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0-11-11 06:36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독일
독일의 농촌 풍경
(인천=연합뉴스) 김창선 기자 = 독일의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은 서독지역이 35㏊, 동독지역이 58.6㏊이다. 특히 동독지역 영농법인별 농지규모는 평균 1천440㏊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농가당 평균 면적 1.5㏊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다. 2010.11.11 changsun@yna.co.kr |
공업화ㆍ통일 먼저 겪은 농업 선진국
지원대상 규모농→소농ㆍ겸업농 전환, 농촌 환경 유지
식품안전ㆍ소비자보호도 농업부로 일원화.."농장에서 식탁까지 책임"
(인천=연합뉴스) 김창선 기자
독일은 공업기술 강국 못지 않게 농업분야에서도 선진국으로 통하고 있다. 독일의 농업생산은 전체 GDP의 1%에 불과하지만 주요 농산물을 자급자족하고 있고 농업과 이와 연관된 산업에 전체 인구의 5% 가량인 400만명이 종사하는 등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농업생산성을 유지하고 친환경 유기농을 도입하는 한편 EU와 독일정부의 강력한 농업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농업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찍이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마을 미화운동'을 1800년대 말에 시작한데 이어 1970년대 중ㆍ후반에 걸쳐 마을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안정되고 조화로운 농촌마을을 형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말 찾아든 국가적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 등으로 도시가 더이상 농촌 인구를 흡수할 수 없게 되자 소규모 영농 가구 지원에 나서는 등 농업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통일뒤 동독에서는 집단농장 해체과정에서 일시 진통을 겪었으나 최근엔 정부 지원에다 대규모 농장이 갖는 경쟁력 등으로 서독지역보다 농업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이처럼 공업화와 통일에 따른 농업ㆍ농촌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다양한 정책을 도입해본 독일을 보면 한국의 당면 농업문제를 풀고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주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농지 35㏊..곡물자급률 75%
순수 농업 인구는 전체 인구의 2% 가량인 46만 가구 143만4천명에 이른다. 농업과 관련된 기계와 식품 등의 연관 산업까지 고려하면 400만명(전체 인구의 4.9%)으로 늘어난다. 농업인구 143만명은 서독지역 126만6천명과 동독지역 16만8천명을 합친 것이다. 서독은 1949년 농업 인구가 500만명에 육박하다 공업화에 따른 탈농으로 격감했고 동독은 1989년 통일 당시 83만4천명에서 다시 크게 줄었다. 이들 농민이 전 국토 35만7천여㎢ 가운데 54.1%인 19만3천여㎢에서 330억달러(독일의 GDP는 3조3천억달러) 상당을 생산하고 있다.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은 서독지역이 35㏊, 동독지역이 58.6㏊이다. 특히 동독지역 영농법인별 농지규모는 평균 1천440㏊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농지 평균 면적(1.5㏊)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은 것이다. 그렇지만 농가 규모로 볼 때는 세계에서 중간 정도로 분류되고 있다.
독일은 쇠고기와 유제품은 완전 자급하고 있고 곡물류는 75%, 돼지고기는 80%대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농가의 토지 소유 형태로 볼 때는 자작과 소작을 겸하는 자ㆍ소작농이 26만4천900가구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자작농 14만4천400가구, 소작농 5만900가구다. 그러나 농지의 63.1%가 임차 상태며 동독지역만 보면 임차지 비율은 89.8%나 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책임"..소농ㆍ겸업농 지원강화
독일 역시 농업 인구의 격감에서 보듯 종전 직후엔 농업 부문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당히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1960년대 프랑스와 함께 유럽경제공동체(EEC) 핵심 국가로 EEC농업정책에 맞춰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농촌을 개발, 농업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농정은 규모가 있는 전업 농업경영체에는 집중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하는 반면 소규모 농가에 대해선 탈농이나 조기 은퇴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는 공업화와 고도 성장에 따른 도시의 팽창과 함께 진행된 것으로 농촌의 유휴 인력이 도시로 흡수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80년대 고도 성장 행진이 주춤한데다 농촌 마을 자체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사회경제적 필요가 맞물려 일정 소득 이하 농가와 겸업농에 대해서도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인천대 이명헌(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영농에 대한 집중적 지원 정책은 고도성장의 종언이란 정치경제적 환경과 농촌 고유의 공간을 유지해야 된다는 자연환경적 요구가 맞물리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이후 영세 농가도 지원하고 농촌의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한편 노인도 일거리를 갖도록 정책을 전환했다"라고 밝혔다.
1990년대에 들어선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이 주요 화두로 등장, 친환경농업 지원정책이 강화되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바이오 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광우병 발생을 계기로 식품안전과 건전한 식생활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 정책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보건부의 식품안전, 경제부의 소비자 보호 관련 업무 등을 영양농업소비자보호부(농업부)로 이전, 일원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농업부는 이와함께 식품 안전을 위해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연과 환경보호, 동물보호 등 윤리ㆍ사회적 요구에 기반해 싱싱하고 공해를 최소화한 농산물을 생산, 신선식품으로 바로 공급하거나 가공식품으로 식탁에 배달하는 것까지 전 과정을 일관되게 정책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ㆍ환경개선 등 4대 과제 추진
독일은 이와함께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적정 가격의 질 높은 식료품 제공, 경관 관리와 자연보호, 재생가능 연료ㆍ재료 공급 등을 농업ㆍ농촌의 주요 가치로 설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농촌개발을 위해 2007년 농림업의 경쟁력강화 및 환경ㆍ경관 개선, 농촌 삶의 질 확보와 농촌경제의 다각화 등 4대 과제를 시작했다. 2013년까지 계속되는 이들 과제 추진에는 EU 재정 127억 달러와 독일 자체 예산 112억 달러 등 총 239억 달러가 투입된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선도적 국가가 된다는 목표도 세웠다. 재생에너지의 70% 이상을 바이오 매스가 차지함에 따라 이를 공급하는 농촌지역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원료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목재 공급 확대, 바이오 에너지 정보ㆍ지식 확산, 바이오에너지 매출액을 2007년 154억 달러에서 2020년엔 280억 달러로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 농업은 특히 유기농법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전부터 유기농에 관한 여러 조직이 있었지만 1971년 유기농업자들의 협회인 '비오란트'가 설립돼 유기농 경험과 정보에 관한 내용을 책에 담아 전파,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후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전체 경작면적과 농가 가운데 5% 가량이 유기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독일은 또 농촌을 쾌적하고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마을 개조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1892년 농업구조와 주택 개선,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한 마을 미화(美化)운동에 이어 1950년대말 취락개조운동을 추진했다. 특히 1970년대 말에는 청년층이 도시로 대거 유출되고 환경문제 등이 이슈로 부각되자 경지정리와 마을정비 사업을 대대적으로 펴는 등 농촌 공간을 재편성, 지금까지 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사업에는 당연히 농업 생산성과 영농 조건을 향상시키고 자연환경과 마을 기념물 등을 보전하기 위한 것도 포함됐다.
이명헌 교수는 "독일 정부는 친환경 유기농업의 기준을 엄격하게 세워 공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업 경쟁력도 강화시켰다"며 "농업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후에도 바이오 에너지 산업 발전 등 기후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chang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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