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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
터키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흘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2003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수상의 정의개발당 정부가 들어선 후 최대의 반정부 시위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시위는 지난달 31일, 일단의 환경보호주의 단체들이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광장’의 한 공원(게지공원)을 철거하고 재개발하려는 정부 프로젝트에 대해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게지공원’의 숲을 제거하고 대형 숙박시설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한 무리의 환경운동가들이 숙박시설 1층에 쇼핑몰이 들어선다며 이에 반대해 공원에 텐트를 쳤다. 이들은 100년 묵은 나무들을 뽑아내려고 진입하는 건설회사 불도저를 막았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하게 시위대를 진압해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작은 규모의 평화적 점거시위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빠르게 격화됐다. 시위 발발 이후 지금까지 숨진 희생자도 시위대 2명, 경찰 1명 등 모두 3명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열흘이 지나면서 지난 주말에는 수도 앙카라에서 1만여명이 참여하는 큰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은 여기서도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았다.
시위의 진원지인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도 이날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이스탄불의 경우 시위대는 대학생 등 청년들이 주축이었으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많았다. 광장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집회를 열거나 서명운동, 공연 등의 행사를 벌였고, 곳곳에서 풍등을 날리거나 폭죽을 터뜨리면서 열기를 고조시켰다.
한편, 유럽연합은 터키 반정부 시위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의 상실”이라고 비난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터키 정부에 해명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도 “터키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영국의 유명한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8일자 머리기사에서 ‘민주주의냐 술탄이냐’라는 제목으로 터키사태를 다루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장기집권을 꿈꾸지 말고 민의에 귀를 기울여 터키 역사에 남을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언급은 모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런 간섭에 발끈해 “미국은 다른 나라의 유사한 시위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비난했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 누구 말이 진실이고 누가 정의의 편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독재정권 치하에서 살아온 온 그간의 우리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큰 틀에서 시위대의 주장이 진실되고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 인권존중, 나의 몸에 관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 테러분자로 간주되지 않고 시내 어느 지역에서도 합법적으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권리” 등을 지지한다. 그러나 시위대의 요구와 주장을 지지하는 것과 미국, 유럽연합, <이코노미스트>지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부를 세우기 위해 이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들은 평화적인 시위대 안에 극렬분자를 투입해 고의로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충돌을 격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터키 국내에 있는 반정부, 친서구 정치세력들에게, 특히 ‘에르게네콘’이라고 불리는 친서구적이고 파쇼적인 성향의 군부에게 정권전복에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되고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전쟁으로 이어진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 자신들이 입맛에 맞는 정부로 교체하기 위한 서구 제국주의의 프로젝트였듯이 지금의 터키 사태도 유사한 성격을 가진 서구 제국주의 정권교체 프로젝트다.
나토 회원국이었던 터키는 지난 4월26일 중국과 러시아가 지배하는 경제·안보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의 대화 파트너국이 되기로 합의했다. 이날 터키 외무장관 아흐메트 다부토울루는 이 기구의 사무총장과 이런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터키 외무장관은 “터키는 지금 이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의 운명이 ‘상하이협력기구’ 나라들의 운명과 하나라는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구미 제국주의 세력은 터키의 이런 움직임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