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경향> 897호 (20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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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4대강 보고 놀란 가슴 ‘고향의 강’ 보고…
국토해양부는 올해 전국 15개 하천을 ‘고향의 강’ 선도사업으로 선정했다. 고향의 강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는 국비 10억원을 지원 받아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역에는 고향의 강 사업에 대한 뉴스가 거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사업인 것이다. “이·치수는 물론 지역의 역사와 문화까지 접목된 사업”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설명대로라면 널리 알려야 할 사업인데, 왜 고향의 강 사업은 베일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일까.<편집자 주>
친환경적으로 개발된 전라북도 전주천 전경. 전주천이 고향의 강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후 생태하천이 망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고향의 강’ 사업요? 그런 사업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고향의 강’ 사업은 언뜻 들어본 것 같은데. 근데 그게 무슨 사업입니까?”
‘고향의 강’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의 환경운동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대답이다. 지난 4월 국토해양부는 부산 사상구의 ‘학장천’, 인천 계양구의 ‘계산천’, 울산 북구 ‘매곡천’ 등을 포함하는 15개 하천을 고향의 강 선도사업 하천으로 선정했다. 15개 선도사업 지역의 총 사업비를 합하면 수천억원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나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은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마치기로 했으니까, 설계가 나와봐야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고향의 강 사업비를 둘러싸고 지방재정법 위반 논란으로 시끄럽다. 고향의 강 사업이 한 쪽에서는 너무 비밀스럽게 이뤄지고, 다른 한 쪽에서는 위법 논란에 시끄러운 상황이다. 고향의 강 사업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설들만 무성하다.
15개 선도지역 하천 우선 선정
고향의 강 사업이 대체 뭘까. 국토해양부가 지난 4월 비공개로 펴낸 ‘고향의 강 선도사업 추진계획 방침 결정’문서를 보면 사업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비공개 문서에 따르면 고향의 강 사업 내용은 ▲홍수에 강한 하천(지방하천의 홍수 방어능력을 향상) ▲테마가 있는 하천(지역의 문화 특성을 적극 반영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생태가 살아있는 하천(생태계 보전·복원, 4대강의 수질개선에 기여) 만들기라고 밝혔다. 선도사업 1건당 실시설계비가 최대 10억원이 배정됐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지방하천 정비지원 예비비 300억원을 활용했다. 국토해양부는 “최종 단계에서 국토부 본부도 참여, 사업 취지 적합 여부 확인”을 명시했다. 고향의 강 사업 내용에 국토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고, 내년 초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향의 강 사업은 초반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신규사업인 고향의 강 사업에 ‘지방하천 정비지원 예비비’ 300억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신규사업에 예비비를 사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하천 정비지원 예비비는 예산이 열악한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에 재해 예방이나 긴급재해 지원비 등으로 사용되는 예산이다. 15개 선도지역 하천이 긴급한 보수나 예방을 해야 하는 곳도 아닌데, 국토해양부는 예비비를 사용해 신규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10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하천운영과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률상 문제되는 것은 없다. 지방하천 정비사업 예산 범위 내에서 하기 때문”이라며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좀 더 모양새를 갖추고, 하천을 감성어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고향의 강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고향의 강을 비판하고 나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향의 강 사업은 4대강과 완전히 닮은 꼴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4대강과 마찬가지로 속도전은 국토를 참혹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 지류공사 아니냐” 의혹
경기도도 고향의 강 사업비 때문에 위법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5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비 10억원을 ‘성립 전 예산’으로 편성해 실시설계비로 선집행했다. 경기도의회는 지방재정법 및 행정안전부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 송영주 의원실 관계자는 “경안천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방재정법 47조 1항에 따라 경기도의회의 동의를 공식적으로 얻는 절차를 따라야만 한다”면서 “성립 전 예산은 재해가 났을 때 어쩔 수 없이 돈을 먼저 쓰는 것인데, 고향의 강 사업이 성립 전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가”라고 반문했다.
고향의 강 사업 목적이 의심을 받는 다른 이유는 4대강 사업과의 연계성 때문이다. 15개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지역별 하천을 살펴보면 8개 사업 지역이 4대강 정비사업 구간과 가깝다. 부산 학장천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하천이다. 이 때문에 “본류 공사 때문에 부실해진 지류를 보강공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부산시 하천관리과 담당자도 “학장천은 사상공단을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지천”이라며 “부산에서 6개 하천을 신청했는데, 학장천이 선정된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향의 강 사업이 4대강 사업과 연관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고향의 강 관련 내부문서.
이 외에도 경남 가좌천, 경북 병성천, 광주 서창천, 전남 칠동천 등도 4대강의 지류로 분류할 수 있다. 4개강 사업으로 약해진 지류를 보강할 필요가 있는데, 국토해양부는 이를 ‘고향의 강’ 사업으로 눈가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토해양부 하천운영과 담당자는 “그런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예전부터 지방하천을 재해예방사업으로 추진해왔고, 연차별로 공사를 해왔다”면서 “치수·이수 위주의 지방하천 정비사업에 친수공간 확보라는 개념을 확대한 것이 고향의 강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국토해양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15개 선도지역이 홍수 피해를 많이 입은 하천이고, 정비가 필요한 곳일까. 고향의 강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전주천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생태하천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전주천은 홍수 피해가 극히 적고, 생태하천 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전주시 생태복원과 관계자는 “전주천은 여전히 정비 안된 곳도 있고, 업그레이드 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고향의 강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설계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생태하천 정비사업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전주천은 생태하천으로 완료가 된 상태다. 가끔씩 이야기 나온 것을 보면 전주천변에 다른 시설물을 만드는 계획인 것 같다”면서 “홍수 피해도 없고, 생태하천으로 성공적인데 왜 또 손을 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만일 전주천을 다시 손 대면 전주천 브랜드를 없애는 것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광주시 생태하천수질과 관계자는 “서창천이 재해를 많이 입는 곳은 아니다. 서창천에는 수초도 있고, 물고기도 사는 자연형 하천”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진잠천이 홍수 피해가 많은 곳은 아닌데, 하천 주변에 향교가 있어서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어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고, 대구시 낙동강살리기추진단 관계자도 “방촌천은 복개하천으로 그동안 하수도 역할만 해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여타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지자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고향의 강 선도사업으로 지정된 15개 하천 대부분은 홍수 예방 목적의 사업이 아니다. 국토해양부 사업 내용에 담겨 있는 테마하천이 목적임을 알 수 있다.
환경전문가 배제 일방통행 공사 우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향의 강 사업이 지방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흐름을 바꾸고, 지방하천을 공원하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설계도면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예산낭비성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도 이와 비슷한 사업(‘청계천+20프로젝트’로 도심 건천·복개하천 20개소를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부가 하면 생태하천 사업으로 그나마 믿을 수 있는데, 국토해양부가 하천 사업을 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면서 “도심하천은 대부분 복개하천이기 때문에 개복을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생태적인 것을 무시하는 하천 이용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고향의 강 사업을 들어보니 새마을운동이 떠오른다”면서 “국토해양부가 고향의 강 사업을 통해 지역 하천을 손보겠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고향의 강 사업을 완공한 후에도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용수’ 때문이다. 15개 선도사업 하천들은 대다수 건천이다. 우기 때만 물이 흐르고, 건기 때는 물이 없는 하천이다.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는 각 지자체에 ‘유량 확보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하천에 물이 흐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물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4대강, 지하수, 인근 저수지 등의 물을 펌프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제2의 청계천이 되는 셈이다. 고향의 강 사업이 끝난 후 관리는 지자체가 부담을 져야 한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지자체는 완공 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서 유지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고향의 강 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향의 강 사업이 환경전문가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4대강 사업처럼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될 경우 더 큰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고향의 강 사업을 170개 하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고향의 강 사업을 마치 4대강 사업처럼 대대적으로 하는 것은 무식한 일”이라며 “자연은 굉장히 다양하고, 오랜 역사를 안고 있다. 그것을 토목공사 하듯이 밀어붙이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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