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세계

데이비드 매리어트, 칼 라크루와,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by 마리산인1324 2011. 5. 28.

<프레시안> 2011-05-27 오후 6:34:18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527150607§ion=05

 

중국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31가지 이유

[프레시안 books]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Fault Lines on The Face of China: 50 Reasons Why China May Never Be Great

 - Karl Lacroix, David Marriott -

 

풍부한 사례 및 통계 자료를 통해, 최근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중국 대세론'의 허구성을 반박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서방 언론인 출신인 데이비드 매리어트와 칼 라크루와가 15년 동안 대륙에서 접한 생생한 현장성을 바탕으로 쓴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김승완·황미영 옮김, 평사리 펴냄)가 그것이다.

이 책은 중국이 체제 붕괴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이유를 31가지의 근거를 들어 제시한 것으로, 중국 경제 성장의 이면을 속속들이 파헤친 흥미로운 책이다. 얼핏 보기에 이 책이 중국의 부상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줄 수도 있는데,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중국인들이 현재 너무나 큰 재앙이 기다리는 절벽으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으며 (…) 중국 인민들이 자국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그 대안을 스스로 마련"(서문)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어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또 책 제목이 독자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줄 수도 있음이 염려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보다는 이미 언급한 대로 중국 경제 성장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살펴보고 이러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의 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책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점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중국 대세론과 중국 붕괴론의 변증법

▲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칼 라르쿠와·데이빗 매리어트 지음, 김승완·황미영 옮김, 평사리 펴냄). ⓒ평사리
최근 서방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중국 대세론'의 대척점에 서서 같은 서방 언론인에 의해 제기된 '중국 붕괴론'을 접하며, 누가 더 정확하게 중국의 앞날을 '예측'했느냐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국을 이해하는 '중국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라는 거대한 실험을 30년 이상 전개하고 있는 국가로, 신중국 설립(1949년)은 물론이고 그 이후 문화 대혁명의 실패와 뒤이은 개혁·개방의 대전환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저자들이 제시한 31가지 근거를 중국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단선적인 구조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당면한 현실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지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을 일찍부터 연구한 리영희도 <우상과 이성>(1977년)에서 "밝은 것이면 밝은 대로 어두운 것이면 어두운 대로 진실을 진실로 보고 판단할 줄 모르는 국민은 세계에서 뒤떨어지게 마련이다"라고 갈파했다. 이는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 정부가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국민들을 흑백 논리의 사고방식과 협소한 세계관 및 왜곡된 가치관을 주입시키면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한 점을 비판한 것이었다.

40년이 지난 우리 세대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중국 대세론과 중국 붕괴론이라는 서방측이 제시한 이분법적인 구도에 몰입되어 누구 말이 옳은가에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밝은 것은 밝은 대로 어두운 것은 어두운 대로 진실을 보려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그 자체로는 단선적인 구도로 중국의 붕괴를 점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그간 제기되어 온 '중국 대세론'에서 드러나지 않은 중국의 어두운 이면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볼 때 변증법적 구도의 커다란 한 축을 감당하고 있다는데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을 읽어내는 열쇳말, 빈부 양극화와 중국공산당의 부패

고대 로마 제국이 내부 원인에 의해 붕괴했듯이, 중국의 현 체제 역시 외부 원인보다는 내부 원인에 의해 붕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가 밝힌 31가지 근거 중 중요한 내부 원인으로 '잠재적 반정부 군단'(근거 1), '농민공의 혁명'(근거 2), '중국 공산당의 부패'(근거 19), '블루칼라 및 화이트칼라의 범죄'(근거 20, 21), '절대 빈곤 사회'(근거 22), '빅 사이즈 빅 트러블'(근거 5), '황허의 슬픔'(근거 24)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내부 원인의 핵심 열쇳말은 빈곤, 부패, 범죄, 환경오염이다. 중국 공산당이 "절대 빈곤에 빠진 민중의 능동적이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혁명에 성공한 역사적 배경"(리영희)을 고려할 때 세 가지 열쇳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빈곤과 부패로 압축된다. 즉, 심화되는 빈부 양극화를 대처해야 할 중국공산당이 계속해서 부정부패에 빠져있게 되면 과거 국민당을 무너뜨린 같은 동력에 의해 중국공산당 역시 심각한 체제 붕괴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책에서 소개된 빈곤의 양상을 살펴보자. 중국 정부 기준으로 연소득 785위안(우리 돈 약 13만2500원) 이하의 가구가 절대 빈곤층으로 분류되는데, 정부의 공식 통계로 대략 2300만 명이 절대 빈곤층에 해당된다. 그런데 세계은행 기준인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을 적용할 경우 연소득 약 2800위안 미만이 모두 빈곤층에 포함되어 이 기준에 해당되는 절대 빈곤층의 수는 약 1억5000만 명 정도가 된다(근거 22, 331~332쪽).

다음으로 중국의 여러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지방 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일으킨 부정부패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책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2005년 <신화통신>의 보도를 보면, 중국이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1978년부터 2004년 사이에 공금 횡령 혐의를 받은 당 고위 관리 4000명이 해외로 달아난 이야기나, 공안의 가택 수사로 체포된 광저우 기획토지건설사무국 부국장 황펑(黄鹏)의 집에서 미화 33만 달러가 발견되자, "미국 지폐를 모으는 게 유일한 취미"라는 궁색한 변명을 한 이야기 등(근거 19, 304~309쪽), 부패와 관련된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저자는 '콴시'(关系)를 법보다 앞세우고, 사회적 윤리와 도덕보다 사리사욕을 우선시한다면 반드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중국을 위협하는 빈곤과 부패 외에 또 다른 핵심적인 열쇳말로 농지를 포함하는 환경오염을 들 수 있다. 세계 인구의 20퍼센트(%)가 살고 있는 중국이 지구상에서 실제로 사용 가능한 토지의 10퍼센트만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은 13억 명이라는 엄청난 인구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년 120만 톤(t) 이상의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지 중 적어도 1000만 헥타르(㏊)가 오염된 상태로, 이는 전체 중국 농지의 10퍼센트에 해당한다(90~91쪽).

지방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농지를 싼값에 수용하여 무분별하게 개발하면서 경작지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작지 감소는 농지 오염과 더불어 식량 생산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농지 오염은 그대로 환경오염과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황허 강과 양쯔 강의 오염을 들 수 있다. 길이 8700킬로미터(㎞)에 이르며 1억5000만 명의 상수원인 황허 강은 현재 강물의 66퍼센트가 식수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으며, 3분의 1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5급수 미만의 독물로 변했다. 길이 6300킬로미터로 세계에서 세 번째 긴 양쯔 강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양쯔 강 본류의 10퍼센트 이상이 '심각한 오염' 상태이며 약 60퍼센트 이상이 오염 상태이다. 또한 주요 지류의 30퍼센트가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352~354쪽).

여기서 변증법적인 구도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중국 정부가 현재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의 핵심적인 인식 태도는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 마젠탕(马建堂)이 3월 17일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의 위상을 바로 알자"에 나타나 있다.

마젠탕은 이 글에서 "중국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5조8791억 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각종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여전히 개발도상국(2009년 현재 1인당 GDP 125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직시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핵심 대처 방안은 올해 3월 양회(两会)를 통과한 '국민 경제 및 사회 발전 제12차 5개년 규획 강요'(강요)를 통해 알 수 있다.

전체 16편으로 구성된 '강요' 제1편에서 중국 정부는, 2010년 기준 GDP(국내 총생산)가 39.8조 위안으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에 속하게 되었지만 발전 과정에서 투자와 소비 관계, 소득 분배의 불균형, 과학기술 혁신의 미비, 불합리한 산업 구조, 취약한 농업 기반, 도시와 농촌의 지역 발전 부조화, 취업 총량과 계층 간 구조의 모순, 물가 상승 압력 등 심각한 문제들이 수반되었음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강(國强)에서 민부(民富)로 전환하여 "성장의 그늘"을 살피는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2편에서 강농혜농(强農惠農)에 입각하여 농업의 현대화, 농가 소득 향상 및 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6편에서 에너지 절약과 오염물 배출 감소를 중점으로 하여 환경 친화적인 생산 방식과 소비 모델을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3편에서는 민주 정치의 발전을 위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률 체제를 완비하고 투명한 정치 건설 강화를 위해 부패 방지를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에서 살펴본 중앙 정부의 문제 인식과 대처 방안을 보면 중국 지도부 역시 저자들이 책을 통해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관련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치겠다고 민중들과 약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은 관건은 중국 정부가 과연 얼마나 실제적으로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화재단이 주최한 제46차 전문가 포럼('제12차 5개년 계획으로 본 중국의 현재, 그리고 향후 5년')의 발표자인 오승렬이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정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 및 시스템의 문제이며, 중국이 정치 개혁을 통해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각종 정책의 효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은 좋은 통찰을 준다.

이제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현 중국 지도부와 5세대 지도부가 얼마나 실제적으로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가를 변증법적인 구도에서 바라봐야 한다.

중국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통일 한국

거대한 중국을 이해하고 진실을 정확하게 보기란 정말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의 집필 의도인 "전체주의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라면 진실을 찾고 알리는 활동이 자유를 향한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처럼, 중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단면들을 살펴보는 작업은 "중국 대세론"이 강조되어온 상황에서 균형 잡힌 '중국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이러한 목적에서 이 책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는 중국 경제 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리더'(reader)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향후 중국의 변화가 남한과 북한 및 통일 한국에 주는 영향력이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분석해 낼 수 있게 된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