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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4대강 지류 다리 ‘안전’ 문제없나 /위클리경향897호

by 마리산인1324 2010. 11. 4.

 <위클리경향> 897호(2010 10/26)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010201449021&code=115&s_code=n0002

 

 

[커버스토리]4대강 지류 다리 ‘안전’ 문제없나

 

 

ㆍ신진교 붕괴 “본류 준설 영향 없다” 국토부 주장 8개월 전 자료 근거

9월 21일 붕괴된 남한강 4대강 공사장 인근의 여주 신진교. 붕괴 원인을 두고 관련 학회와 정부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남한강의 지천인 연양천에 설치된 신진교는 남한강 본류에서 가장 가까운 다리다. 이날 비로 이 다리는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면 다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 넘어지면서, 다리 상판이 주저앉은 것이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리 붕괴 순간을 목격한 이도 없었다. 다리의 입구에는 1997년 8월 여주군수가 내건 통행제한 안내표지판이 서 있었다. ‘노후로 인한 슬라브 붕괴 위험’으로 3.5톤 이상 모든 차량 및 중기는 통행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여주군청 건설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초 상부 슬라브 구간의 일부를 고쳤다. “무슨 공법인지는 모르겠고, 4대강 공사 있잖습니까. 우회도로를 통해 공사현장으로 가려면 많이 돌아야 하고, 또 인부들도 왔다갔다 해야 하니까 안전성 검토를 해서 고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복구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여주군청 건설과 관계자는 “도의 복구지침에 따라 수해 피해가 발생하는 복구비 산정 방법에 따라 진행한다”며 “관련 예산이나 집행 등은 재난안전과에서 관할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다리는 붕괴되었고, 그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준설 때문에 붕괴” vs “억측” 논란
“억측이다. 그 말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이하 4대강추진본부) 사업지원3팀 이성해 팀장의 말이다. 이 팀장이 ‘억측’이라고 말한 것은 지난 10월 11일 환경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주최한 ‘여주 신진교 붕괴 원인 및 2010년 수해조사 발표 긴급기자회견’에서 나온 ‘주장’에 대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하천학회 소속인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팀은 신진교가 위치한 연양천 유역의 ‘홍수 특성 분석’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팀은 인근 유역 내외 관측소의 강우 자료를 토대로 홍수량·홍수위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홍수량을 산정하고 신진교 부근의 수리수문 특성을 분석해 다리 붕괴의 원인을 찾아냈다. 박 교수팀의 결론은 이렇다. 피해(신진교 붕괴)의 원인은 ▲집중호우 발생으로 홍수량이 증가했으며(홍수량 기준으로 약 20년 빈도) ▲실제 수위가 변동하면서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지천과 본천이 만나는 하류 2.4㎞ 구간이었다고 분석되었으며 ▲본류 수위 하강(4.91m 하강)이 지천 수위의 과다한 하강을 유발시켰고 ▲본류 수위가 높았을 경우에 비해서 유속, 즉 물이 흐르는 속도는 2.09배가 증가했고, 소류력(掃流力: 유속이 커지면서 강바닥의 토사와 자갈이 이동하는 힘) 역시 5.29배 늘었으며, 세굴(洗掘), 즉 물에 씻겨져 파지는 것 역시 1.6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본류 준설이 지천의 홍수위를 낮출 것”이라고 그동안 4대강 사업 준설의 당위성을 설파해온 정부 측 주장은 실제 준설이 영향을 미친 곳이 지천과 본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2.4㎞ 구간까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틀렸고, 오히려 지천 하류의 유속이 증가하면서 홍수 피해를 더 가중시켰다는 게 박 교수팀의 주장이다. 간단히 말해 4대강 본류인 남한강 준설이 신진교 붕괴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4대강 추진본부는 지난 10월 11일, YTN의 보도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국토해양부의 반박 근거는 다음과 같다. “▲9월 21일 여주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집중호우 전후에 신진교가 가설된 연양천의 하상 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일부 구간에는 하상에 약간의 퇴적이 발생했고 남한강 합류지점에 설치된 배수문과 하상유지공 덕분에 연양천은 충실히 보호되었음 ▲우리 부(국토해양부)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진교 지점의 유속은 준설 전 2.17m/s에서 2.6m/s으로 증가하나 하천시설물의 안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임 ▲오히려 유속 증가는 연양천의 물빠짐을 원활하게 하여 주변 농토 및 가옥 침수를 예방할 수 있었음.” 4대강 추진본부의 ‘신진교 붕괴 원인’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신진교는 1969년에 설치된 노후교량으로 그 당시 기술수준과 경제력이 열악하여 교량 기초를 단단한 암반 위에 설치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짧은 시간 집중호우에 붕괴된 것임.” 그런데 이 해명자료는 여러 의문을 남긴다. ‘연양천은 충실히 보호되었고’, ‘유속 증가로 인하여 주변 농토 및 가옥 침수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다리 붕괴’라는 가시적 피해는 피해가 아니라는 말일까.

유속 증가로 토지가옥 침수 예방?
박 교수팀의 주장은 다리 붕괴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는 데 비해 이 해명은 ‘짧은 시간에 비가 많이 와서 붕괴되었다’고만 하고 있다. 즉 비가 어떤 작용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추진본부 허용 사무관에게 물었다. “실제 가서 보면 끝부분에 수문이 있어요. 하상(하천 바닥)이 급격한 것도 아니라 완만하고 바뀌지도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수문과 교량 지점까지 변동이 없는데, 당시 본류 구간은 홍수도 안났습니다. 준설을 했든 안했든, 수문 높이보다 연양천의 수위가 높은데 지천의 물을 본류가 빨아들이거나 자석처럼 유속을 당기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세굴은 발생했다. 그러나 허 사무관은 “교량 밑의 모래가 흔들려서 된 것이지 준설에 의한 유속 증가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리가 무너진 것은 그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이상 집중호우 때문이다.” 4대강 추진본부 이성해 팀장의 말이다. 그에 따라 유량과 유속이 증가해 신진교 다리 밑에 세굴이 발생했고, 그것 때문에 다리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본류를 준설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의 비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박 교수팀이 준설 전후의 세굴/소류력 수치를 비교해 준설 후 증가를 주장한 것과 관련, 그는 “소류력은 논란이 많은 수치일 수밖에 없고, 어떤 방법이나 모델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리가 붕괴한 것은 피해가 아닌가에 대한 그의 답. “그 다리가 만들어진 게 1969년이다. 벌써 40년이나 된 다리다. 상법상 내구연한도 지난 것이고. 설계 자체도 부실한 다리였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확보한 ‘여주 신진교 붕괴 원인 보고’ 제목의 문건. 국토해양부의 해명이 올해 2월 만들어진 예측자료 수치에 기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실 제공


국토해양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신진교 지점의 유속은 준설 전 2.17m/s에서 2.6m/s으로 증가한다”는 수치다. 이 팀장은 수치가 산출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국가에서 공인된 설계방법에 따라 설계해 나온 수치이며, 남한강 사업을 하면서 공인된 수치라는 것이다.” 수치의 근거는 엉뚱한 데서 드러났다.

10월 13일,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여주 신진교 붕괴 원인 보고’라는 문건을 입수했다. 총 3쪽짜리인 이 문건은 이의재 경기도 건설본부장이 경기도 국감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문건의 2쪽에서 문제의 수치가 등장한다. “□ 한강 본류 하상 굴착에 대한 수위·유속 변화 검토”라는 제목의 항목에서 신진교 계획홍수위(EL·m)는 한강 본류 준설 전 44.97에서 준설 후 44.04로 0.93이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신진교 계획유속(m/s)은 한강 본류 준설 전 2.17에서 한강 본류 준설 후 2.61로 0.44m/s가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표에는 단서조항으로 ① 본류(한강)와 지류(연양천)에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이며 ② 본류 준설로 인한 유속증가분은 0.44m/s이나, 유속은 2.61m이므로 수리적으로 안정(유속 3m/s 미만은 자연식생으로 보호 가능)을 달고 있다. 문건은 이 수치의 출처로 올해 2월 작성된 남한강 수계(지방하천) 하천기본계획의 ‘50년 빈도 홍수위·유속’ 자료를 들었다.

말하자면, 국토부의 10월 11일 해명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실측이나 계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사태가 발생하기 8개월 전 만들어진 자료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금회 강우시’라는 제목의 표가 덧붙여 있다. 신진교 계획홍수위(EL.m)가 42.875m였으며, 신진교 추정유속(m/s)(문건에는 신진교 계획 홍수위(EL·m)라고 되어 있으나 오기로 보임)은 4.93m/s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첨부되어 있는 단서는 ① 본류(한강) 홍수 미발생, 지류(연양천)에만 홍수 발생 ② 금회 홍수 흔적수위를 실측한 분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문건 역시 ‘검토 결과’에서는 의아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강 본류 하상 굴착으로 유속이 0.44m/s 내외 증가하나 교량 안전성에는 영향 없음” 즉, 경기도의 결론도 실제 이번 홍수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 8개월 전 예측치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다만 이 문건은 “교량 붕괴 원인에 대하여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이견이 있으므로 추후 정확한 붕괴 원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됨”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한 발짝 물러난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신진교붕괴, 4대강 지천 닥칠 문제 예시
그런데 이 문건의 핵심자료 작성 주체는 경기도가 아니었다. 이의재 건설본부장은 “수치 자료는 서울지방 국토관리청에서 만든 것을 우리가 인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추후 정밀검토 필요’나 뒤에 첨부된 사진자료는 경기도가 삽입한 것이지만, 관련 자료 작성 주체는 국토해양부 산하 서울국토관리청이라는 것이다. 박재현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홍수가 난 경우 지천 원류의 문제가 컸기 때문에 본류 수위를 높여 잡아 계산하는 게 맞는데, 거꾸로 본류 준설을 많이 했을 때 유속이 빨라져 피해가 커지는 부분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하지만 국토부는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했다”며 “이번 신진교 사례에 대해 경기도의 문건에서 제시된 수치는 오히려 우리가 예측했던 수치가 더 사실에 근거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신진교 붕괴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지천에서의 더 큰 사고를 사전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낙동강의 경우 92개 지천에 하천유지공을 만들고 있는데, 유속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런 뒷받침이 나온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마스터플랜 작성 때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설계를 해놓고 논리를 맞추려다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애당초 제대로 된 설계가 아니었으니 국토부로서는 논리가 안맞고 이리저리 터지는 현상을 수습할 방도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진교 붕괴 원인은 최종적으로 결론이 날 수 있을까. 박 교수는 “학문적으로 우리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든지, 수치에 오류가 있다는 토론이나 지적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4대강 추진본부 쪽은 조만간 박 교수의 연구에서 문제점을 파악해 자료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와 같은 모델링을 통한 연구는 수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4대강 추진본부 이 팀장은 “중요한 것은 본류와 합류한 지점에서 만든 시설이 제역할을 했느냐, 또는 하상 변화가 일어났느냐 여부”라며 “(박 교수와 같이 모델링해 살펴보는 것은) 비용문제도 있고, 별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