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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진보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인기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가수들의 경연을 통해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다보니 특별한 인기를 끌고 있는 특정 가수를 향해서는 '나만 가수다'라는 '영예로운'(?) 찬사까지 덮쳐지고 있다.

 

그런 한편으론 정계에서는 진보정치 대통합을 위한 지난한 교섭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라는 문서까지 만들게 되었으니 그 노력에 찬사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진보 통합의 범주와 주체는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그간 진보 쪽에서 활동해왔다는 진보정치가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고, 그런 그들을 지원해왔던 지식인 그룹도 함께 관여하면서 그 말빨을 세련되게 놀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 마음에 드는  세력만 내 편이고 그들만을 진보통합의 범주로 몰아넣는다.

 

이렇듯 저간에 행해진 '진보통합'이라는 주제를 보면서 느낀 점이 참 많다.

이와 더불어 사람에 대한 보다 분명한 실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진보학자'와 '진보운동가'도 별게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들의 좁은 속내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면서 '나만 진보다'라는 그들의 구호를 느끼게 된다.

'나만 진보다?'

 

우선, 이른바 진보인사들의 언사를 나열해본다.

 

조승수

 

(2011. 6/19, 프레시안)-"유시민, 진보정치의 '기역, 니은'도 모른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617184338§ion=01

 

유시민 대표의 문제는 다르다. 단지 누구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치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큰 기조를 허물어트리는 진보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있다.


내가 내용적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참여당이 진보정당인가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유 대표는 진보정당을 너무 모른다. ...진보정치와 함께 하자면서 진보정치의 기본적인 밑바닥 정서가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와 함께 하려면) '기역, 니은'부터 다시 배워와야 한다.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2011. 6/20, 프레시안)-"유시민, 추파 던지지 말고 제 갈길 가라"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620111538§ion=01

(2011. 6/30, 프레시안)-"진정 '덕 있고 통 큰 진보정치'를 위하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630110109§ion=01

 

진보대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말이 되지 않는 넌센스다. 왜냐하면 유시민 대표와 (유 대표 체제 하의) 국민참여당은 민주당보다 보수적이고 친신자유주의적인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진보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신자유주의라는 면에서는 그는 야권 후보 중 가장 친(親)신자유주의적이고 한나라당에 가까운 후보이다....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면,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이 최근 한 컬럼에서 유 대표는 친시장노선 등에서 민주당에 맞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에 가깝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이 유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단순한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에 이념적으로 거리가 너무도 먼 진보정당들에 추파를 던질 것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훨씬 가까운 민주당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급할수록 정치공학적으로 잔머리를 돌릴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글이란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은 김 교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추파, 잔머리라는 단어가 단어만 떼어놓고 보면 상스러운 표현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체 맥락 속에서 읽을 때, 내가 상스러워서 그런지, 다시 읽어봤지만 그렇게 격이 떨어지고 상스러운 글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특히 유 대표의 독설에 비하면 말입니다. 그리고 잔머리 부분은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라는 주어가 잘 알려주듯이 나를 포함하여 진보진영전체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김 교수의 비판을 읽고 나자 오히려 잔머리 부분을 유시민 대표와 연결시켜 더 강하게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나의 글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있는 유 대표의 이미지가 '잔머리', '싸가지', '덕 부족', '통 좁음'이라는 점에서, 김 교수나 나 같은 사람들이 이 같은 이미지를 불러온 유 대표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유 대표가 덕을 갖춘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지적해주는 것이 유 대표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노무현의 이미지가 '바보 노무현'과 '진정성'이라면 유 대표의 이미지는 이와는 거리가 먼 '재승박덕'입니다.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2011. 6/23,프레시안)-"유시민,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정치적 사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622170621§ion=01

(2011. 6/29, 프레시안)-"유시민의 '정치적 사기'는 학술적 규정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629070101§ion=01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것은 최종 합의문을 찬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참여당이 참여하겠다고 신청했지만, 논의 대상이 되려면 참여당이 먼저 공식적으로 이 합의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우리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아직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으니 논의할 거리도 없다. 그런데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자기 자신의 이제까지의 모든 정치적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합의문에는 서명할 수 없다. 합의문 내용이 그렇다. 자신이 지금까지 말한 것과 너무 상반되는 정책과제가 많다. 한미 FTA도 새 진보정당은 완전히 반대한다. 그런데 유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 것은 괜찮다는 입장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가 이 합의문에 서명을 한다면 사실 그것은 정치적 사기다. 서명에 앞서 자기 자신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포괄적이고 진솔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명만 하면서 옛날 일은 더 말할 이유가 있냐고 한다면 자기 자신의 정치적 양심에 일치하는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 일종의 마키아벨리적인, 권력정치적 접근이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


유시민이 진보진영과 정말 함께 하고 싶으면, 이런 따위의 시도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내가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차기 대선 후보 포기와 같은) 그런 반성의 진정성을 보임이 없이 "나는 신자유주의자인 적도 없고, 지금도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진보와 신자유주의의 경계를 허물려고 하는 것을 '정치적 사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의 격에 맞지 않는 격한 표현이라고? 천만에, 정확한 표현이다. 황우석 사건이 났을 때 여러 학자들이 그 사건을 '과학적 사기사건' 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사태의 정곡을 찌르는 '학술적' 규정이었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계속 지금 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말장난으로 진보대통합 문제에 접근하려 든다면, 나는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정치적 사기'로 규정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다른 표현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

 

(2011. 7/7,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707151204&Section=01

 

“참여당은 진보대통합의 일원이 될 수 없다.”

"참여당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에 진정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연석회의 합의문을 받아들이고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과를 행하는 동시에 '유시민의 차기 대선 후보 출마 포기와 백의종군 선언'과 같은, 입장 변경의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참여당의 참여는 진보의 지평을 자유주의의 전망 아래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진보진영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왜곡하고 신자유주의 극복을 요원한 것으로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참여시키려는 시도를 진보대통합의 근본정신을 훼손하고 변질시키는 행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참여시키려는 세력과는 결별할 것”

 

 

그런 와중에 다행히 마음에 드는 글을 하나 만났다.

더욱이, 그게 평소 마음에 들지않던 김민웅의 글이어서 더 신기했다.

 

(2011. 6/24, 프레시안)-"통큰 진보정치는 없는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624120254§ion=01)

 

어차피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치다. 아니면 그건 획일적 패권주의를 가져오게 되어 있다. 그 차이가 서로에게 적대적이 아니라 새로운 논의의 발전을 위한 역량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진보정치의 능력이다. 그걸 못하면 진보정치는 보다 많은 다양한 대중들의 요구와 기대를 껴안고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길을 함께 가야할 사람들끼리 서로 견해가 날카롭게 대립할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상호존중의 정신일 것이다. 그런데 이 "존중"은 상대의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그 견해를 묵살하려들지는 않겠다는 의미를 일차적으로 가진다.

 

국민 참여당 유시민 대표을 진보대통합의 한 파트너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도 좀 더 격조 있는 자세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문제가 제기된 시기의 적절성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선 "추파"니, "사기"니 "잔머리"니 하는 표현들이 나오는 것은 진보정치의 자세답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건 상대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별도로 인격모독이다. 상대와 견해가 같지 않다고 해도 진보정치가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만나기 전에는 차이가 있어보였는데 함께 지내면서 친해지고 서로에 대한 따뜻함과 애정이 생겨나는 가운데 오해도 풀리고, 방향도 일치해나가는 경험을 해보자는 의지는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어차피 서로 다르게 생겨먹은 것이 인간인데, 좀 더 넉넉한 품으로 세상을 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마치 재판장이나 된 듯이 상대를 규정하고 정죄하면서 구별해내는 방식의 진보정치는 인간을 질식시킬 수 있다.

진보대통합에 합류하려는 의사를 밝히고 논의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계속 공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협량이 아닐까? 덕도 없어 보인다. 따듯하게 맞이하면서 차이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힘을 배 이상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런 걸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의 이런 글에 대해서 정치학자 손호철이가 깐족거린다.

그런 손호철과 김세균 류의 '나만 진보'인 인사들의 실체가 이번 기회로 명확히 드러났다.

그것만 해도 이번 진보통합논의의 의미는 있으리라.

물론 보다 더 넓고 멀리 진보의 향기가 퍼져가길 기대하지만...

아직도 그 때가 아닌가보다...

"나만 진보다"라는 말이 그 힘을 받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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