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10825 19:05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493344.html
[사설] 이러려면 뭐하러 주민투표 강행했나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한나라당과 서울시 등이 보이는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투표 결과로 확인된 민의를 외면한 채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만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은 단순히 자기위안용 허장성세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교육청이 추진중인 무상급식 확대 계획까지 방해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주장한 ‘사실상 오세훈 승리론’은 그중에서도 최악의 궤변으로 꼽힌다. 누리꾼들 사이에 “한국 축구 일본에 0:3으로 진 것은 사실상 승리” “리비아에서도 카다피가 사실상 승리” 등 온갖 패러디가 쏟아질 정도로 홍 대표의 발언은 조롱거리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어제 “왜 참패인지 근거를 말해달라”며 투표 결과를 참패로 규정한 기자들에게 발끈했다. 투표 참패에 따른 당 지도부 책임론을 피해 가려는 방어용 성격이 짙지만, 투표 결과로 드러난 시민들의 복지 확대 요구, 국가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바람 등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무상급식 예산지원 문제에 대해 “투표율 미달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뜻”이라며 “무상급식 지원 조례 무효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무상급식을 초등학교 5~6학년까지 넓히는 등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서울시가 몽니를 부리면서 불투명해졌다. 애초 서울시교육청과 야당 쪽에서는 “무효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무상급식 문제는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나 서울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대법원 판결 운운하고 있으니 이러려면 뭐하러 주민투표를 강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가 주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거부하고 나선 이상 오세훈 시장의 사퇴는 더욱 시급한 일이 됐다. 차기 시장이 결정되지 않으면 무상급식 추진 계획이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직 사퇴 문제에 대한 오 시장의 태도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 대변인은 “48개 당원협의회 위원장들과의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말했고, 여권 수뇌부 회동에서 오 시장이 “사퇴 시기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애초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 때는 한나라당과 상의도 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는 ‘당과의 협의’를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으니 실소가 나올 뿐이다.
오 시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투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하루빨리 야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자신의 행보를 뒤돌아보고 겸허히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그것이 그나마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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