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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누구를 위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인가? /최시영

by 마리산인1324 2011. 3. 26.

<풀내음> 2007/09/28 17:53

http://blog.grasslog.net/archive/377

 

 

 

* 이 글은 한국도시연구소, [도시와 빈곤] 81호에 실은 글입니다.


누구를 위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인가?



최시영(청주시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사무국장)



1. 들어가며

 

참여정부는 공간 관련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하는 최초의 정부로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그리고 「행정수도이전특별법」(현재는 「행정중심도시 특별법」) 등을 제정하여 과거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분권-분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문적 차원이나 운동적 차원에 머물렀던 지역불균형문제와 지역균형발전 노력이 정책차원의 의제로 등장하고 실천력을 갖추게 된 것은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이 존재한다. 그동안 나왔던 비판들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개발정책이 균형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나 실제로는 대형공공사업을 통하여 환경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신개발주의, 신성장주의라는 것이다(강홍빈, 2004; 조명래, 2004; 최병두, 2005). 다른 하나는 참여정부의 균형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더라도 정책화 과정에서의 혼선과 정책수단 선택의 오류 때문에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김형기, 2004; 김용웅ㆍ강현수ㆍ차미숙, 2004; 강현수ㆍ정준호, 2004; 이재은, 2004; 권오혁, 2004).

 

이와 같은 거시적 맥락에서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안고 있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참여정부에서는 그 동안 각 부처에서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역개발사업과 관련한 여러 정책과 사업들을 묶어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선도지방자치단체 선정과 시범사업 추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어떤 우려와 한계를 안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헌신적으로 추진해온 주민참여 마을만들기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한 실천적 방안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움직임

 

2005년 말 참여정부는 지금까지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이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선도프로젝트를 통하여 분산ㆍ분권ㆍ혁신형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의 초비대화와 지방의 지속적 침체라는 국토왜곡을 시정하는 노력에 주안점을 두었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은 현재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거시적 균형발전개념에 더하여 지금까지 물량위주의 왜곡된 욕구를 포기하고 문화적 측면의 발전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방향 제시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① 지방 도시 및 농촌의 고유한 특성과 자원을 잘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비전을 제시하고, ② 국토를 인간적인 공간, 실제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전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확대된 국토 균형발전 개념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사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도시와 농촌을 품격 높은 삶의 질을 갖춘 살고 싶은 지역사회로 재창조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사업이다. 그동안 건설교통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농림부의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등 지역과 관련된 유사사업을 각 부처에서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28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은 균형위가 이론적 기초 제공과 부처 간 조정역할을 담당하고, 행자부에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을 만들어 사업 추진할 것을 대통령이 지시하였다. 이후 행정자치부 내에「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 준비팀(5명)」을 만들어, 균형위 주관으로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농림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국장급으로「관계부처 합동 TF 회의」를 구성하였다. 이후, 매주 관계부처 합동 TF 회의를 개최하여 특화발전 유형별 모델개발 및 부처별 유사사업 패키지 방안 등에 대해 긴밀히 협의ㆍ추진해왔다고 한다.

 

지난 6월 27일 배재학술문화센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의실에서 열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2차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행정자치부 문영훈 살기좋은지역만들기준비팀장에 의하면 6월말 행자부 내에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이 공식직제로 인준을 받아 발족하였고, 행자부 지역균형발전지원본부 산하에 2개팀(살기좋은지역기획팀, 살기좋은지역관리팀)이 구성되어, 현재는 균형위 차원의 지역별 순회토론회 개최를 통한 공론화와 지역별 취약지역과 우수지역에 대한 현황조사를 통한 진단을 하고 있다.


3. 지방자치단체의 관심 또는 움직임

 

지난 5월 16일 행자부『살기좋은지역만들기추진단준비팀』에서 주최한 지방자치단체 관계관 회의 자료에 의하면 도(실ㆍ과ㆍ소) 및 시ㆍ군에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되어 추진 중인 대상사업(지방자치단체 주도/주민 주도)을 파악하고,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세부정책과제를 참고하여 사업취지가 적합한 관련사업 목록을 작성하여 5월 22일까지 제출토록 하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2005년 지역혁신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의 경우(충북 증평군, 전북 진안군 등)『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연계한 후속사업을 구상중인데, 행자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에서 모델개발과 사업패키지 방안이 정리되면, 오는 8월중에 균형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청북도에서는 균형위의 후원을 받아 오는 7월 31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사)충북지역혁신연구회 주최, 청주경실련 주관으로 “살기 좋은 충북지역만들기 대토론회”를 열어 균형위 박동진 전략기획실장의 “지역혁신, 균형발전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라는 특별강연과 행자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 문영훈 팀장과 균형위 정책기획실 송우경 연구원이 참가하는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미루어 짐작컨데 각 지역에서도『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한 일련의 공론화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4.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사업에 대한 우려와 한계

 

작년 말부터 민간차원에서는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열린사회시민연합, YMCA 전국연맹,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한국도시연구소,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주)이장,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등에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한 활동을 해 온 여러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와 관련한 논의테이블 모임과 토론회, 워크숍 등을 진행해 왔다. 이 안에서 제기된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한 문제의식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주민참여와 삶의 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지역이나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는 배제된 상태에서 중앙중심의 하향식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 정부에서 제시한 사업들이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행정중심 + 주민지원 형태’ 사업들의 나열로 기존 시행되어 온 중앙부처의 지역개발사업이나 정부지원사업들과의 차별성이 없다.

- 사업추진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한계(행정단위 중심, 사업을 위한 협의체 급조, 사업의 지속성 부재, 물리적 시설 설치 치중 등)를 극복할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사업들이 추진될 경우 기존 사업들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예상되며, 낮은 차원의 주민참여(주민의견 수렴)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는 좀 다른 성격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전반기 역점사업이었던 “지역혁신과 클러스터론” 관련한 정책의 혼선의 사례를 강현수ㆍ정준호(2004)는 외국의 실패 경험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① 위로부터의 획일적 표준적 정책의 강요

② 지역정책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

③ 첨단산업 맹신주의

④ 지역내부 연계만 중시하는 정책

⑤ 산학연 연계에만 지나치게 의존

⑥ 물리적 집적, 하드웨어 시설만 강조

⑦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입자원의 여러 지역 간의 분산

⑧ 지역 내 헤게모니 집단의 주도

⑨ 정책 담당자의 역량부족과 정부 부처 간 조정의 실패

⑩ 정책의 일관성 부족

 

이와 같은 평가는 비록 아직『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실행 전이라고 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정부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하여 지역의 정책수용능력을 고려하고는 있는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입자원의 여러 지역 간 분산의 우려는 없는지, 지역 내 헤게모니 집단이 주도할 우려는 없는지, 정책 담당자의 역량은 충분한지, 정부 부처 간 조정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간 힘든 여건 속에서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운동을 통해 시민사회 진영이 이루어낸 성과를 정부차원에서 인정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사업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라면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① 주체의 측면에서, 이 추진계획이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실현하기보다는 정부에 의한 일방적 계획에 주민들을 형식적으로 참여시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고,

② 내용의 측면에서, 물리적 시설을 만들 뿐 지역주민들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③ 운영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온 시민사회ㆍ지역주민들과의 수평적이고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 민간차원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와 향후 과제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체적 유대감이나 나눔 없이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 동네와 자신과의 관계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지역사회를 근거로 활동하는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대안적인 주민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고, 그러한 활동 중에서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 주민들 스스로에 의해 구체화하는 지역사회의 대안, 이 과정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 주체들에 대한 실천적 시민교육 등의 성과를 거두어왔다. 이러한 성과들로 인해 마을만들기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유력한 활동지향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에서부터 시작된 ‘담장 허물기 사업’은 이미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한 사례일 뿐이다. 쇠퇴하는 (전통)상가 및 주거지역을 주민들의 손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주민들의 공동체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매개를 사용하거나 전통의 공동체적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사회의 방치된 공간을 주민들의 휴식 및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자구적 복지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거나 주민편익 프로그램 및 시설 등을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등이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져 왔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세계화라는 외부적 압력과 공동화, 고령화라는 내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주민들의 자구적 노력에 지역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내었고, 이는 다양한 내용으로 지역개발정책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단위의 도농교류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모형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마을만들기는 그 주제와 내용, 그리고 참여자의 계층 및 유형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 왔으며, 그 성과 또한 적지 않다.

 

민간에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어떤 근사한 물리적 시설을 만들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 마을의 구체적인 발전 계획, 만들고자 하는 것,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등이 주민들의 입으로부터 분출되도록 하면서, 분출된 그 욕구를 다른 누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리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공통의 정체성, 공통의 공동체적 유대감을 갖게 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살기 좋은 마을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자발적 노력과 헌신으로 지역사회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해 온 몇몇 단체 및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에서 추진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마을만들기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으며, 나아가 정부와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필요성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몇몇 단체나 전문가들이 정부의 추진계획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하고 있는 많은 민간 참여자들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실천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더욱 적절한 대응방안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월 21일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제1차 토론회”를 가졌고, 이어서 4월 28~29일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각 지역의 100여명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6 마을만들기 활동가 워크숍”을 열었다. 또한, 지난달 6월 27일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2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관련하여 전국적인 민간단체 연대기구로 “(가칭)살고 싶은 지역만들기 전국네트워크” 구성을 가시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네트워크는 조직적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필요한 역량을 공동출자해 필요한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활동 연장선상에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네트워크는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기 위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 필요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더욱 유리한 체계이다.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은 이처럼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또한 발전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글을 나가며

 

민간차원에서 오랫동안 지역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지역운동, 마을만들기 운동을 헌신적으로 해 오신 활동가들이 흔히 말하기를 ‘얼마나 살기 힘들기에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고 이 난리들인가’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곤 한다. 종전의 정부정책에서 정부역할은 투입-산출과정에서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개입이었다면,『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상호학습과 지식확산을 촉진하는 매개자로서, 지식교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제도구축자로서 간접적인 역할에 보다 충실할 때, 지금까지 민간에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관련하여 외견상으로는 주민주도와 주민참여 삶의 질을 이야기하면서도 전략적으로는 지역별로 선도지자체 및 특화발전 사업을 선정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단기간에 육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이럴 경우엔 정책의 본래 속성상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한편 지방정부도 개념이 모호하고, 추진방식에 있어서 본래의 의미를 살려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보다는 단기간의 업적을 과시할 수 있는 종래의 물리적 집적, 하드웨어 시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민간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과거 개발주의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야 할 대안적 방향은 무엇인가? 김형기(2004)는 현 참여정부의 지역정책이 경제와 성장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참여-연대-생태’에 기초한 ‘대안적 지역발전(alternative regional development)’의 비전이 부족하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참여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불균형 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 신개발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이에 대한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의 정책기조와 추진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거시정책 및 복지정책과 맞물리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환경ㆍ복지ㆍ교육문화의 발전과 지역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통합적 발전의 맥락’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은 이런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한 분야로서 위치 지워져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유형별 분류에 따른 선도지자체, 특화발전 사업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전통산업 및 실업과 빈민 문제까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참여-연대-생태’에 기초한 ‘대안적 지역발전’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끝으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공개발 의존형 지역성장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연합(지역토호)이 주도하는 지역의 정치사회적 구조의 대폭적인 개편과 공공사업을 부추기는 중앙집권형 재정체제의 분권화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의 케인즈적인 공공투자정책은 환경훼손의 책임이 컸다. 정부는 시설위주의 각종 국가보조금 지원을 통해 지방의 공공사업을 강제하였고, 지방은 자기 책임 없이 정부의 보조금 사업에 의존하여 무리한 난개발을 추진해 왔다. 중앙은 중앙대로 경기자극형 공공개발, 관-건설유착에 의한 이익유도형 공공개발을 추구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공돈을 노린 중앙정부 의존형 지방공공사업의 수혜를 추구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이 문제였다. 따라서 이런 구조 하에서 형성된 공공사업 밀착형 지역토호 그룹을 어떻게 해체시키는가가 과제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회계의 운영을 포괄보조금화하여 지방자율권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중앙주도의 재정운용체제로서 지방의 도덕적 해이와 무절제한 공공사업 추진을 조장하고 있다.

 

어떻게 정부가 추진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새 포대에 새 술을 담을 수 있게 할 것인가? 마을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상부상조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만들어 지는 것이다.『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계획이자 실천과정이 될 수 있도록,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민ㆍ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