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2011-10-11 09:50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941911
내 얼굴에도 침을 뱉으라, 그리고 대통령 사저에도.
[변상욱의 기자수첩] 진리만이 우리를 자유케 한다
CBS 변상욱 대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10일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사저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을 사저 문제로 의혹을 부풀리며 공격하는 건 우리 얼굴에 우리 스스로 침 뱉기이다. 국민들 얼굴에 침 뱉는 것은 국민 대표로 와 있는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 아니다" 라고 질타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사저를 놓고 국민들 얼굴에 침 뱉기 식의 논란을 벌인 사람들을 살펴보자.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 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 뒤로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이라 불렀다. 홍 대표는 봉하 마을을 여전히 '아방궁'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대답은 없다. 노 전 대통령 사저는 그 전에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렸다.
◇ 2007년 9월 10일 자 조선일보 사설
"노 대통령 측은 '서울에 비해 땅값이 싸단 식'으로 해명하려 할지도 모르겠지만 땅값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노무현 타운의 등장이라니 ....... "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논란을 조선일보 식으로 바꿔 쓰면 이렇게 된다.
"이 대통령 측은 '봉하에 비해 땅값이 비싸 그렇단 식'으로 해명하려 할지도 모르겠지만 땅값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살던 동네가 아니라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개발지에 편법증여, 다운계약서,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이라니 ......"
어쨌거나 조선일보의 '노무현 타운'은 홍준표 대표 발언 이후 '아방궁'으로 격상된다. 봉하마을이 조선일보에 의해 '리조트 타운'이 되었다가 홍준표 대표에 의해 '호화 룸싸롱'으로 바뀐 셈.
◇ 2007년 9월 9일,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노무현 대통령 사저 건축비가 총 12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족한 돈 6억 원은 은행대출로 충당한다고 하는데 부동산값 잡는다고 집 없는 서민들의 은행대출을 막아놓고 정작 대통령은 6억이나 대출을 받겠다니 과연 가능한 것인지 지켜보고 싶다."
이것 역시 주어를 바꾸어 쓰면 이렇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 사저 말고 경호동만, 그것도 건축비는 빼고 부지 매입비만 42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족한 돈 가운데 6억 원은 아들이 대출받고, 5억2천만 원은 친척에게 빌린다고 하는데 집 없는 서민들의 은행대출을 막아놓고 저축은행 무너져 서민들 모은 돈은 허공에 날아가 버리게 해놓고 정작 대통령은 아들 시켜 6억 대출받고 5억은 친지에게 빌린다고 하니 과연 가능한 것인지 지켜보고 싶다."
◇ 2008년 1월 11일 숭례문 전소에 따른 나경원 대변인 논평
"노무현 대통령께서 봉하마을에 쓰는 관심의 1/10만이라도 문화재방재에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막상 방재에 약한 건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 나경원 당시 대변인 논리대로라면 이렇게 바꿔 쓸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강남 땅 사저에 쓰는 관심의 1/10만이라도 나라 방재에 쏟았다면 연평도가 불길에 휩싸이지 않았을 것이고, 광화문 현판도 갈라지지 않았을 것이고, 금융위기가 재임 중 두 번이나 들이 닥치지 않았을 것이고, 저축은행들이 서민 돈 삼켜버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 살기 좋다는 강남땅이 물에 잠기고 우면산이 무너지는 난리도 없었을 것이고, 정부와 한전이 전기를 끊는 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줄줄이 뇌물로 속 썩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 노무현 대통령 퇴임 직전인 1월 28일 나경원 대변인 논평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 세금을 주머니 돈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것도 다시 이명박 대통령을 주어로 바꾸면 이리 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이끌었다는 이명박 대통령!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을 놓고 퇴임 2년 전부터 이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이고 아들을 내세우며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일을 벌였을까 싶다. 세금을 주머니 돈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 진리만이 우리를 자유케 한다
여권으로서는 대통령 사저, 뇌물 수수, 성희롱,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학위 논문, 병역기피... 쓰면 쓸수록 불리한 어휘들이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 말대로 자기 얼굴에 침 뱉기가 되어버린다. 다른 이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당당하고, 남이 뱉는 침을 자기 얼굴로 의연히 맞아들일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겠다.
랍비 메이어라는 온 나라의 존경을 받는 유대인 지도자가 있었다. 한 여성이 금요일은 유대 여성의 외출이 관행 상 금지임에도 랍비 메이어의 설교를 듣고 밤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이 아내를 쫓아내고 문을 걸어 잠그며 랍비 메이어 얼굴에 침을 뱉고 오면 다시 받아주겠다고 윽박질렀다. 그 소식을 들은 랍비 메이어는 친구 집에 묵고 있던 그녀를 불러 '눈이 침침한데 여인의 침이 특효약이라 한다' 핑계를 대고 '내 얼굴에 침을 뱉으라' 한다.
이것이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지닌 지도자의 모습이다. 자기 얼굴에 침을 뱉게 할 너그러움, 존경하는 랍비 얼굴에 침을 뱉는 순명(順命). 이게 어디서 오는가, 성경 말씀대로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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