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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철학

플라톤 - 이데아론

by 마리산인1324 2010. 10. 5.

<출처불명>

 

 

 

플라톤 - 이데아론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서 세속적으로는 그와 대척적(對蹠的)인 인물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간이란 전혀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영혼의 고결함에 감복한 플라톤은 세속적 기득권을 버리고 철학자가 된다. 소크라테스가 한평생 윤리의 문제(행위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면, 플라톤은 윤리학만이 아니라 형이상학과 정치철학의 본격적인 체계를 세웠다. 소크라테스가 철학체계의 추구보다는 행위 자체를 추구했다면, 플라톤은 거대한 철학체계를 추구했다. 플라톤은 최초의 철학체계를 세웠다.
플라톤은 한평생 정치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았다. 이 때의 정치란 폴리스를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정치 개혁을 위해 몇 번 시라큐스에 관여했으나 환멸만 느끼고 돌아온다. 아카데메이아(고유 명사)를 세워 교육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남긴 물음들에 대해 형이상학적 가설을 제시함으로써 이후 서구 철학사에 길이 영향을 끼치게 될 형상철학(形相哲學)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파르메니데스의 존재론, 퓌타고라스의 자연철학 등이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젊은 시절 드라마 작가였던 플라톤은(때문에 그는 호메로스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슬퍼하고 있다) 그의 철학 저작들을 드라마 형식으로 썼다. 이를 플라톤의 대화편들이라 한다. 대화편들이라는 형식은 변증법(dialektikê)이라는 사유를 구현하고 있다. 이것은 대립, 모순, 갈등, ...에서 시작해 대화를 통해 보다 높은 통일성을 획득해 가는 방법이다. ‘문답술’이라고도 번역되나, 더 깊은 함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나. 한 사람의 논술이 아니라 부딪치는 견해들의 투쟁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입장에 의해 일정하게 정돈될 수밖에 없다.

초기의 대화편들은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상당 부분 보여주고 있다. 법정의 소크라테스를 기록한 『변론』, 탈출을 권하는 죽마고우인 크리톤과의 대화를 그린 『크리톤』, 경건(敬虔)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에우튀프론』, 영혼의 돌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알키비아데스』 등 여러 편들이 이런 성격을 띠고 있다. 소크라테스에 비교적 충실한 대화편들이기에 똑 부러지는 결론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일정한 존재론적 가설이 제기되지도 않는다.
중기 이후부터 플라톤 자신의 가설 ― ‘형상=이데아’의 가설 ― 이 등장하게 되며, 그의 철학의 기본 형태가 완성된다. 형상(形相)=이데아 개념이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는 대화편은 『파이돈』이다. 사형집행일 바로 전날 감옥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전달해 주고 있는 이 대화편에서 플라톤 사유의 기본적 형태가 드러난다. 영혼불멸(靈魂不滅)에 관련된 이야기가 실마리가 되어 이데아론의 전반적인 뼈대가 제시된다.

플라톤 사유의 출발점은 ‘감각적인 것(sensible)’과 ‘가지적(可知的)인 것(intelligible)’을 나누는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플라톤에게서 이 나눔은 단지 인식론적 나눔이 아니다. 우리 감각의 작용(aisthêsis)에 대응하는 존재들과 우리 이성의 작용(noêsis)에 대응하는 존재들에 대한 존재론적 나눔이다. 순수사유(노에시스)의 작용에 대응하는 존재가 곧 이데아들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란 감각작용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보다 고차적인 순수사유에 의해 포착되는 존재, 따라서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탈물질적인 존재이다. 보다 쉽게 현대적인 예를 든다면, 수(數), 자연의 법칙들, 정신적인 가치들, 기하학적 구조들, 나아가 관계들, 집합들, 보편자들, ...등을 들 수 있다.
공깃돌 다섯 개의 색깔, 촉감, 냄새, ... 등은 우리의 감각으로 포착되는 대상이지만, 5라는 수는 우리의 이성에 의해 포착되는 대상이다. 수학에서 더 나아가 개념 자체, 본질 자체에 도달할 때 우리는 형상=이데아를 만나게 된다. 수학과 이데아론의 관계는 『메논』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 플라톤은 노예소년이 기하학 문제를 푸는 광경을 묘사하면서, 수학의 보편성을 이데아론의 한 실마리로 제시하고 있다.
플라톤 이데아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가 용기의 이데아, 아름다움의 이데아, 정의의 이데아, ... 궁극적으로는 선(善)의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본데에 있다. 플라톤은 ‘~자체’가 존재한다고 본다. 현대적 관점에서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대목은 이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는 감각의 세계에 살아가기 때문에 이 형상들의 세계를 보지 못한다. 플라톤은, 상식과는 전혀 반대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세계야말로 꿈과도 같은 세계이며 진짜 세계는 형상들의 세계라고 말한다. 플라톤은 이 생각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개하는데 바로 유명한 ‘동굴의 우화’이다.
『국가론』(여기에서 ‘국가’란 폴리스를 말한다)에서는 인식의 4단계설에 입각해 다시 형상이론이 전개된다. 인식의 수준은 존재의 수준과 상응한다. 감각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이 양분되며, 다시 감각적 인식은 감각지(感覺知)와 경험지(經驗知)로 이성적 인식은 오성지(悟性知)와 이성지(理性知)로 나뉜다.(도표 참조) 플라톤의 인식론은 후기의 대화편에 속하는 『테아이테토스』에서 다시 상론된다.
그리스 사유의 특징은 존재 자체가 더 존재하거나 덜 존재할 수 있다고 본 점에 있다. 즉 실재성의 정도(degree of reality)를 사유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 존재론에 이러한 인식론이 상응하는 것이다.

이데아의 존재론과 인식론은 또한 영혼론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파이돈』에서는 영혼론이 전개된다. 이데아를 파악한다는 것은 감각을 넘어선다는 것이며, 이것을 영혼론의 언어로 번역하면 결국 육체를 넘어선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인식론에서 순수사유/이성(nous)은 곧 영혼론에서는 영혼이 된다. 진리의 인식은 영혼의 정화를 전제한다. 이런 생각은 오르페우스교나 퓌타고라스교의 영향을 반영한다.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다.”
플라톤은 육체에 독립적인 영혼을 인정하며, 또 영혼이 이데아를 인식한다고 본다. 그러나 육체에 갇힌 영혼은 이데아를 잘 볼 수 없다. 때문에 이데아를 인식하는 것은 육체의 껍질에 현혹되지 않고 영혼에 본래 각인되어 있는 이데아를 ‘상기(想起)’하는 것이다. 진리는 ‘a-lêthe-ia’인 것이다. 진리는 경험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험이 진리 탐구를 자극한다.

『향연』은 현실세계에서 출발해 차츰 형상세계로 나아가는 구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데아론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책이다. 이 대화편은 아름다움과 사랑에 관한 대화편이다. 소크라테스는 여사제(女司祭)인 디오티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 준다. 우리는 이성(異性)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눈뜸으로써 아름다움과 사랑을 알게 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 사랑과 아름다움을 보다 넓혀 나갈 것을 충고한다. 아름다운 법, 아름다운 국가, 더 나아가 자식의 아름다움과 사랑, 그리고 마침내 모든 종류의 구체적 아름다움이 그것에 비추어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는 아름다움 ‘자체’를 만나게 된다. 그 아름다움의 형상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거시며,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며, 타자와 섞인 것이 아니라 순수한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의 형상‘들’은 파르메니데스의 일자와는 달리 복수적(複數的)이며 또 현실세계와 일정한 상응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이 점은 플라톤의 원숙한 대화편인 『소피스테스』편에서 전개된다. 이 대화편에서 플라톤은 우선 소피스트들을 여러 가지로 규정한다. 그러한 규정은 자연스럽게 “참으로 존재하는 것”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플라톤은 시뮬라크르와 이데아에 관한 논의를 전개한다. 다시 논의는 ‘무(無)’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이것은 파르메니데스의 극복이라는 맥락을 띠고 있다. 나아가 플라톤은 있음을 ‘dynamis(잠재성)’로 규정한다. 이것은 곧 플라톤이 파르메니데스가 부정했던 多와 운동을 적극적으로 사유하고자 했음을 뜻한다.

플라톤의 형상이론은 한번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의 평생에 걸쳐 계속 다듬어진다. 형상이론이 보다 정교화되려면 두 가지 문제, 즉 형상들과 현실적 사물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형상들 사이의 관계가 분명히 되어야 한다. 『파르메니데스』『소피스테스』『정치가』『필레보스』『파이드로스』 편을 비롯한 원숙기의 저작들은 이 두 가지 문제들을 다각도로 논구하고 있다.
이데아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들 중 하나가 미메시스=모방이다. 플라톤 철학 전체를 미메시스=모방=재현=표상(representation)의 철학으로 규정해도 될 정도이다. 플라톤은 이 관계를 ‘관여(methexis)’라는 개념으로 논하기도 한다.(형상들 사이의 관계는 ‘결합’ 개념을 통해 논의된다)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현실적 존재들은 형상들을 모방하고 있다는 테제이다. 이 테제는 특히 『티마이오스』에서 전개되는 우주창조설(宇宙創造說)에 의해 뒷받침된다.
현실이 이데아를 모방하고 있으며 또 모방해야 한다는 것이 플라톤 사유의 요체이다. ‘idea’, ‘ideal’, ‘idealism’ 같은 말들을 음미해 봐야 할 것이다.
플라톤 사유는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현실을 초월하려 하는 사유가 아니다. 이상적인 것, 형상적인 것을 통해서 현실을 바꾸어나가려 한 사유이다. 이데아의 의미는 현실을 초월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더 나은 상태로 바꾸어나갈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 있다. ‘paradeigma’라는 개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플라톤 철학이 추상적인 철학이며 초월적인 철학이라는 것은 단견이다. 오늘날까지도 플라톤주의와 반플라톤주의가 대결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의 사유의 생명력을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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