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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납작 엎드린 'MB 앞의 검찰 ' /미디어오늘

by 마리산인1324 2010. 11. 2.

<미디어오늘> 2010-10-27 15:44:09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528

 

 

납작 엎드린 'MB 앞의 검찰 '

[야만의 시대] 참여정부시절 그 기개 어디로…약자엔 한없는 위력

 

 

2010년 10월 27일 (수) 15:44:09 고영재 ·언론인 ( media@mediatoday.co.kr)

 

정의의 화신인가, 합법적인 조폭집단인가. 야만의 나라 검찰에 던져볼만한 질문의 하나다. 여기엔 검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 느끼는 절망이 담겨 있다. 이는 검찰에 대한 간절한 기대의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법이 지배하는 나라를 세우는 데 검찰은 결정적인 변수인 터다.

7년 전 그날은 국민의 기억 속에 아직 생생하다.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은 젊은 검사들과 만났다. 전례 없는 광경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다. 검사들은 갓 취임한 대통령에게 겁 없이 대들었다. 그들은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쯤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 그날 노 대통령이 얼굴을 붉히며 한 말이다.

 

MB 앞의 검찰 ‘고양이 앞 생쥐’인가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 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전국 평검사들과 대화를 하고있다.  

 

이날 110분간 펼쳐진 공개토론장엔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때론 말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참여정부가 과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당시 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마음먹고 단행한 ‘서열 파괴’ 검찰 인사를 걸고 넘어졌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없는 밀실인사였다.” 젊은 검사들은 대통령이 밝힌 검찰 개혁 의지에 대해 말꼬리를 잡기도 했다. “문민통제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럼 우리가 군사독재정권의 ‘주구’란 말인가.” 검사들은 그날 국민 앞에서 더 이상 권력의 ‘주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 셈이 됐다. 검사들의 ‘기개’가 빛난 토론회였다.

오늘, 그 기개의 행방이 궁금하다. 적어도 검찰의 독립성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상당히 진전된 게 사실이다. 그 추세는 지속되고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불길한 징후가 짙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홀로서기는 검찰 독립의 첫걸음이다. 7년 전의 기개가 돋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 앞의 검찰은 고양이 앞에 생쥐로 보인다.

그 단서들은 많다. MB 정책에 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검찰권은 재빠르고 강경했다. 코드가 맞지 않는 방송사 사장, 공공기관 단체장을 강제로 밀어내는 데 검찰이 동원됐다. 비판적인 시민단체 대표와 방송 프로그램 PD를 무리하게 기소한 것도 검찰이었다. 법의 정의, 국민의 기본권이 무참히 짓밟는 데 검찰은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한 쪽은 눈을 감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사조직을 동원한 중대한 범죄행위였다.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했다는 법정 진술까지 나온 마당이다. 검찰은 깃털을 골라내 몇 사람 구속했지만, 정작 몸통을 밝혀낼 의지를 보여 주지 않았다.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대통령 사돈기업의 비리라면 더욱 철저히 파헤치는 것이 검찰과 대통령의 도리다. 효성그룹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용두사미 수사로 끝났다.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더디고 무디다.

감옥의 갇혀 있는 전 국세청 고위 간부 안원구 씨의 처지는 오히려 동정을 사고 있다. 그는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터다. 그는 문제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고 기록된 전표를 보았다고 발설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재수사 사유로서 충분하다.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은 정치사적으로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런 만큼 국민 의혹은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그 진상이 밝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 이명박(사진 왼쪽)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2008년 2월 대통령 취임식장. ⓒ연합뉴스  

 

검찰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덕목은 자기 절제다. 힘없는 시민에겐 저승사자의 위력을 지닌 터다. 지난 4월 불거진 ‘스폰서 검사’ 파문은 컸다. 그것은 한 건설업자 정 아무개 씨의 생생한 증언에서 비롯됐다. 26년 동안 부산·경남 지역 검사 1백여 명을 뒷바라지해 왔다는 그는 비망록에 메모된 비리를 낱낱이 폭로했다.

그의 기록은 이 시대 대한민국 검사들의 의식세계와 행동양식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자료였다. 한 업자와 국가권력의 부적절한 관계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그것도 아무 거리낌이나 부끄러움 없이 이어지고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검찰도 서둘러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조사를 벌였다. 여론의 질타 속에 특검까지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달 발표된 수사 결과는 초라했다.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바빴다. 변명과 합리화, 축소와 은폐의 흔적이 뚜렷했다.

 

힘 없는 시민에겐 ‘저승사자의 위력’

 

20년 전부터 촌지와 향응을 받아온 전 검사장은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직 검사장들도 예외 없이 법망을 벗어났다. 지난 2월 검사들의 접대일지가 담긴 진정서를 접수하고도 묵살한 법무차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00건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한 성매매에 대해, 진상규명위는 단 한건만을 인정했고 특검은 이마저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 12일 MBC ‘PD수첩’은 검찰의 진면목을 거듭 폭로했다. 특검 조사과정의 허구성이 낱낱이 드러났다. 미녀 모델을 좋아하는 검사들에게 모델들을 공급했다는 모델 에이전스 운영자의 증언도 나왔다. “부산 검사들 접대를 거의 정 씨가 다 했었다. 검사들은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

   
  ▲ MBC 'PD수첩'은 지난 12일 방송을 통해 검사 스폰서 의혹을 제보했던 경남지역 건설업자가 정모씨가 검사들에게 모델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대신 제보자 정 씨와 증인들에 대해서는 가혹했다. 제보자 정 씨는 규명위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계좌는 물론 친척과 지인들의 계좌 추적 압박을 받았다. “심지어 팔순 노모의 친구까지 조사를 받았다.” 정 씨의 절절한 호소는 이어진다. “나와 내 가족은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을 뿐이지 정작 죽었다.”

2003년 당시 대통령과 호기롭게 맞장토론을 벌이던 검사들을 지켜본 국민 반응은 엇갈렸다. “아! 젊은 검사들의 기개가 살아있구나.” “아니야, 검사스럽군 그래.”

‘검사스럽다’는 한때 유행어가 되었다. ‘간교한, 또는 표리부동한 행동’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였다. ‘검사스럽다’는 아직 살아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