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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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칼럼] 4대강 토목사업은 암세포다
정치비평 2010/11/01 09:10 손석춘
4대강, 그 생명의 강에 암세포가 번져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끊임없이 강행하는 토목사업이 그것이다. 2010년 8,000,000,000,000조 원에 이어 2011년에도 9,000,000,000,000원 넘게 국민이 낸 세금을 쏟아 붓겠단다.
두루 알다시피 암 세포는 정상세포의 돌연변이다. 몸과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존재하는 정상세포와 암 세포는 확연히 다르다. 암 세포는 몸 전체의 건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철저한 이기주의 세포다. 모든 것을 자신의 증식만을 위해 이용한다. 다른 세포로 가는 영양을 뺏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무람없이 그런 짓을 하고도 만족을 모른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 그곳에서도 이기주의적 행태를 되풀이 한다. 전이가 그것이다. 암 세포의 특성을 한마디로 간추리면, 다른 세포와의 소통 거부다.
소통을 거부하는 이기주의 세포
찬찬히 톺아볼 일이다. 암세포의 그 특성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는 4대강 토목사업과 닮은꼴 아닌가. 언죽번죽 ‘4대강 살리기’로 포장된 토목사업은 지금 4대강 곳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토목사업이 강 전체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전문가의 분석,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아랑곳없다. 강행이다. 국민 여론도 모르쇠다. 오직 토목사업의 확장만이 목표다. 다른 곳으로 가야 마땅한 국민 혈세까지 4대강으로 몰린다. 한마디로 간추려 소통 거부다.
소통을 거부하는 맨 앞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있다. 그는 4대강 토목사업이 강을 살리기는커녕 되레 강을 죽인다는 비판에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뜬금없이 경부고속도로를 들먹이며 부르댄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도 반대가 많았다!”
언뜻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어떤가.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와 견주면 이미 40여년이 흘렀다. 인터넷의 발달로 4대강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폭넓게 퍼져있다. ‘집합 지성’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도 찬성 여론이 높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암세포가 그렇듯이 4대강 토목사업은 진전될수록 문제가 커진다. 이명박 정부의 구상대로 4대강 토목사업이 완료될 때, 4대강의 생태는 파괴된다. 낙동강 제1지류 내성천이 흐르는 두터운 모래층도, 영산강 상류에 대나무 숲이 울창한 담양습지도 사라진다. 대나무군락지에 살고 있는 황로, 황조롱이, 쇠백로, 해오라기, 매, 삵, 맹꽁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녹색연합은 금강 하구에 펼쳐진 신성리 갈대밭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화려한 휴가’를 촬영한 갈대밭 사이의 흙길도 사라진다고 고발한다. 4대강 곳곳에 숨 쉬는 습지들이 모두 시멘트 토목사업으로 죽어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국토의 젖줄인 4대강 생태가 파괴될 때, 우리 국민의 건강 또한 시나브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토의 젖줄 4대강 죽이는 토목사업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청계천 복원’처럼 자신의 업적을 전시하고 싶은 욕망이 강할 터다. 언젠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대운하가 개통되면 자신이 그 초석을 놓은 ‘선구자’라고 과시하고 싶을 수도 있다. 토목사업으로 겉만 번지르르 포장하고 자전거 길을 만들어놓았을 때 당장은 사람들을 유혹할 지도 모른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문제점이 곰비임비 불거지면 그때 ‘복원’하는 토목사업을 추진하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결국 대형건설업자들은 4대강 토목사업 때 그랬듯이 복원사업에서도 떼돈을 벌 수 있다. 물론, 그 돈의 출처는 우리 국민의 혈세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4대강 토목사업이 빨아들이는 혈세를 다른 데로 돌릴 때, 우리 국민 전체에게 유익한 일이 수두룩하다. 가령 4대강 토목사업 예산 22조원을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 개개인에게 병원 치료비가 주는 부담을 대부분 줄일 수 있다.
퇴원을 할 때 병원 원무과에서 치료비 명세서를 받아들 때 한숨이 나오는 국민은 하나둘이 아니다.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항목이 더 많지 않던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의사들은 한결같이 암은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옳은 말이다. 그 의사들이 국민 모두가 부담 없이 조기진단을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나선다면 더 좋지 않을까. 암 수술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대폭 늘리는 데 나선다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암세포 초기에 수술하면 치료 가능
명토박아 둔다. 이명박 정부가 엉뚱한 ‘삽질’에 해마다 쏟는 천문학적 예산, 그 국민의 혈세를 국민 건강권 확보나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돌려야 마땅하다. 4대강 토목사업은 강 전체의 생태를 파괴함으로써 국민 모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킨다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국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예산을 삽질로 뺏어간다는 사실에서도 암세포를 빼닮았다.
2010년 11월 현재, 4대강의 암세포인 토목사업은 아직 초기다. 더구나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명하다. 초기에 암 세포를 수술로 도려내야 마땅하다. 드러난 초기 암은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 내년에도 9,000,000,000,000원(9조원)이 넘은 국민 혈세를 쏟아 부을 만큼 국민경제가 한가하지 않다.
*편집자/ 보건의료노조가 발행하는 계간지 <건강나눔>에 기고한 칼럼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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