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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붕괴 시작된 4대강, 재앙의 현장에 가보니 /김진애110627

by 마리산인1324 2011. 6. 27.

<김진애의 공간정치> 2011/06/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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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올라오자마자, 4대강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강에서 다리가 무너지고 제방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무너진 '호국의 다리'(왜관철교)와 상주보 제방


이번 장마에 4대강에서 재앙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고, 오래전부터 경고해왔지만, 그래도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역시 자연의 힘은 무섭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기려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6월 26일 '호국의 다리'가 무너진 경북 왜관과 상주보 제방이 무너진 경북 상주에 다녀왔습니다. 

'호국의 다리'는 6.25 61주년이 되는 날 무너져 많은 국민들이 불길한 걱정을 하게 만들었고, 상주보 제방은 마치 북극의 빙벽이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쩍쩍 금이 갈라지며 무더기로 무너져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게 만들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이마저도 자연이 주는 마지막 경고로 여겨지더군요. 

다리가 무너지면서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칠곡군 주민들께서 즐겨 이용했던 '호국의 다리'는 "통행금지"되었습니다.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어 문화재로도 등록된 '호국의 다리(왜관철교)'는 차량은 지나다니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천명이 지나다니는 인도교로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다리입니다. 만약 '호국의 다리'가 새벽이 아니라 낮에 사람이 지나갈 때 무너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말 생각만으로도 섬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주보 제방은 시공사측에서 이미 완공해서 사람과 공사차량이 지나다니던 곳입니다. 만약 공사차량이 지나갈 때 제방이 무너져내렸다면? 흙더미와 같이 급류에 휩쓸려내려가 어떤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조차 무섭습니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제방이 무너진 모습. 크게 심각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건너가보니 정말 아찔하더군요. 빙벽처럼 조각조각 무너져내린 것을 보니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제방 붕괴 이전 모습. 시공사측에서는 지난 4월 제방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등 조경공사까지 할 정도였습니다.(사진제공-4대강범대위)

하지만 제방은 무너져내렸고 잔디도 강을 휩쓸려갔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4대강에서 벌어졌길래 이 정도 장맛비에 100년을 버텨온 철교가 무너지고, 잔디를 심고 나무까지 심어놓은 제방이 무너졌을까요? 
 
바로 4대강 사업 속도전을 펼치면서 안전불감증과 부실 시공, 부실 설계 등 온갖 부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호국의 다리'의 경우 강바닥을 6~7m나 파내면서도 교각을 보호할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결국 100년 넘게 굳건히 세워져 있던 다리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상주보'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물살이 빠른데다, 물길을 좁게 만들어놨으니, 물살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 정도 비에 결국 제방이 무너진 것이지요.

그렇지않아도 물살 빠른 상류에다 보로 가로막고 물길을 좁게 만들어 유속이 훨씬 높아져 제방이 깎였습니다.

 
'호국의 다리'와 '상주보'에서 벌어진 일은 4대강 사업 전 구간에 걸쳐 공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깊은 준설과 강을 가로막은 보 때문에 유량과 유속이 증가해 4대강 전체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태풍 메아리가 북상했다고 하지만 다행히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태풍의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붕괴가 시작되다니, 앞으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자연과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4대강, 교량-제방-지류 안전진단할 때까지 공사 중단해야 합니다!
깊은 준설과 강을 가로막은 보 때문에 유량/유속 증가로 하상이 전반적으로 불안합니다. 붕괴,역행침식,유실 등 더 큰 재앙을 막아야합니다! 

제발!!!

110626
김진애 배

'호국의 다리'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다음날 아침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태풍 '메아리'가 북상 중이고 계속 폭우가 내렸지만, 현장을 어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호국의 다리' 붕괴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기자회견은 4대강범대위에 참여한 환경단체, 시민단체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님, 박재현 인제대 교수님 등 학자분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또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도 있어,
현장에서 '4대강범대위'에 참여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활동가분들을 만나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호국의 다리'가 있는 낙동강 사업 24공구 시공사인 대우건설 현장사무소에 찾아가 사고 원인을 확인하고 후속대책을 따졌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날씨보다는 무너진 다리가 더 힘들고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칠곡으로 내려가는 중 '상주보 제방이 무너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상주에 가서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둘 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와 정부측에서는 "다리가 노후되어 무너졌다"는 식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일부러 외면하며 무언가를 감추기에 급급하더군요. 그 모습에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시공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내고 현장에서 저와 함께 전문가인 박창근, 박재현 교수 그리고 민주당 김영선 환경전문위원이 바로 문제를 확인해 따졌습니다.

상주보 제방붕괴 목격하고 33공구 현장사무소에 환경활동가분들과 동행했습니다. 여러분들,가슴이 에이시지요? 국회의원 힘은 약해도 계속 애쓰겠습니다!

빙벽처럼 무너져내린 상주보 제방. 너무 무섭습니다.

저는 어제 하루 동안 봤던 무너진 '호국의 다리'와 '상주보 제방'이 꿈에도 나올 정도로 무섭고 뒤숭숭한데, 그들은 다리가 무너지든 말든 제방이 무너지든 말든, 상상조차 끔찍한 더 큰 재앙이 벌어지든 말든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면 그만인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