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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아프간 ‘노다지 타령’ 자원전쟁 서곡인가 /시사IN 166호

by 마리산인1324 2010. 11. 30.

<시사IN> 166호(2010.11.25  10:35:32)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857

 

 

아프간 ‘노다지 타령’ 자원전쟁 서곡인가

 

아프가니스탄에 1조~3조 달러에 달하는 광물 자원이 묻혀 있다는 말이 나오자, 열강들이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는 아프간 전쟁이 이미 자원전쟁 국면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아프간의 불안한 미래.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01년 9·11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최근 또 다른 ‘자원전쟁’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국방부와 지질조사팀은 1조~3조 달러(약 1130조~3390조원) 규모의 광물 자원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4년부터 3차원 입체 판독기를 동원해 아프간 광물자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철광석·구리·코발트·금·리튬 등이 발견되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알려졌다. 더군다나 이들 품목은 세계가 눈독 들이고 있는 산업 금속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자원 규모가 매우 방대해 이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광산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지질조사팀이 항공기를 이용한 지질 조사를 처음 실시한 것은 2006년이었다. 이 조사에서 광산 자원의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되자 더 정밀한 추가 조사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이라크에서도 자원 개발 사업으로 혁혁한 성과를 올린 미국 국방부 특별팀이 아프간 현지에 파견되어 그동안 해온 조사 결과를 정밀 분석했다. 이후 미국 국방부는 미국 내 광산 전문가의 검증 과정을 거쳐 그동안 조사한 결과를 수뇌부에 보고했다.

   
ⓒReuter=Newsis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 광산(사진)이 훗날 ‘중요한 광산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

아프간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 되나


미국 국방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아프간은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간 리튬 최대 생산국으로 불리는 볼리비아의 매장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리튬은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물론 전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2차 전지를 제조하는 핵심 원재료이다.

이제까지 중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희토류 또한 아프간에 꽤 많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희토류는 각종 첨단제품을 비롯해 미사일 등 군수품에도 필수적인 희귀 광물이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티크 세디키 아프간 광업부 고문은 지난 10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자원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헬만드 주에 란타늄과 세륨 등 희토류 매장지가 있다. 특히 희토류 함유량은 최대 6%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이 120억 달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아프간 매장 자원의 가치는 아프간 현재 경제 규모의 무려 100배에 달한다. 잘릴 줌리하니 아프간 광업부 장관 고문은 “이번에 발견된 광물 자원이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근간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석유나 석탄과 달리 리튬과 희토류는 산업 자원으로 그 가치가 더욱 크다.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나온 아프간 자원 발견은 여러 나라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소식이다. 당연히 각 나라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도와 중국은 7월 초 아프간 자원 개발 등 제3국을 대상으로 한 공동개발 프로젝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만모한 싱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시브 샨카르 메논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아프간 자원 개발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회담 뒤 양제츠 부장은 인도 언론과 만나 통역 없이 영어로 “논의가 아주, 아주 잘 진행됐다. 우리는 양국 협력에 관한 모든 분야의 이슈를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중국·인도 양국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아프간 자원에 대한 이들 나라의 관심은 지대했다.

   
ⓒReuter=Newsis
일관성 없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와히드 샤라니 아프간 광업부 장관(위).

미국 언론도 확 바뀌었다. 아프간을 피폐한 전쟁터로 폄하하던 이들 언론은 “아프간에서 노다지를 발견했다”라고 전하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프간이 이제 ‘엘도라도’가 된 것이다. 미국 국방부도 아프간이 이들 자원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아프간 정부)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벌써부터 미국 국방부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아프간 광물 개발과 관련한 협상 시스템 구축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광산 계약 전문회사를 고용한 이들은 잠재적인 외국인 투자자를 모집하는 한편, 다국적 광산회사에 넘길 기술적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함께 광산에 대한 국제 입찰도 준비 중이다.

아프간 정부의 행보도 바빠졌다. 그동안에는 서구 사회의 원조에 의해서만 나라 살림이 돌아갔지만, 이제부터는 엄청난 자원이 아프간 정부를 든든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패한 정부라는 오명을 쓴 아프간 정부로서는 자원 발견이 원조금을 받을 때마다 간섭해온 서방 사회의 귀찮은 잔소리로부터도 해방시켜줄,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아프간 정부는 내년에 철광석·구리 광산과 천연가스 매장층을 입찰 매각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먼저 수도 카불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진 하지각 철광석 광산의 매각 입찰을 다시 실시할 계획이다. 해발 40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하지각 광산에는 18억∼20억t 규모의 철광석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각 광산은 지난해에도 아프간 정부가 매각 입찰에 들어갔으나, 일부 영세 광산업체들만 참여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천덕꾸러기가 된 곳이다.

아프간 정부 “10년 내 자급자족할 수 있다”


아프간 정부는 자원 개발을 위해 발 빠른 홍보 전략에도 나섰다. 와히드 샤라니 아프간 광업부 장관이 자원 홍보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광물 매장량이 1조 달러로 추정된다는 평가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아프간 광물자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 같은  상황만 본다면 그동안 지독하게 가난했던 나라 아프간이 단숨에 최대 자원 수출국이 되어 살 만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아프간 정부는 “아프간은 이제 이들 자원을 바탕으로 10년 내 다른 나라의 원조 없이 자급자족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한다. 그야말로 아프간에 장밋빛 미래가 이제 막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다.

여기까지 보면 아프간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보는 듯하지만, 미국 국방부와 미국 언론의 주장에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첫째, 아프간에 매장되어 있다는 광물의 매장량에 대한 의문이다. 당초 미국 국방부와 지질조사팀은 아프간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 매장량이 1조 달러(약 1130조원) 가치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에 매장 자원 개발 협의차 런던을 방문한 와히드 샤라니 아프간 광업부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의 가치가 최대 3조 달러(약 339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해 매장량이 1조 달러에 달한다는 평가 보고서까지 낸 직후였다. 다시 말해 같은 인물이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는 이를 1조 달러라고 하고, 영국에서는 3조 달러라고 발언한 것이다. 광업부 장관의 개인적인 혼동이라고 말하기에는 1조 달러와 3조 달러의 차이가 엄청나다. 이런 일관성 없는 발언 때문에 아프간 광물 매장량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부패한 아프간 정부가 서방 사회의 관심을 한시바삐 불러일으켜 투자와 원조를 끌어내기 위해 정치적인 액션을 벌이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두 번째 의혹은 아프간 자원 매장량에 대해 미국 언론이 기사를 낸 시점과 이유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아프간 자원 매장량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 <포린 폴리시> 같은 미국 언론을 통해 간접 발표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공교롭게도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에 발목이 잡혀 고심하는 시기에 이런 기사가 나온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말 병력 3만명을 증파하면서 2011년 7월부터 아프간에서 철군한다는 출구전략을 마련했지만 여론도 좋지 않고, 의회의 지지도 줄어들고 있다. 미군 사상자가 계속 늘고 아프간 내 미군 최고사령관을 교체해야 하는 등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미국이 네덜란드 군(위)처럼 탈출하려는 동맹국을 막으려 아프간에 자원이 많다고 소문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지금은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국의 동맹국들이 철군 러시를 이룰 만큼 활발히 철군을 논의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미 아프간 남부 방어 전략에서 주축을 이루던 네덜란드 군이 철군했고, 아프간 전쟁 발발 10년이 되는 내년에는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까지 철군을 고려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으로서는 아프간 전쟁과 관련해 총체적인 난국을 맞은 셈이다.

이런 와중에 아프간 자원 관련 소식이 흘러나오자 일각에서는 다른 동맹국들의 탈출 러시를 막기 위해 미국이 자구책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아프간에 이 같은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에 의해 아프간 광물에 대한 지질조사가 이루어졌고, 이번 미국 특별팀도 그 지질조사를 확인하는 정도였지 새로운 광물을 추가 발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옛 소련군이 물러간 뒤 아프간 지질학자들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광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한동안 관련 자료를 숨겨놓고 있었다. 바쉬르 사흐라니 카불 대학 교수(지리학과)는 “우리는 광물 매장량에 대한 미국의 조사 결과가 놀랍지 않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프간에서 이 자원을 놓고 여러 나라가 각축전을 벌일 텐데, 이것이 또 다른 아프간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아프간의 무진장한 자원, 1985년에 이미 파악

미국 잡지 <애틀랜틱>의 마크 앰빈더 정치 담당 편집자는 “아프간이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은 옛 소련이 1985년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부시 행정부도 2007년에 결론을 낸 구문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이런 기사들이 아프간 전쟁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한 교묘한 정보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월간 <마더 존스>는 “뉴스가 아니라 아프간 전쟁 개입을 위한 오바마의 홍보 캠페인이다”라며 <뉴욕타임스>가 미국 국방부에 낚인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로지 ‘익명의 국방부 정보원’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 기사를 작성했는데, 이는 영화 <그린존>에서 보여주듯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는 기사를 쓸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전 세계 언론이 받아쓰면서 아프간 광물 매장 가치가 1조 달러에서 3조 달러까지 널뛰기를 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 전쟁은 이로써 새로운 자원전쟁의 국면에 들어섰다. 일단 아프간에 자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프간을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그것은 곧 또 다른 아프간 전쟁을 의미한다. 전후 아프간 지질학자들은 아마도 이를 걱정해 소련이 작성한 지하 매장량 지질조사 자료를 지하 창고에 숨겨놓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염려했던 상황은 결국 현실이 되었고, 어쩌면 그 책임조차 아프간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