우리 회사 부장님과 나이가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형수님은 나에게 말을 높이시고 도련'님'자를 꼭 붙이십니다. 난 여전히 '쉬운 남자'입니다. 참 부담스럽습니다.

형수님이 남편의 동생인 나에게 존댓말을 쓰며 어려워하는 동안, 형들은 아내의 동생인 '처제'와 '처남'에게 아주 쉽게 말을 '털썩' 놓으십니다. "처제", "처남"하며 동생 대하듯 합니다.

다 같은 동생인데 왜 남편의 동생에겐 '님'자 까지 붙여가며 높임말을 쓰고, 아내의 동생에겐 반말하며 아랫사람처럼 대할까요?

형이 죽으면 형수와 결혼하라고?

남편 동생의 호칭인 '도련님'과 '서방님'의 어원을 찾아봤습니다. 지식인이란 분께서 아주 소상히 설명 해주시더군요.

'도련님 서방님'이란 호칭은 신라말기부터 고려조에서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호칭은 농경사회에서 혈통중심의 근본입니다 이는 상하관계 존비속 서열 이를 통한 근친혼 방지 종족의 혈통보존이 목적입니다. 남편의 동생이 도련님과 서방님으로 호칭된 이유는 신라말기와 고려조에 있었던  형사취수제(兄死取嫂製), 즉 형이 죽으면 형수를 동생이 다시 결혼하는 일종의 종족보존 혈통 보존 을 중시한 농경민족의 전통이 있습니다. 이 전통 때문에 시동생을 도련님 서방님이란 사전 예우식 존칭을 사용한 것입니다. 신라시대는 결혼한 동생이 형수까지 부인을 2명 데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출처 : 고려사에서 인용/자료인용

이 호칭의 역사가 꽤 깊군요. 형이 죽으면 형수와 결혼했기 때문에 생긴 호칭이라네요. 한마디로 '구시대 유물'이네요.

2009년입니다. 이제 형이 죽어도 형수와 결혼하기는 참 힘든 세상입니다. 형수와 결혼 한다는 상상만 해봐도…, 어휴~

천년도 더 지난 지금, 굳이 이 호칭을 계속 쓸 필요가 있을까요? '도련님'이나 '서방님' 같은 부담스러운 호칭 말고도 부를 방법은 많습니다. '시동생'이란 말이 있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도 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더 친근해지지 않을까요?

물론 유교적 관념이란 게 아직 남아있어 쉽게 변하긴 힘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그만 변화들이 모이면 이 '구시대 유물'을 충분히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위대한 유산>의 신이처럼 막 대하는 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형수들이 도련님들을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호방하게 말도 놓으시고, 이름도 불러가며 좀 더 친하게 지내면 어떨까요? '형부와 처제'처럼 말이죠.

이제 저도 '내일모레 마흔'인 형수님께 '반말 쓰시고 그냥 이름 부르시라'고 슬쩍 찔러보렵니다. 설마 우리 형수님이 신이처럼 제 뒤통수를 때리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