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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0614 20:24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82724.html

 

 

에너지자립 마을 만든다더니…찜질방·숙소 짓기로

 

녹색마을 시범지, 4곳중 3곳 무산되거나 변질
공주 월암리 주민 “560명중 20명 의견만 들어”
사업 졸속추진 “공모부터 선정까지 석달 안걸려”

 

» ※정부, 2020년까지 총 10조4000억원 투입, 전국에 녹색마을 600개 조성 계획

“마을이 우습게 됐어. 녹색마을인지 뭔지 때문에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서….” 지난 8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에서 만난 주민 정아무개(50)씨는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인기척이 드문 마을은 적막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가급적 말을 아꼈다. 지난해 1월 정부의 ‘녹색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 시범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사업을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이 채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른바 녹색마을은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등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마을이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뉴딜 사업’의 핵심이다.

 

» 녹색마을사업 무산된 공주 월암리 지난해 1월 정부의 ‘녹색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 시범 대상지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사업이 무산된 충남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 마을 전경. 최근 정부는 이곳에 이웃한 금대리를 시범 사업 대상지로 새로 선정했다. 공주/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행정안전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산림청 4개 부처는 지난해부터 1차 시범사업지구를 하나씩 선정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정부는 2020년까지 10조4000억원을 들여 600개의 녹색마을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단기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한 나머지 사업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한 탓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관 주도로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주민 발발을 불렀다.

 

행안부가 1년여 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월암리는 지난달 초 사업을 포기했다. 녹색마을이 만들어지더라도 주민들에게 끼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악취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웃한 금대리가 지난달 12일 새로 선정됐다. 월암리 주민 이병길(54)씨는 “주민 560명 가운데 20명의 의견만 듣는 등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해 주민갈등만 키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안부는 사업을 공모하고 대상지를 선정하는 데 석달이 채 안걸렸다. 공주시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해 주민들의 의견을 세밀히 들어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환경부가 사업을 진행하는 광주광역시 남구의 승촌마을도 비슷하다. 지난 1~5월 이뤄진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사업을 반납하자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타당성 조사는 사업시행 1년 만에 뒤늦게 이뤄졌다. 남구청 관계자는 “이달 중순까지 주민의견을 들어 계속할지 결정할 예정인데 반납으로 결론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농림부가 전북 완주군 고산면 남봉리에 추진중인 녹색마을은 사업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녹색마을 핵심인 바이오가스 사업이 마을 여건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무산되고, 마을정비 사업으로 변질됐다. 이곳에는 에너지자립 시설 대신 찜질방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고, 주택 및 상·하수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4곳의 1차 시범사업지 가운데 산림청의 산림탄소순환마을(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만 이달 말 착공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예산만 들여 속도전으로 진행할 경우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은 “정부가 녹색마을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 윤데마을은 주민들 주도로 7년에 걸쳐 만들어졌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단기적으로 예산만 쏟아부어 사업을 진행한다면 바이오가스 플랜트건설회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주·광주/김경욱 안관옥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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