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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영국 /연합뉴스101108

by 마리산인1324 2010. 11. 15.

<연합뉴스> 2010-11-08 06:36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new_search/YIBW_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b%86%8d%ec%97%85,%20%ed%95%b4%ec%99%b8%ec%84%9c%20%ea%b8%b8%ec%9d%84%20%eb%ac%bb%eb%8b%a4&contents_id=AKR20101025067100061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영국
  
영국의 핵심농촌정책..경관을 보전하자

(성남=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2013년까지 추진할 농업정책 가운데 환경보전을 주요 목표중 하나로 삼고 아름다운 농촌경관(landscape) 보전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 인근 '노스 이스트' 지역의 아름다운 농촌 풍경.<<단국대 김태연 교수 제공>>2010.11.08 hedgehog@yna.co.kr

국민이 농촌 키운다..농촌보존은 '도덕적 의무'
농민소득의 절반이상 보조금서 나와..사회적 동의
식량자급률 72.4%, 농촌개발예산 '환경'에 집중투자


※편집자주 = 한국 농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 농업은 국민들의 식량을 책임질 전통적인 역할에서부터 환경을 보전하고 도시민들에게 활력소를 제공하는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그런데 눈을 해외로 돌리면 농업 역시 다른 산업과 같은 조건에서 '대국'들과 무한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농업강국들과 경쟁하기엔 조건이 너무 열악한 한국 농업이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연합뉴스는 올해초부터 농촌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집중조명한 <농촌현장>을 30여회 내보낸데 이어 분야별 현안을 정리해 <농업진단>을 시도한 바 있다. 한국 농업을 조명하는 기획의 마지막 순서로 다양한 조건을 가진 외국에서는 무한경쟁시대 농업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10여개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성남=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여성들이 군대에 들어갔다. 남성도 아닌 연약한 여성들이 입대한 이유는 총칼을 들고 독일군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들은 남자들이 목숨 걸고 전투를 벌이는 동안 국내 농촌지역으로 배치돼 농사를 지었다. 후방에서 식량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군인과 국민을 먹여 살린 영국 여성들의 이야기는 영국의 식량안보를 얘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유명한 일화다.

   전쟁을 겪으면서 영국은 농산물 자급, 즉 식량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닫고 농업 생산 증대를 농업정책의 최대 목표로 삼았다. 덕분에 영국은 식량자급률이 72.4%(2008년도 영국환경식품농촌부(DEFRA) 자료 기준)에 달하는 식량안보국이 됐다. 영국의 농촌이 잘 살고 식량자급률이 높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농가에 주는 보조금에 있다.
  
◇영국 농업을 지탱한 원천, 보조금
   영국의 농업은 유럽연합(EU)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고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1993년 11월 출범한 EU는 27개 회원국에 인구 4억8천700만 명, 면적 420만㎢, 공식언어 23개 규모의 거대 조직이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식량자급을 달성하고 이농현상을 막기 위해 농업보조금 제도를 포함한 공동농업정책(CAP.Common Agricultural Policy)'을 195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46년부터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과일과 채소를 뺀 곡물과 축산물을 키우는 농가에 보조금을 준다. 보조금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 1946년부터 시행하는 '구릉지 농장보조금(HFA.Hill Farm Allowance)'이다. 구릉지 등 농사 지을 조건이 불리한 지역에도 농사를 짓도록 장려하고 그 대가로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이런 조건불리지역 보조금은 2004년을 기준으로 EU 25개국의 농민에게 모두 30억7천만 유로나 지원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국 농업경제학을 전공한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김태연(44) 교수는 "영국은 1946년 이후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엄청나게 많이 주었고, 현재에도 많이 지급하고 있다"며 "농가 소득의 50% 이상은 이런 보조금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 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농산물 자급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영국이 농업 보조금을 통해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고 농업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농업보조금 제도가 있지만, 유럽이 농업보조금 제도인 공동농업정책을 50년이 넘도록 지속적이고 한결같이 시행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농촌 자체가 자산..'환경보전'에 집중 투자
    영국 북동부 페나인 산맥 인근의 노섬브리아(Northumbria) 지역의 한 농촌 마을. 40대 농부가 농지를 가로질러 쌓여 있는 담 옆에서 무너진 담을 일일이 다시 쌓고 있는 장면이 방문자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농부는 정부로부터 담 1m당 10파운드가량의 보조금을 받고 바람으로 쓰러진 담을 보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담이 제대로 쌓여 있어야만 아름다운 농촌 경관이 유지되고, 그래야 도시민이나 관광객이 찾아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식량안보와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농업생산 증대에 중점을 둬왔던 유럽 농업정책이 최근엔 이 담쌓기처럼 환경보전과 아름다운 경관창출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U 이사회는 2008년 11월 20일 27개 회원국 농업장관 회의에서 2009∼2013년에 시행될 공동농업정책 개혁안에 합의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생산과 연계된 농가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근본적인 농촌개발에 자금을 중점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2013년까지의 영국 농업정책은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농업 및 식품산업 육성, 환경보전과 동물복지 기여, 농촌지역사회의 지속성 등 3가지에 목적을 둔다. 특히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두 번째 목적인 환경보전이다. 영국 정부는 환경보전의 목적을 '농촌 경관(landscape) 자원의 복원 및 관리를 통해 농촌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규정했다. 7년간 57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한 농촌개발 예산 가운데 76%인 43억 유로가 환경보전 사업에 투자될 정도로 '농촌환경'은 영국 농촌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

   식량안보 때문에 예로부터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됐던 영국이지만 농촌은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도시민이 찾아가는 쉼터이자 안식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도시에서 1시간을 가면 넓은 초지에서 양들이 풀을 뜯어 먹고 그 자체로서 여유가 묻어나는 돌담이 처져 있는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농민들이 계속 유지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농촌을 매력있는 장소로 가꿔놓으면 도시민의 농촌 이주 증가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농촌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낳은 정책이다.
  
◇국민들의 애정이 농촌 키워
    2002년 7월 영국 최대 농민단체인 영국농민연맹(NFU)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농민시장(Farmers Market) 관리자 그룹 250명을 대상으로 농민시장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농민시장 방문자의 62.5%가 '영국 농민 지원을 위해' , 92.9%(복수응답)가 '지역 상품 구매를 위해' 농민시장을 방문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영국 국민의 농민 사랑 덕에 2002년 당시 450개 농민시장에 연간 1천500만명이 방문했고 농민시장을 운영하는 농민 1명당 연간 8천700파운드(한화 약 1천653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송미령 연구원은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92%가 '농촌을 보존하는데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국인의 머릿속에는 농업과 농촌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정말 가치 있는 곳이라고 인식이 깊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민의 이런 농촌과 농민에 대한 인식이 영국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민을 잘살게 만드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영국의 농업종사자는 53만1천명으로 총 고용의 1.7%에 불과하지만, 영국 농가의 평균 소득은 영국의 1인당 GDP 4만3천785 파운드(약 8천319만원)보다 많은 4만4천300 파운드(약 8천417만원)에 달했다. 송 연구원은 "영국 국민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농촌을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금방 농촌이 좋아지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업 보조금을 엄청나게 주는데도 영국 국민은 왜 반대하지 않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영국 농업경제학을 전공했다는 김태연 교수도 "농업정책보다는 국민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민이 있어 식량자급률이 올라가고 농민이 농촌을 아름답게 가꾸는 국토관리자이며, 도시민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쉼터를 제공해 준다는 국민의 생각이 바로 영국 농촌을 잘 살게 하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hedgehog@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